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내륙항 극심한 혼잡 10년전과 똑같아

▲ 깟라이 터미널
하이퐁 新터미널 건설, 남부집중 화물 분산 기대
일본 SOC에 적극 투자, 우리 정부도 투자 나서야 
당국, 국적선사간 과당경쟁 막는 방안 마련 절실

베트남에어라인에서 내려 호치민시티공항의 입국 심사대 앞에 서서 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 그것도 아주 젊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골프가방을 한군데로 모아놓고 입국 심사를 받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1월말 한국의 추운 날씨를 피해 40~50명쯤 돼 보이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상하의 나라 베트남으로 골프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이제 베트남은 한국인들이 제주도에 출장 가듯이 아주 편하게 여행하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치민 공항에 도착한 날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바로 그 다음 날(1월 24일)이어서인지 호치민공항 입국장은 활기가 넘쳐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자는 11년전인 2007년에도 하노이-호치민을 거치며 베트남의 물류 현장을 돌아봤던 경험이 있다. 그 옛날, 베트남을 취재할 때는 ‘일취월장’하는 베트남을 취재해 보도한다는 점에서 많이 흥분됐었다. 당시에 호치민에서 원양 딥시포트가 있는 붕타우 카이멥지역도 우리나라 항만관계자들과 함께 가보았고, 하노이에서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베트남 국영조선소 ‘비나신’ 본사를 방문, 취재를 하기도 했다. 그때의 그 기억들을 더듬어 가면서 요즘은 베트남의 그 물류 현장들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살펴보았다.


베트남 취재를 위해 호치민의 한 호텔에서 여장을 풀 때부터 자꾸만 내 뇌리를 자극하는 의문덩어리가 몇 개가 있었다. 그 중의 하나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것 같던 베트남 경제가 어찌해서 그동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한 것인가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서로 전쟁까지 한 우리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근자에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친근한 사이로 가까워졌을까 하는 점이었다.
▲ 시내 중심을 흐르는 사이공강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바지선의 왕래가 많았다.

<베트남 6% 중반대 경제 성장률 유지>
 
이러한 의문점을 풀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호치민 시내에 있는 코트라의 호치민 무역관이었다. 1월 25일 아침 기자는 숙소인 마제스틱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시내 중심부에 있는 호치민 무역관으로 향했다. 예나 지금이나 베트남의 출근시간의 도로 정체는 심각한 상황이어서, 차량으로 가득 메워진 대로를 피해 샛길로 돌고 돌아서 호치민 무역관을 찾아갈 수 있었다. 마침 외부 행사 때문에 관장님은 자리에 없었지만, 실무 담당자들이 미리 자료를 준비해 베트남 경제의 사정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 현황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우선 이 자료들을 토대로 베트남 경제와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을 정리해 본다.
 
베트남 경제 성장률은 지난 10년전의 7~8%대의 성장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후퇴해 2012년에는 5%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 이후 경제성장률은 서서히 회복해 최근에는 다시 6%대 중반으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과거의 그 기세는 많이 꺽인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6% 중반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구나 2017년 3/4분기 이후의 성장률은 7%대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향후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말에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베트남 GDP 성장률은 6,81%로, 금융기관들이나 베트남 정부가 예상한 전망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2017년 연초에는 성장률이 매우 저조해 전문가들조차 우려를 표명했었는데, 3/4분기부터 수출이 급증하면서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연말에 가서 실적을 올리기 위한 밀어내기 수출과 같은, 경기부양책을 쓴 것이 영향을 미친 측면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8’이 2017년 9월에 출시되었고, 이것이 수출증가에 한 몫 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3/4분기부터의 상승이 이해될 법도 하다.
 
최근 베트남 경제의 여러 가지 지표들도 앞으로 베트남 경제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수출과 제조업의 성장률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베트남 경제가 급상승 기류를 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우선 수출 증가율은 2015년 7.9%에서 2016년 9.0%로 상승하더니 2017년에는 무려 전년대비 21.1%의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2017년 수출액 2137억 7000만 달러 가운데 72.6%가 외국인이 투자한 기업에서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는 반감하지만, 경제 성장과 외환 보유고의 증가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2017년에는 제조업 생산지수도 14.5%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비스업의 중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외국인 방문객수는 29.1%가 증가한 129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나친 대외 의존도 베트남 경제의 약점>
 
