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 최대 컨테이너항만인 브라질의 산토스항.
특집1-해외 현장취재/남미항로를 따라 가다

흔히들 "이제 남는 대륙은 남미와 아프리카 뿐"이라고 말한다. 중국과 인도가 속한 아시아 대륙까지 개발되어 세계 경제 속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개발의 여지가 남아있는 미개척의 대륙이 남미와 아프리카라는 뜻일 것이다. 때문에 기자 입장에서도 남미를 꼭 한번 가서 취재해 보고 싶은 욕망이 오래 전부터 내심 자리잡고 있었다. 드라이 벌크 시장이 무너져 새삼 어려움을 느끼는 와중에서도 굳이 남미 취재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남미는 뭔가 기대를 걸만한 '신천지'이긴 하지만 너무 일찍부터 유럽세가 지배했던 땅이기 때문에 우리기업들이 진출하기에는 꽤나 어려운 지역이다. 인프라시설의 미비, 높은 물가, 높은 세금, 까다로운 관행과 전근대적인 상거래 양상 등으로 현지의 주재원들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 수 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말한다. 치안상태도 좋지 않은데다가, 대륙국가인 브라질 같은 곳의 국민들은 넓은 땅덩어리에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낙천적이면서도 느긋한 성격이다. 그런 때문인지 일처리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일상적인 일에도 많은 인원이 필요하여 회사로서는 인거비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칠레는 여타 국가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자가 방문한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치안 불안과 보수적이면서도 너무나 관료화된 구태의연한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이 지역과 비즈니스를 할 경우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브라질이 2014년 월드컵 개최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로 한껏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후진국 같은 행태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남미의 주요 3개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의 해운 항만 물류의 현상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살펴본 것들을 정리해 본다.

  수요 많은데 인프라 부실 코스트만 높아져

사실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3국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취재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비행시간도 길어서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기자가 남미 취재를 계획하고 한달전쯤부터 항공편을 알아봤지만 스케줄 잡기가 어려워 결국은 구정기간까지 남미에서 체류하는 일정으로 거의 2주간인 13박 14일의 취재 여정에 오르게 됐다.

<브라질공항 입국수속에 2시간>

기자가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1월 25일 오전 11시 40분이었다. 인천공항을 떠난 대한항공 여객기는 먼저 LA에 도착하여 2시간 남짓 대기하다가 승객을 바꿔 태우고 또다시 11시간 정도를 비행하여 브라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1월 24일 저녁 9시 40분쯤 출발하여 브라질 도착까지 무려 23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더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상파울루의 구아룰호스(Guaulhos)공항은 너무나 혼잡하여 빠져나오는데 무려 1시간 45분이나 걸려 실제로는 25시간이나 걸린 셈이었다. 구아룰호스공항은 마침 휴가철이라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 조차 없었는데, 외국인 입국 수속을 담당하는 출입국사무소직원들은 많지 않아서 승객들이 줄을 수백미터씩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모두들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서루르지 않아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브라질의 물류 현실을 절감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다행히 공항을 빠져나오자 한진해운 상파울루지점의 박호식 지사장(법인장)의 안내를 받아 시내 호텔까지 이동은 편하게 할 수 있었다.

▲ 한진해운 산토스항 사무실 내부 광경

우선 박호식 지사장에게서 브라질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들었다. 박 법인장은 "한국 주재원과 함께 나온 부인들은 부임 3개월까지는 매일 울고, 본국으로 들어가기 6개월전부터도 운다"는 말이 있다고 들려줬다. 처음엔 너무나 적응하기가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헤어지기가 섭섭한 곳이 브라질이라는 것이다. 기후와 날씨가 좋고 먹거리도 많지만 비즈니스 환경은 매우 열악하여 주재원들의 고충이 심하다고 했다.

