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남미 여행을 결심하다

▲ Barrancco 주변 해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상보험 및 클레임 컨설턴트인 이석행 대표(Seamaster Insurance&Claim)가 지난해 약 한달여간 다녀온 남미 여행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 페루 리마에서 시작해 파라카스, 쿠스코, 볼리비아, 칠레 등으로 이어지는 이석행 대표의 남미 여행기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남미 여행,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이 바로 남미 여행이다. 남미까지 긴 비행시간과 작지 않은 여행비용뿐만 아니라 남미를 가려면 최소 20~30일 정도의 여행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여행 일정을 빼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인 것 같다. 그리고 과연 체력적으로 받혀줄 지, 고산병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지, 가기 전부터 염려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나 또한 집사람이 5년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몇 년 동안 계를 해서 모아 놓은 돈을 투자해서 남미 여행을 다녀 온 후 매년 집요하게 나에게 남미 여행을 다녀오길 적극 권했었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하는 나 자신도 비용과 여행 소요 기간의 걸림 때문에 선뜻 용기를 못 내고 있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집사람의 적극적인 권유(거의 강요 수준)에 이어 딸까지 옆에서 부추겨 엉겁결에 남미 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물론 남미 여행이 나의 버킷리스트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별도의 BAND방을 만들어 놓고 남미 여행과 관련된 자료를 하나하나 모으고 있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페루 리마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포비네 남미투어(리마 남미여행사 포비네)'를 알게 되었다.

원래는 미국 LA지역의 미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다녀 올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잘 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를 찾다 보니 이곳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던 중에 마침 21박 22일 여행 프로그램이 포비네 여행사에서 나왔다. 여행 코스가 알차고 좋았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780만원으로 국내 여행사 가격의 거의 절반 수준인 점이 끌렸다. 물론 한국에서 페루 리마로 들어가는 항공편과 여행을 마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귀국하는 비행편은 나의 부담으로 준비해야 하는 점이 있긴 했지만…

국내여행사도 아닌 페루 리마의 현지 여행사의 무엇을 믿고 계약금 540만원(10여편의 남미 국가간의 이동을 위한 항공 요금 예약비)을 보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지만 방법이 없으니 무조건 믿고 예약금을 송금할 수밖에 없었다.

막상 10월 1일 페루 리마를 출발해 10월 2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끝나는 남미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남미 왕복 항공권을 검색해 봤다. 2017년 추석 연휴가 거의 열흘 이상이어서인지 10월 1일 이전 항공권을 구할 수가 없었다. 9월 25일 출발하는 델타항공의 미국 디트로이트와 아틀란타를 경유해 페루 리마로 가는 항공권을 겨우 구했다. 그리고 볼리비아 입국을 위해 반드시 지정 병원에서 황열병 주사를 맞고 접종 확인서를 적어도 출발 1주일 전에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바쁘기 그지없었다.

9월 25일 출발해서 거의 하루 반나절 걸려 페루 리마에 같은 날인 9월 25일 도착하면 10월 1일 출발 때까지 리마에서만 거의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할지가 사실 고민이었다.

9월 25일-페루 리마 공항 도착

페루 리마 공항에 도착했는데 마중 나오기로 되어 있는 택시 기사가 보이지 않아 가슴을 졸이고 서성이면서 기다리다가 리마 공항에 나온 현지 한국인의 스마트 폰을 빌려 포비네 여행사 이대호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나중에 보니 그 택시 기사는 미리 와서 화장실에 들어가 볼 일 보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는데 의외로 내가 빨리 나왔다고 본인이 당황해 하면서 미안해 했다. 여하튼 택시를 타고 밤 늦게 포비네 민박집에 도착해 보니 민박집은 긴 해변이 보이는 리마의 Barranco라는 멋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 포비네 민박 주변

민박집의 시설은 그야 말로 민박집이라 젊은 사람들은 묵는 데는 불편이 없어 보였지만 좀 나이가 든 분들, 특히 나이든 부부들은 지내기가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가 9월말경이니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3월말경 날씨인데 저녁에 잘 때 많이 추워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자야 했다. 샤워는 가능했지만 온수가 호텔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민박집은 예약해야 한다. 만약 불편하겠다 싶으면 미리 호텔로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해양대학 시절 부산 조도에서 기숙사 생활과 해군 생활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련한 추억을 떠 올리면서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9월 25일 밤늦게 포비네 민박집에 도착해서 그 곳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총무인 젊은 친구로 부터 다음 날 부터 가 볼만한 곳을 확인했다. 그는 하루는 리마 신시가지, 또 하루는 구시가지 그리고 3일째 되는 날은 민박집 근방의 Barranco지역의 해변가 산책을 권했다. 4일째는 포비네 이대호 사장이 나처럼 미리 도착한 두 젊은 친구와 함께 리마에서 야간 우등 고속버스를 타고 여덟 시간의 거리에 있는 Huaraz에 가서 1박 2일의 일정으로 Pastoruri 빙하호수와 Laguna 69를 다녀 올 것을 적극 추천했다.

9월 26일-리마 시티투어 버스 관광

리마에 도착한 다음 날인 9월 26일 포비네 민박집 총무의 안내에 따라 신시가지를 가기 위해 시내까지 전철 같은 전용 시내버스를 탔다. 시스템은 우리나라 전철처럼 교통카드를 5sol을 주고 사서 충전 시켜 사용하는 방식이었고 전용 차선으로 달리기 때문에 교통 체증과 무관하게 신시가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시가지의 가장 중심에 케네디 공원이 있고 바로 옆에 리마시 청사가 있었다. 나는 해외 여행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 도시의 City Tour다. 물어물어 케네디공원 앞에서 출발하는 Mirabus라는 2층짜리 City Tour Bus를 예약해서 타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모두를 한꺼번에 개괄적으로 리마 전체 시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 리마시 아르마스광장
▲ 샌프란시스코 교회

예약한 City Tour Bus를 탔더니 도중에 구시가지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교회(작은 성당을 교회라 표현함) 박물관 관광이 포함되어 있었다. City Tour를 하면서 느낀 것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서 인지 스페인풍의 건물들이 많았고 거리도 나름대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넘쳐나는 일제 자동차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들의 입맛에 맞는 닭다리 튀김, 비프 스테이크, 피자 등이 있고 패스트 푸드점들이 있어 별로 불편한 것은 몰랐다. 다만 반드시 생수는 별도로 사서 먹어야 하는 점이 불편했고 음식 값도 우리나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웬만한 식당에서는 Wi-Fi 사용이 가능해 거의 낮과 밤이 바뀌는 시차만 아니면 카카오톡이나 보이스톡이 가능하여 국내와의 소통에 하등의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환전은 포비네 민박집의 안내에 따라 Barranco 지역의 환전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 스페인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겪었던 불편한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남미에 가면 '찬 물 좀 가져와 달라, ' 따뜻한 물 좀 가져 달라', '화장실은 어디냐?' 정도만 알면 되고 '얼마냐?'고 스페인어로 묻는 것보다 어쩌면 영어로 'How much?'하는 것이 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받는 사람이 아쉬우니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 보여 주면 내가 계산기를 받아 Counter Offer하는 숫자를 적어 네고도 할 수 있으니… 하여튼 신시가지 City Tour중 기억에 남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교회의 지하 무덤이었다. 수만구 시체의 뼈를 가지런히 보관하고 있는 교회 지하의 무덤이 인상적이었다.<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