베트남 정부의 2018년 경제성장률 목표는 6.5~6.7% 성장이다. 이 성장률 목표치는 국회에서까지 결의안으로 통과된 것이라고 한다. 정확한 숫자가 아닌 범위로서 목표치를 설정한 것은 실적을 올리기 위한 무리한 수출이나 경기부양책 같은 인위적으로 목표 달성을 유도하는 폐단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치는 사실 너무 보수적으로 짜여 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2018년은 미국과 유로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도 베트남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물론 베트남 경제의 장래를 불안하게 하는 위크 포인트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 하나는 베트남 경제가 지나치게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이 됐듯이 베트남 수출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의 수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72.6%나 된다고 한다. 시중에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모두 철수한다면 베트남 GDP의 20%가 날아간다”는 말도 떠돌고 있는데, 이런 것 하나만 봐도 베트남 경제의 외국기업 의존도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베트남 경제에 영향력이 큰 외국기업들이 만약에 앞으로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더 싼 다른 국가로 옮겨간다고 하면 베트남 경제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베트남은 자체 기술 개발에 의한 제조업의 육성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낡은 관행 탈피, 부정부패 일소 같은 투명성 확보와 시장 경제에 의한 민간기업의 육성이 베트남 경제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 투자 1위 국가는 대한민국>
 
이렇게 약진하는 베트남 경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에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장 많이 한 것이 바로 우리나라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 삼성전자, LG전자로 대표되는 전기전자업종의 베트남 투자는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과거에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봉제·섬유업종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시작해 전기, 전자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산업 쪽으로 투자를 확대시켜 왔다. 또한 최근에는 유통업이나 서비스업에 대한 신규 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코트라의 자료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17년 11월말까지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투자한 누적 투자액수는 575억달러로 베트남 투자 국가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일본으로 491억달러, 3위는 싱가포르로 419억달러를 각각 같은 기간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액수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앞질렀다는 통계도 있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일본 경우는 베트남의 열악한 SOC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분명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에서도 이런데 대한 대응책을 검토해 베트남의 SOC에 투자를 본격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베트남의 한 공공기관이 집계한 무역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 베트남이 한국에 수출한 액수는 총 1482만달러로 수출한 국가 중 4위를 차지했고, 한국에서 수입한 액수는 4673만달러로 수입 국가중 중국 다음의 2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의 대베트남 FDI는 767건 3789만 6000달러로 액수면에서는 일본(329건 7659만 1000달러)에 뒤진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코트라의 자료와는 좀 다르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지만, 투자액수면에서 일본에 뒤진 이유가 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호치민 무역관에서 베트남 경제 전반에 대한 설명과 우리나라의 관계, 특히 한국기업들의 투자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기자는 호치민 무역관을 나와 베트남에 진출해 해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적선사들을 본격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최근 해운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장금상선의 호치민 현지법인이다. 

▲ 장금상선 베트남 법인 B/L 발급 창구 전경

<내륙지 깟라이터미널 체선 큰 골치>

장금상선의 현지법인명은 시노코베트남㈜로 2005년에 현지법인화 되었다. 장금상선은 그 이전인 2000년부터는 대리점체제로 베트남 서비스를 시작했었다. 현재 법인장은 오종석 부장으로 오 법인장은 이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정도 호치민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베트남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장금상선이 투자한 베트남 포워딩회사인 YJC베트남㈜의 대표이사직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장금상선 그룹의 베트남 물류서비스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우선 현재 호치민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모두 35명이고 주재원이 파견되어 있는 하노이 사무소에는 1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종석 법인장은 현재 장금상선이 호치민항에서 취급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주간단위로 약 900teu 정도로, 연간 단위로 따지면 4만 7000teu정도가 된다고 했다. 이 정도의 실적은 베트남에 서비스하고 있는 10개의 국적선사 가운데 빅 3에 드는 실적이다.
 