박호식 지점장은 브라질 비즈니스의 어려움에 대해 "일처리가 너무 느리고, 관료 행정주의가 만연하여 요즈음 덜 하지만 과거에는 뒷돈을 줘야만 일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입화물을 통관할 때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엄청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고 했다. 통관뿐만이 아니고 일반적인 행정절차도 너무나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신분증을 만드는데 무려 1년이나 걸렸으며 운전면허증 신청 문제로 20번이나 관청을 방문했다고 했다. 게다가 물가가 비싸고 세금이 엄청 높게 나오며 그에 비례하여 인건비도 높아서 우수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살인적인 물가의 예로 자동차 브러시 하나에 200달러나 한다는 점을 들었다.

<비즈니스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

박호식 지점장이 그밖에 지적한 브라질 비즈니스의 어려운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류기업으로서 더더욱 어려운 것은 인프라 시설이 열악하여 일처리하기가 매우 힘이 든다는 점이다.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사항은 남미의 최대항만이라고 하는 산토스항에서도 절감할 수가 있다. 현재 1번서부터 4번까지 4개의 컨테이너부두가 있는데 최근에 시설 부족을 절감하여 정부가 주도하여 제5번부두를 건설하고 민간선사들이 제6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사들이 언제 완공될지 현재로서는 짐작할 수가 없다. 컨테이너 부두시설이 부족한데 빨리 보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한 경우 컨테이너정기선이 터미널에 배를 대지 못하여 1주일을 기다리기도 하는 지경이니 항만 사정은 최악의 수준이라고 할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부두 건설이 되지 않는 이유는 브라질의 재정사정이 여의치 않고, 전형적인 셀러스마켓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사람들의 느긋한 성격도 공사가 늦어지는 원인 중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박호식 지점장은 따라서 하주나 포워더가 브라질에 수출화물을 보낼 때에는 사전에 정보조사를 철저히 하여 서류에 하자가 없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브라질에서는 수입시에 선박이 브라질 영해 진입 48시간전에 적하목록과 함께 수입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수정하게 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세관 공무원들은 담당자들마다 법해석이 다르고 대체적으로 비용을 과다 청구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 한진해운 남미동안 본격 서비스>

호텔에서 여장을 푼 뒤 상파울루 중심가의 기자가 묵던 호텔(시저 비즈니스호텔)에서 가까운 한진해운 사무실을 박호식 지점장의 안내로 방문해 보았다. 저녁시간이라 직원들은 퇴근하고 없었으며 건물로 들어서자 경비와 연락하여 안에서 문을 따줘야만 빌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철저한 보안시스템이었는데, 이는 그만큼 치안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박호식 지점장은 말했다. 한진해운은 현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낡고 사무실 자체가 협소하여 좀 더 큰 신축건물로 곧 이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진해운이 남미 동안 지역 컨테이너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12일(아시아 출발 기준)이었다. 당시에 한진해운 3척, 짐라인 3척, 완하이 라인 2척, CCNI 2척, 하파그로이드 1척 등 5개사가 모두 11척의 425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하여 부산-중국-동남아-남아공-남미 동안(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종전에 한진해운의 남미동안 서비스는 그동안 계열회사라고 할 수 있는 세나토 라인의 선박을 이용하여 유럽과 남미동안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전부였는데, 한진해운 이름으로 자체선박을 투입하여 아시아-남미동안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부터는 중국 차이나쉬핑, 현대상선, CMA CGM과 손잡고 10척의 2500teu급 컨테이선으로 극동지역과 중미와 남미 서안(콜롬비아, 에쿠아도르, 페루, 칠레)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로써 남미동안과 남미서안을 동시에 직접 서비스하는 국적선사가 된 것이다.

한진해운의 서비스 가운데 브라질 산토스항을 기항 서비스는 두개가 더 있다. 하나는 앞에서 설명했던 유럽과 남미동안을 연결하는 서비스이고, 또하나는 NBS 서비스라고 미국의 뉴욕, 노포크 등지와 남미의 브라질을 연결하는 피더선 서비스이다. 원래는 NBS서비스는 일본의 NYK가 6척의 1,100teu급-13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넣어서 서비스 하던 것을 11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빼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1300teu급 각각 1척 씩을 투입하여 3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뉴욕, 노포크, 사반나가 기항지이고 당분간 브라질은 산토스항과 나베간테스(Navegantes)에 기항하게 된다.

