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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칼럼(16)/해운산업경쟁력, 창의적 조직과 디지털 혁신에 달려있다

기사승인 [1954호] 2019.10.04  09: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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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 박태원 박사

최근 조직이론 전문가, 김은환 박사가 펴낸 「산업혁명의 숨은 주역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빠르고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 즉 대변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온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운 역사를 이끈 혁신 리더들의 일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은 증기기관이 이미 발명되었지만 수차(水車)의 개량에 힘을 쏟은 스미턴을 통해 신기술을 바라보는 맹목적인 시각을 바로 잡는다. 또한 증기기관을 산업혁명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만든 와트가 아닌 와트의 특허 기간을 연장시킨 볼턴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술혁신이 성공하기 위한 제도혁신을 고민하게 한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킨 인물로 추앙받는 라이트 형제 대신에 저명한 과학자로 사회의 높은 기대 속에 비행 실험에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만 랭글리에게 눈을 돌림으로써 혁신의 실패와 그에 대처하는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한다.

저자는 흔히 알려진 산업혁명의 주인공들을 다루기보다는 기술 변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기회를 포착하고자 애쓴 15인의 혁신가를 선별하여 신·구기술의 역학 관계, 새로운 규칙의 창조, 산업화와 새로운 사회제도의 도입, 혁신의 실패와 수용, 산업과 과학의 조우 등 다양한 관점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것을 통해 과거 산업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현대 4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해운산업과 관련하여, 항구에 화물선을 정박시킨 채 화물이 채워지길 기다려 출항하던 방식을 깨고 최초로 지정된 시간에 출발하는 ‘정기선’을 과감히 도입한 벤저민 마셜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기존의 규칙을 바꾼 이 대담한 발상이 뉴욕을 대서양 무역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창의적 혁신, 패러다임의 전환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사례다.

오늘날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 버스, 선박, 비행기 등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시계를 조금만 거꾸로 돌려보면 이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19세기 초, 정확히 1818년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해운회사는 항구에 화물선을 정박시키고 있다가 화물이 일정 수준 이상 선적되어야 출항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욕의 해운회사 ‘블랙볼라인’의 마셜은 지정된 시간에 출항하는 정기선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항해에 따른 비용과 위험이 몹시 컸던 당시로서는 지극히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이는 곧 성공으로 연결된다.

경쟁 선사들이 이러한 전략을 모방하면서 뉴욕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뉴욕은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를 제치고 대서양 무역의 대표적인 중심지로 발돋움 했다. 뉴욕이 해운 분야를 장악하면서 미국 북부는 상업, 남부는 농업이라는 구도가 굳어졌다. 마셜의 정기선 운항은 커다란 역사적 흐름의 작지만 결정적인 출발점이 되었다.

필자는 그동안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이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을 통한 변신을 거듭하면서 세계 최고의 종합물류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우리 해운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해 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적용해 모든 참여자들이 물류정보와 무역 관련 서류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트레이드렌즈는 머스크와 IBM이 공동으로 개발한 디지털 플랫폼이다. 지난 6월 스위스 선사 MSC와 프랑스 선사 CMA CGM이 참가하고, 뒤이어 일본 컨테이너선 통합법인인 ONE와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가 합류하여 세계 6대 선사 중 5개사가 트레이드렌즈에 참여했다.

이와는 별도로 세계 3위 선사인 중국 코스코는 자회사인 OOCL, 대만 선사인 양밍 등 중화권 선사들과 글로벌쉬핑비즈니스네트워크(GSBN)를 결성하여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글로벌 선사들의 디지털 혁신 움직임에 대응하여, 국내에서도 해운물류IT업계 36개사가 주도하는 ‘글로벌 해운물류 디지털 컨소시엄(GSDC)’이 출범했다. 현대상선도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프로세스 혁신 및 디지털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변화관리 임원과 함께 물류서비스전략 TF장을 영입하는 조직혁신을 단행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해운산업의 역사적 흐름에 한 획을 긋는 매우 고무적인 혁신사례임이 분명하다.

한국 해운 선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혁신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가족중심 경영방식에서 탈피하여 경영혁신을 이끌 역량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과감한 인사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해운업계 스스로 창의적 조직으로 탈바꿈하여 디지털 혁신에 의한 종합물류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량을 높이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국해운신문 maritime@m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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