오종석 법인장은 베트남 해운물류의 문제점으로 사이공강을 따라 내륙지에 건설되어 있는 깟라이(Cat Lai) 터미널에 화물이 집중되어 체선, 체화 현상이 만성화된 것과 한국의 원양선사들이 아시아역내항로 서비스 강화하면서 국적선사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최근에 국적 원양선사가 아시아역내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운임 인하경쟁이 벌어져 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치민시 수로를 따라 내륙에 만들어진 ‘깟라이 터미널’은 하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터미널이어서 항상 체선, 체화에 시달리고 있다. 리버포트인 이 터미널의 수심은 10.1m여서 2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은 들어올 수가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원양항로에 취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들은 호치민시 외곽의 남단에 있는 붕따우-까이멥지역의 딥시포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심이 14m인 까이멥지역의 컨테이너터미널들도 10000teu급까지만 입항할 수 있어서 초대형선은 입항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호치민에서 수출화물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로 나가서 환적하는 경우도 많다고 오 법인장은 설명했다.
 
기자는 장금상선 방문에 이어 SM상선의 호치민 현지법인을 방문해 박영식 법인장을 만났다. SM상선의 사무실은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박 법인장이 호치민에 파견된 것은 2015년 12월로, 당시에는 한진해운의 호치민 지사장으로서 발령을 받았다. 그 후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2016년 12월 고용승계가 이뤄져 박영식 지사장은 SM상선의 호치민 법인장이 된 것이다. 현재 호치민 현지법인에는 18명의 직원이, 그리고 하노이 영업소에는 6명, 하이퐁항 사무실에는 8명의 직원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 SM상선 베트남 법인 B/L 발급 창구

<현대상선 신규항로 개설 적극적>

SM상선은 2017년 3월부터 한국-베트남 서비스를 시작했다. SM상선이 한진해운의 서비스와 조직을 물려받아 우선 아시아역내항로 서비스부터 시작을 한 것이다. SM상선은 2017년 5월에는 한국-북미서안(롱비치)간 원양항로를 개설해 인트라아시아지역 서비스와 원양항로가 연결이 됐다. SM상선은 올해 5월에는 북미북서안(PNW) 서비스도 개설할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 서비스는 호치민 주간 2항차, 하이퐁 주간 1항차 서비스를 하고 있다. 투입선박은 1200teu급에서 1600teu급의 소형 컨테이너선으로, 베트남을 중심으로 볼 때 환적화물과 로컬화물이 절반씩 실리고 있다. 박 법인장은 SM상선은 절대로 로컬화물 위주의 영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SM상선은 호치민항에서 한국 수출 화물을 주간 250teu 수송하고 있고, 하이퐁항에서 한국 수출화물을 주간 120~140teu를 수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식 법인장은 현재로도 베트남 서비스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미주 인바운드 화물을 늘리는데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현대상선 호치민 사무소 전경

SM상선 방문에 이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현대상선의 호치민 현지법인이었다. 현대상선의 호치민 현지법인은 2007년 7월에 호치민에서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지난 2017년 7월이 법인 설립 10주년이었다. 주경호 법인장은 설립 10주년 기념식에 본사의 유창근 사장이 호치민 사무실에 방문해 축하를 해주었다며 10주년를 기념해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현대상선은 2007년 이전에는 Gemadept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베트남 서비스를 해왔었다. 주경호 법인장은 2014년 8월에 부임해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 현대상선 주경호 법인장
주경호 법인장은 현대상선이 자신이 부임했던 초기인 2014년에는 주간 1500teu 정도의 수출화물을 취급했는데, 현재는 이것이 3500~4000teu 정도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미주, 유럽 등을 모두 합쳐서 전체 수출입물량 총계는 주간 7000~7500teu까지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베트남 법인의 경우 현재 호치민 사무실에 55명, 하노이 사무실에 12명, 하이퐁 사무실에 11명, 다낭(중부) 사무실에 8명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는 원양항로와 인트라아시아항로를 모두 합치면 50개 항로나 된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국적선사들이 취항하지 않고 있는 지역에 서비스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인도-하롱베이-한국 서비스에 5000teu급의 비교적 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서비스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한국-다낭간에 국적선사로서는 처음으로 소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2017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낭지역에 북미 수출화물이 많은 것을 타킷으로 하고 개설한 서비스라고 한다. 2018년에 유럽지역으로 수출되는 화물이 많은 뀌년항에 기항하는 신규루트 서비스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말레시아-싱가포르-베트남-중국-베트남 서비스의 3국간 서비스로 1000teu급 컨네이너선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웃바운드에서 뀌년항에 기항하게 해 유럽행 화물을 실어 나르겠다는 계획이다. 
▲ 현대상선 베트남 법인 설립 10주년 기념식 광경