<산토스항 선사들에게 고자세>

한진해운은 브라질 현지법인을 상파울루에 두고 있고 상파울루의 관문인 산토스항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상파울루 지점은 박호식 지점장이 관할하고 있고 산토스항 사무소에는 최요환과장이 파견되어 항만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본격적으로 서비스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이 대기업 중심이고 셀러스 마켓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물가가 비싸고 인프라 구축이 안 돼 있어서 처음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애를 먹게 마련이다.

브라질 산토스항은 신규 진출 선사라면 누구든 기항하고 싶어하는 남미 최대 항만이다. 하지만 하천을 따라서 형성된 하구항이어서 수심이 낮은데다가 컨테이너 터미널이 부족한 관계로 기존 서비스 선사들의 물량마저도 다 처리해내기 어려운 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브라질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신규 진출 외국선사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토스항 터미널들은 고자세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체선을 이유로 아예 입항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체선은 심각한 상황이어서 지난해 10월의 경우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도 36시간 대기하다 선석을 배정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조금 여유가 있는 여름시즌(우리의 겨울 시즌)에도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것은 다반사이다.

세관당국이 선사가 확인할 수 없는 컨테이너 내용물의 하자를 들어 환경보호 차원이라며 페널티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브라질은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없는 룰을 만들어 행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애를 먹기도 한다고 박호식 지점장은 말했다.

<범한, 유일의 한국 물류기업>

1월 26일 수요일에는 오전에 범한판토스를 방문했다. 종합물류기업 가운데는 유일하게 범한판토스가 브라질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었다. 범한판토스사무실은 기자가 묵고 있던 시저스비즈니스호텔이나 한진해운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역시 시내 중심가에 있었다. 조민행 법인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범한판토스의 브라질 법인은 범한판토스의 미국법인 FNC.Inc에 속해 있고 따라서 본부는 미국이다. 물론 FNC도 범한판토스 현지법인이니까 어차피 범한판토스의 계열회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범한판토스 브라질 법인(Pantos do Brasil Logistica Ltda.)은 2007년말에 설립됐다. 한국 물류기업 가운데는 최초이자 유일한 법인 설립이었다. 범한판토스는 최근에 파나마 지사를 설립하여 중미서비스를 강화한데 이어 앞으로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 남미국가들을 총괄하는 남미지역 본부가 상파울루에 생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범한판토스 브라질 법인은 설립초기에는 LG전자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컨테이너 국제운송에서 그룹화물의 리시빙 역할을 주로 담당했지만 이제는 LG전자 외에 제3자 화물 영업 쪽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의 수출입업무 아웃소싱 역할은 물론이고, 특히 마나우스지역의 LG디스플레이나 모듈 생산라인 관련 수송을 중심으로 해상, 씨앤에어서비스, 에어서비스 등 복합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부터 통관이나 내륙운송업무도 직접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극동지역에서 브라질로 수입되는 컨테이너화물을 중심으로 수입화물은 월간 2000teu 정도를 취급하고 있으며 이중에 LG전자 계열 화물이 70-89%를 차지하고 있다. 범한판토스가 남미지역에서 연간 취급하는 컨테이너 물량이 7만teu 점을 감안해 보면 브라질의 위상은 대단히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범한판토스 브라질 조민행 법인장이 자사 로고가 새겨진 간판 앞에서 웃고 있다.