<“원양선사 근해항로 진출로 위기 상황”> 

1월 25일 마지막으로 저녁 무렵에 찾아간 곳은 고려해운이었다. 권보혁 법인장은 늦은 시간임에도 퇴근도 하지 않고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려해운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것처럼 베트남-한국간 컨테이너화물을 가장 많이 실어 나르는 선사이다. 시장 점유율이 21%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고려해운은 한국~베트남항로 외에도 베트남과 제3국간 항로도 상당 수 운영하고 있어서 종합적인 서비스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 고려해운 호치민 사무실 전경

고려해운의 베트남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대리점 체제로 출발했다. 당시의 대리점은 대부분 그러하듯 베트남의 대형 대리점업체 Gematrans가 맡았다. 법인체제로 바뀐 것은 10년전인 2008년이었다. 현재 고려해운베트남에는 호치민 사무소에 권보혁 법인장을 비롯, 4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하노이 사무소에 6명, 하이퐁 사무소에 15명이 근무하고 있다. 
 
▲ 고려해운 권보혁 법인장
현재 고려해운이 베트남에서 취급하는 물량은 호치민항에서 월간 2만teu(수출 1만, 수입 1만) 하이퐁항에서 월간 5000teu(수출 2000, 수입 3000) 정도라고 한다. 고려해운이 이처럼 많은 컨테이너화물을 취급할 수 있는 이유는 신용도가 좋고 서비스도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권 법인장은 고려해운 서비스의 장점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호치민항을 중심으로 주간 15개항로 서비스를 하고 있고 하이퐁항에서도 주간 7개항로 서비스가 가능해 하주들은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는 것이다. 또한 IT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화물 정보등을 즉각즉각 조회해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며,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하주들에게 어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보혁 법인장도 베트남의 해운물류에 있어서 불안한 요인으로 원양선사의 진출로 인한 시장의 혼란과 호치민 내륙 깟라이 터미널의 혼잡으로 인한 비용 증가, 그리고 베트남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로 인한 경제 성장 저하 등을 꼽았다. 그는 그 중에서도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원양항로 선사의 인트라아시아 시장에서의 서비스 확대는 동남아항로 전문 선사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하이퐁항 마켓세어 1위 흥아해운>

기자가 취재를 시작한 두 번째 날인 1월 26일에는 먼저 흥아해운 호치민 사무실을 방문했다. 마침 정두고 법인장은 하이퐁에 출장 중이어서 현지인 관리자가 기자를 맞이해 흥아해운 서비스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했다.
 
흥아해운의 베트남 서비스는 우리나라 국적선사 가운데 가장 빠른 1990년에 시작이 됐다. 당시에는 물론 대리점 체제였으며, 흥아해운이 호치민 법인에 직접 투자를 한 것은 2008년으로, 이후 현지법인 체제로 운영이 되고 있다. 현재 호치민 현지법인에는 22명이, 하노이 사무소에는 7명, 하이퐁 사무소에는 18명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 흥아해운 호치민 사무실 전경
 
잘 알려져 있듯이 흥아해운은 특히 하이퐁항에서 실적이 아주 뛰어난 선사이다. 호치민항 등에서는 고려해운에 뒤지는 운송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하이퐁항에서는 국적선사 가운데 마켓 세어가 당당히 1등이다. 흥아해운은 하이퐁항에서만 주간 2000teu 정도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이는 흥아해운이 호치민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화물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흥아해운 서비스의 장점은 오랜 경험에서 오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다가 복잡하지 않은 기항지로 인해 트랜짓 타임이 비교적 짧다는 점이다. 현지인 책임자는 “굿 서비스, 굿 스케줄”이라는 말로 흥아해운 서비스의 장점을 표현했다. 또한 어떤 항로라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정형화된 서비스로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1월 26일 오후에는 동진상선 사무소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동진상선을 취재할 목적도 있었지만 동진상선의 김동진 사무소장이 베트남한국정기선사협의회(KLCV)의 회장을 맡고 있어서 이날 저녁에 열린 주재원 좌담회에 함께 가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동진상선 사무실 입구

<공무원들 부정부패 심한 것이 큰 문제>

동진상선의 베트남 서비스는 비교적 늦은 2013년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에 한국~호치민~태국 서비스를 시작을 하고 뒤이어 하이퐁항 서비스도 시작을 했다. 컨테이너선을 직접 투입한 것은 2014년 11월로, 1700teu급 컨선 1척을 남성해운, 장금상선 등과의 공동운항에 투입하게 됐다. 현재는 한국~호치민~태국항로에 3개의 서로 다른 루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 따라 현재 동진상선은 한국-호치민항로에서 주 4항차, 호치민-한국항로에서 주 3항차의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한국~하이퐁항로에서는 1000teu급 컨선 1척을 투입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동진상선 서비스의 장점은 호치민-인천간에 직기항을 하기 때문에 스케줄이 가장 심플하고 트랜짓 타임이 아주 짧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재 화물들을 위주로 수송하기 때문에 짧은 트랜짓 타임에 대한 하주들의 평가는 아주 좋은 편이다. 아직 법인화가 되지 않은 것도 어떻게 보면 장점 중의 하나다. 현재 거래하주들의 범위가 넓지를 않아서 하주들의 불만을 그때그때 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동진 소장은 베트남 해운물류의 문제점으로 선사간 과열경쟁에 의한 운임 하락과 베트남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들었다.
 
호치민의 국적선사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베트남 해운물류 서비스의 문제점은 국적선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선사의 수익성 악화와 호치민시 내륙항만인 깟라이 터미널의 혼잡으로 인한 서비스 불편과 비용증가 문제였다. 또한 많은 주재원들이 공부원들의 부정부패와 투명하지 못한 관세 행정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들은 또한 이 같은 문제점 해결에 정부당국이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주기를 주문했다.

<깟라이 터미널 5단적 컨테이너 즐비>

1월 26일은 오전에 사이공뉴포트(SNP)가 운영하는 깟라이 터미널을 가보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올라가 창가 옆 자리에 자리를 잡으니 바로 도로 건너에 사이공강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컨테이너를 20~30개 정도 실은 바지선들이 유유히 강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때는 컨테이너 바지선이 교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의 상해항에서 봤던 것 같은 컨테이너 바지선 운송이 사이공강에서도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기자는 국적선사 현지 직원과 함께 사이공강에 건설된 깟라이(Cat Lai) 터미널을 방문하기 위해 차로 출발했다. 사실 깟라이 터미널 방문은 좀 불안한 측면이 있었다. 11년전 기자는 깟라이 터미널을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극심한 교통 정체로 인해 터미널 근처에 까지는 갔지만 극심한 교통 정체로 2시간만에 호치민 시내로 그냥 되돌아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출근시간에는 교통 정체가 더욱 심해질 것 같아서 기자는 조금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 깟라이 터미널 입구 사거리는 통행 차들로 항상 붐빈다.

그러나 이날은 어쩐 일인지 교통 사정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깟라이 터미널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조금 지체가 되긴 했지만 약 40분만에 깟라이 터미널에 도착해 SNP의 본부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되돌아 나올 때도 깟라이 터미널 출입구가 엄청나게 붐비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교통 사정이 좋았던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는 사실을 귀국해 코트라 자료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기자가 귀국 후에 코트라 정보자료를 검색해 보니 깟라이 터미널 일대는 구정을 앞두고 항만 혼잡과 도로 교통 정체 심각해 엄청나게들 고생을 했다고 한다. 깟라이 터미널에 접안을 하기 위해 대기하는 선박 척수가 일일평균 80척까지 늘어났고, 야드내 적체율은 90%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원양항로 선박들이 컨테이너화물을 내리는 까이멥의 터미널에서 강을 따라 깟라이 터미널까지 바지선으로 컨테이너를 수송하는데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2주일이나 걸린다는 보고도 있었다. 
▲ 터미널 게이트 입구 안쪽. 컨테이너가 5단으로 쌓여있다.

깟라이 터미널의 심각한 체화현상은 눈으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터미널 입구는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들로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부두내의 야적장에는 5단으로 쌓아 컨테이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보통의 경우 많아야 ‘4단적’을 하는 것이 통례인데 여기 깟라이 터미널은 ‘5단적’이 일반적인 현상인 듯 싶었다. 발디딜틈 없이 촘촘하게 컨테이너가 쌓여 있어서 부두 운영의 효율화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 같았다. 