<까다로운 수입화물 통관 절차>

범한판토스 조민행 법인장도 최초로 진출한 한국국계 물류법인으로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우선 뭐니뭐니 해도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 문제다. 물가가 비싸다 보니 인건비도 비싸게 되고 결국은 회사 경영의 코스트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처럼 흘러야 하는 물류에 장벽이 너무나 많은 것도 또한 브라질의 문제점이다. 수출 보다는 수입에 대해 엄격하게 다루기 때문에 수입 통관에 매번 애를 먹는다. 예를 들어 선적서류는 반드시 수기로 서명해야 하며 반드시 원본으로만 통관을 할 수가 있다. 만약에 작성한 서류에 한자라도 틀리면 3000달러까지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과거에 외국에서 수입을 할 경우는 세관원들에게 금품을 상납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런 악습은 상당부분 정리되었지만 아직도 일부 중소기업들은 뇌물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지나친 관료주의인데다가 실무자들의 권한이 강화되다 보니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수입허가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어서 예측이 불가능한 행정이라고 조민행 법인장은 밝혔다.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수정 신고를 할 경우 2-3주간 수입허가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창고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몇주간의 보관료로 몇만달러를 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렇게 통관이 어렵다 보니 FOB 조건의 수입이 일반화 되어 있다. 수출하는 측이 배에 실어서 보내면 수입하는 측이 브라질 현지에서 알아서 찾아가는 형태의 무역이 일반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인건비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도 문제다. 수입서류나 선적서류는 일일이 수기 사인을 해야 하고 전자문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서류들은 모두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한다.

선진국형의 노동시스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브라질은 노동법이 아주 잘 돼 있어서 노동자들의 천국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에 종업원들을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 종업원들은 1년에 한달씩 반드시 휴가를 가야하고 혹시 경영자가 직원들을 야단치거나 하면 바로 소송을 당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고비용 구조, 몰이해 안타까워>

조민행 법인장은 물류회사로서 겪는 고통도 하나 둘이 아니라고 했다. 갖가지 문제점 때문에 주재원들끼리는 브라질을 ‘우라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 물류회사로서 어려운 점은 통관이나 수입관련 서류를 세심하게 챙기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다. 모든 서류들은 수기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서류를 5년씩이나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통관시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최근에 프리타임이 짧아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선사들이 30일 정도의 프리타임을 줬는데 터미널 사정이 좋지 않는 관계로 최근에는 20일로 단축되었다. 체선할증료 같은 것은 보통 2000달러에서 3000달러 하지만 중간에 낀 물류업체들이 대납하고도 하주들에게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조그만 포워더들은 자금경색을 겪게 되고 몇 년 하다 사업을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디텐션 서차지만을 전문적으로 받아주는 변호사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이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가 있다.

<범한, 남미지역 법인 증설 계획>

조민행 법인장은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현지 사정을 한국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물가가 높고 각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브라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브라질 현지에서 보낸 견적서를 보고 마치 중간에서 운임이나 마진을 착복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말 설립된 범한판토스 브라질 법인에는 현재 45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다. 주재원은 법인장을 포함 2명이고 현지인이 43명 근무하고 있으며 주로 마나우스, 따우바떼 등지에 공장이 있는 LG전자의 수출입화물 아웃소싱 일을 담당하고 있다. 수입물류업체 가운데는 상파울루지역에서 탑 5안에 들어간다는 범한판토스 브라질은 수입화물 취급 위주이고 수출화물은 아직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범한 판토스는 최근에 중미의 파나마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남미지역인 콜롬비아,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등지에 순차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범한판토스 브라질은 kotra 상파울루 무역관과 협의하여 아르헨티나에서 처럼 ‘통합물류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기업전문 포워더, 썬트란스>