<베트남 남부 항만에 컨화물 70% 몰려>

기자는 사이공뉴포트(SNP)의 홍보관으로 안내되어 홍보 담당 중역으로부터 SNP가 베트남 전체에서 운영하는 항만과 터미널에 대해서 브리핑을 받았다. 이들의 자료에 따르면 SNP는 1989년에 설립된 국영회사로 54개사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18개 터미널과 5개의 ICD를 운영하는 종합물류 그룹이다. 종업원 수만해도 6500명이나 된다. 특히 항만운영에서는 베트남 최고의 그룹으로, 이들이 2017년에 취급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총 680만teu로 베트남 전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50%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들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베트남의 지난해(2017년) 총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은 1360만teu정도가 되는 셈이다.
 
이들의 설명이 과장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호치민시의 깟라이 터미널 하나에서 취급하는 컨테이너 물량만 해도 베트남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40%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다가 남부의 붕따우-까이멥 지역과 하이퐁항 등지에도 터미널을 가지고 컨테이너화물을 취급하고 있으므로, 베트남 전체화물의 50% 취급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베트남의 항만 현황과 운영 사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봤으면 한다. 베트남의 항구는 남부와 중부, 북부 등으로 3등분된다. 그런데 컨테이너 물동량 취급실적으로 볼 때 호치민항이 속한 남부지역이 전체 베트남 수출입 컨테이너물동량의 70%를 처리하고 있다. 반면에 다낭(Da Nang), 뀌년(Quy Nhon) 등 중부지역 항만에서는 전체의 3~4%밖에 취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역적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근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인 북부지역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이퐁 외곽의 외딴섬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인 하이퐁국제컨테이너터미널(HICT)가 건설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HICT 조감도

남부항만인 호치민항은 호치민 시내에 속한 사이공강변을 따라 내륙지에 건설된 컨테이너부두가 깟라이 터미널, 힙푹 터미널 등 9개의 터미널이 있어서 주로 수로 통과가 용이한 2000teu급 이하의 소형 컨테이너선들이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내려간 강 하구지역인 붕따우~까이멥지역에는 원양항로의 대형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 7개가 완성되어 있다. 이 7개 컨테이너 터미널 중에 떤깡-까이멥 국제터미널(TCIT), 까이멥 국제터미널(CMIT) 등 2개 터미널만 제대로 가동이 되고 있고, 나머지 터미널들은 거의 취급물량이 없어서 붕따우-까이멥 지역의 부두시설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깟라이’ 화물 분산정책도 효과 없어> 

최근 베트남 정부는 깟라이 터미널로 화물이 몰려드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깟라이 터미널 화물을 외곽의 붕따우-까이멥지역 항만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붕따우~까이멥 지역에 근해항로 선사들을 위한 부두를 만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선사들과 하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하주들은 화물을 찾기 위해 붕따우–까이멥까지 먼거리를 돌아서 가기를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붕따우-까이멥에서 깟라이터미널까지 바지선으로 운송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싫어한다. 더구나 붕따우~까이멥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항상 정체를 빚기 때문에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깟라이 터미널 출입구의 혼잡한 상황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터미널 경비 직원에게 사진을 찍겠다는 의사를 표시를 했으나 그 경비 직원은 이를 허용을 하지 않았다. 이 터미널 자체가 베트남 해군에 의해 운영된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는데 그런 영향 때문인 것 같았다. 결국 터미널에 대한 사진촬영은 SNP 직원이 안내를 해 옥상 위 전망대로 올라가서 할 수 밖에 없었다. 기자는 컨테이너가 지천으로 쌓여 있는 컨테이너 야드를 클로즈업 해가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촬영이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취재인 셈이었다. 

<하이퐁 새 터미널 5월 부분 개장할 듯>

1월 26일 저녁에 호지민의 한식당에서 주재원 좌담회까지 개최한 기자는 27일 토요일에는 하이퐁항을 취재하기 위해 우선 하노이로 이동했다. 사실 기자는 이번 취재 여행에서 하이퐁을 꼭 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하이퐁에 새롭게 국제규모의 컨테이너항만이 건설되고 있다는 소식에 그 현장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결국 기자는 1월 27일에는 하노이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인 1월 28일에는 자동차로 달려서 하이퐁으로 이동해 시내의 한 호텔(AVANI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1월 29일 하이퐁항 취재에는 고려해운의 하노이 주재원이 동행을 했다. 그와 함께 하이퐁항의 딘부 터미널로 가서 회사 소개와 터미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곧바로 새로 건설중에 있는 심수항 하이퐁국제컨테이너터미널(HICT)로 향했다.

하이퐁지역 항만은 하이퐁항과, 딘부(Dinh Vu) 터미널, 남하이 딘부(Nam Hai Dinh Vu) 터미널로 대별된다. 베트남 항만당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컨테이너 화물 처리실적은 하이퐁항이 102만teu, 딘부 터미널이 62만teu, 남하이딘부 터미널이 46만teu 등 하이퐁항 전체에서 총 290만teu였다. 하이퐁의 이들 3개부두에 추가해 오는 5월 12일이면 하이퐁 외곽의 작은 섬, 깟하이(Cat Hai)섬에 락후엔(Lach Huyen)에 HITC 터미널이 새로 개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터미널은 연간 110만teu 처리능력으로 건설중에 있는데 5월달 개장이 되면 베트남 물류에 새로운 변혁의 물결이 몰아칠 것으로 기대된다.

▲ 건설중에 있는 락후엔 터미널(HICT) 입구에 걸려있는 건설 계획도

 락후엔 터미널 공사현장은 그다지 통제가 심하지는 않았다. 건설 현장이기 때문에 안전 헬멧을 쓰게 하는 것이 전부였고, 사진 촬영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했다. 기자는 공사 현장을 샅샅이 뒤지며 필요한 부분을 촬영했다. 현재 터미널을 만들기 위한 기반 공사를 하고 있는 단계로 이정도의 공사 진척도라면 오는 5월 개장은 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5월 12일을 1단계 공사 준공식을 하는 날로 정한 것은, 그 날이 하이퐁 독립기념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5월 12일 1단계 준공식은 아무래도 완벽하게 터미널이 조성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치러질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퐁의 새로운 국제컨테이너 부두인 락후엔 터미널에 대해서는 1월 26일에 호치민의 깟라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SNP(사이공뉴포트) 운영본부를 찾아 갔을 때도 설명을 들은 바 있다. 이 락후엔 터미널 건설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SNP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료에서 락후엔 터미널의 건설 개요를 살펴본다. 
▲ 군데 군데 돌무더기도 있고 정지 작업도 되지 않았다.
 
<락후엔 터미널 일본자금으로 건설>
 
이 락후엔 터미널은 2010년 베트남과 일본간에 ODA(공적개발원조)자금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건설이 진행되는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에 의해 건설되는 컨테이너 터미널의 운영회사인 하이퐁국제컨테이너터미널(HICT)는 SNP가 51%, MOL이 17.5%, 이토추가 15%, 완하이 라인이 16.5%의 지분으로 출자해 설립될 예정이다.
 
터미널 전체의 면적은 56.99 헥타르이며 버어스의 길이는 총 750미터로 2개의 버어스가 건설될 예정이다. 최대 수심은 14m로 1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이나 16만dwt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다. 이 컨테이너부두 바로 옆에는 160teu를 실을 수 있는 바지선 부두(길이 150미터)도 함께 건설할 예정이다. 연간 컨테이너 취급 능력은 110만teu로 계획대로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경우 현재 베트남 남부지역 항만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터미널간 처리실적 격차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컨테이너부두 건설을 위해 딘부지역과 깟하이섬간에 연육교가 건설되어 이미 지난해 9월 2일 완공이 됐으며 현재 진출입구의 준설 작업도 진행되고 있어 5월 개장전에는 1단계 공사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갠트리크레인은 팔길이 65미터짜리 6개가 설치될 예정이며 야드트랜스퍼 크레인은 전자동의 eRTG크레인 24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적선사 관계자들은 락후엔 터미널이 5월 12일 한꺼번에 모든 시설을 다 갖추고 개장식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 자체를 봐도 방파제 공사와 인공제방 공사가 오는 2019년 11월에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개장 후에도 일정기간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단축될 가능성 크다. 국적선사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는 5월에 1개선석만 개장을 하고, 나머지 1개선석은 오는 9월에 오픈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 2개 선석을 완전히 오픈하는 것은 2019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간 110만teu의 원양항로 컨테이너화물을 처리해 낸다고 하면 북부지역 항만의 컨테이너 취급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결과가 되고, 이것은 베트남 지역간 컨테이너물량 처리의 격차를 상당폭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하이퐁 국제컨테이너터미널 건설은 베트남 정부의 2030~2050 하노이 수도권 건설계획과 맞물려 신규 물량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잘만하면 제2단계의 국제컨테이너터미널 건설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 성패 여부의 관건은 역시 베트남 정부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성실한 추진 자세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락후엔 터미널 기반 공사 광경. 상당한 시간이 걸리 것 같았다.
 
<정부도 베트남 SOC 투자 검토할 때다>
 
1월 27일 토요일 오후 1시 호치민시티 공항에서 하노이로 가는 베트남항공 여객기에 탑승하면서도 불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날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국가대표팀(23세 이하)이 아사이축구연맹 경기 결승전을 벌이는 날이었기 때문에 공항에서부터 하노이 시내로 들어가는 길의 교통상황을 장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염려는 사실 기우에 불과했고, 다행히 기자는 하노이공항을 빨리 빠져나와 호텔에 짐을 풀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목격한 베트남 청년들의 길거리 응원과 준우승 확정 이후의 환영 축제 퍼레이드는 너무나 요란하고 열광적인 것이어서 강렬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결승전이 진행되는 내내 하노이 시내의 모든 상점 들은 개점 휴업상태였고 식당과 가게마다 틀어놓은 텔레비전 앞에는 축구 결승전 실황 중계를 시청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준우승이 확정되었음에도 도심 곳곳에서 환영의 축제 퍼레이드가 계속 이어졌다. 모두들 오토바이나 자가용을 타고 나와 경적을 울리고 크고 작은 베트남 국기를 흔들어 댔다. 2002년 한국축구가 4강에 올랐을 때 보다 더 엄청난 환영인파였고 축제무드였다. 박항서 감독의 얼굴 사진과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의 초상을 함께 내건 오토바이나 자가용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나 가슴에 ‘베트남 우승’ 띠를 두르고 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부부카 나팔을 부는 베트남 남녀들은 밤이 이슥하도록 뛰고 소리지르며 축제의 끈을 놓지 않았다.
▲ 길거리에 설치된 대형 TV를 통해 결승전 실황을 지켜보는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에서 이제 박항서 감독이라는 한국 사람의 유명세까지 더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멋지게 부상되고 있다. 이것은 이전부터 있었던 베트남의 한류 열풍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한다.
 
이러한 때 우리나라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베트남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측면에서만 많은 공장을 짓고 투자를 했다. 물론 최근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투자가 이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근간은 싼 임금을 이용하기 위한 투자가 대세라고 봐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앞으로 기술집약적인 산업,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쪽 중점을 두는 투자를 했으면 한다.
▲ 오토바이를 타고 국기를 흔들며 출제를 벌이는 베트남 축구 광팬들.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일본정부의 대응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정부를 중심으로 베트남의 SOC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ODA 자금 형태로 지하철 공사나 항만 공사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투자를 하게 되면 일본의 관련 기업들이 그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서 결실을 누리게 된다. 대단히 영리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은 우리나라 정부도 과감하게 받아들여서 베트남의 SOC건설에 우리나라의 개발원조자금이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과 베트남은 앞서 박항서 감독의 예를 든 것처럼 한층 더 가까워졌다. 무역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아주 중요한 파트너 국가로 이미 자리매김 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우호적인 관계가 더욱 발전해 한베트남간의 교역량도 더욱 크게 늘어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상황은 베트남에 서비스하고 있는 국적선사들에게 희망을 주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베트남 컨테이너항로에는 10개의 국적선사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원양항로에 취항하는 2개선사까지 이 항로에 들어와 항로 안정화에는 빨간 불이 이미 들어와 있는 상태다. 선사들간에 자율적인 협의로 시장이 폭락하는 것을 막는 항로 안정화 조치를 빨리 취하기를 주문해 본다.
 
이번 베트남 해운물류 현장 취재에는 많은 국적선사들이 도움을 줬다. 많은 선사들이 호치민에 열렸던 주재원 좌담회에 협조해 주었고, 취재에도 응해 줬다. 또한 호치민 깟라이 터미널과 하이퐁 락후엔 터미널 취재에도 적극 협조해준 선사들도 있다. 이밖에도 취재활동에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해 주신 분들도 계신다. 그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씀을 드린다.
▲ 하이퐁 딘부 터미널에서 포즈를 취한 본지 이철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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