범한판토스 조민행법인장을 만나고 함께 점심을 먹은 다음 찾아간 곳이 한국계 포워더인 썬트란스(Suntrans Logistica Brasil Ltda)이다. 썬트란스의 이재훈 지사장은 “과거에 브라질의 한국계 포워더들은 교민들을 대상으로 원단이나 의류를 수입하는 것을 주로 취급해 왔으나 최근에는 그 숫자가 줄어들어 모두 10개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 중에는 ALSPAC이나 HYC같이 브라질 내에서도 10위권에 드는 한국계 포워더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브라질의 한국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포워더인데 반해 썬트란스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포워더로 발전해 왔다. 2006년 3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CJ GLS와 손잡고 공항건설에 들어가는 프로젝트 카고를 운송하면서 성장했다. 중국과 한국에 많은 포워더들과 파트너 관계에 있는데,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부산지역의 대표 포워더 은산해운항공이 가장 큰 거래처라고 했다. 썬트란스는 수입은 일본선사 MOL과 CMA CGM을 많이 이용하고 수출은 최근에 진출한 CCNI나 CSCL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지사장도 물류회사로서 어려운 점에 대해서 이것저것 털어놓았다. 수입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자동화 체계화 되어 있지 않아 업무처리가 무척 까다롭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선적 한건을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고 따라서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선적서류는 일일이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만약에 정정을 하게 되면 페널티를 물게 될 뿐만 아니라 해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새로운 여자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은 했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훈 지사장은 “브라질에서 신규회사를 설립하면 1년을 견디는 회사가 30%, 3년을 버티는 회사가 10%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있다”며 고용주 입장에서는 노동법이 부담스럽고 인건비는 매우 높으며 세금은 복잡하고 부담스러워서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 썬트란스 이재훈 브라질 지사장

<브라질 연평균 5% 경제성장>

다음에 찾아간 곳은 과거 무역진흥공사 kotra이다. kotra 남미지역 총괄 겸 상파울루 무역관 센터장인 김두영 센터장, 황기상 부센터장, 물류에 정통한 이정상 차장 등 3인이 나와서 기자를 맞아주었다. 기자는 이들로부터 한국기업의 브라질 진출현황과 브라질 물류의 문제점 등에 대해 들었다.

이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땅 면적과 인구가 모두 세계 5위인 국가이다. 땅은 한반도의 약 38배이고 인구는 1억 9267만명으로 남한 인구의 거의 4배에 달한다. 공용어는 포르투갈어이고 종교는 천주교 신자가 71%를 차지한다.

이런 브라질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4.7%의 경제성장을 시현했다. 그후 글로벌 위기 이후인 2009년도에 잠시 주춤했지만 2010년에는 무려 7.6%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었다. 2010년 상반기에 무려 8.9%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여 14년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브라질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외국인들의 직접투자(FDI)는 2006년부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 월드컵 경기와 2016년 리오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개최로 2010년에는 무려 320억달러의 투자가 몰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출입실적도 경이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브라질의 대외 수출은 31.9%가 증가한 2019억달러이고 대외수입은 42.2%가 증가한 1816억달러에 달했다. 수출 증가는 주로 철광석과 농산물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 때문이며, 수입증가는 중산층의 확대와 헤알화의 강세현상, 그리고 대형국책 사업의 추진에 따른 기계장비 수입의 증가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 kotra 김두영 남미지역총괄 KBC센터장
한국은 브라질의 제6위 수입대상국이다. 한국산의 수입은 브라질의 전체 수입 가운데 2008년 3.1%에서 2009년 3.8%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브라질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은 자동차, 전자제품, 전자부품, 철강제품, 석유화학제품, 기계류 등이고 한국이 브라질에서 수입하는 주요 품목은 농산물, 철광석, 철강제품, 제지원료 등이다.

브라질의 산업은 ‘상강하박형’이다. 상층부의 경우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하여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어 있고 대기업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이 발달하지 못해 부품산업이 아주 취약한 상태이다. 또한 소수의 대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과점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M&A가 활발히 일어나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장구조 때문이다. 또한 브라질은 공급자 중심 시장인데다가 내수중심의 시장이다. 소수의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들의 가격결정권이 아주 높은 상황이다.

이밖에도 브라질은 빈부의 격차가 심해서 고가시장과 저가 시장으로 양분화 되어 있고 이자율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외상거래를 선호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세금 부담이 높고 지역별로, 주별로 주민들의 특성이 달라 상관습 등이 다른 점도 비즈니스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대자동차 공장 건설 기대>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측은 브라질인들의 특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민으로 구성된 다양성의 국가이고, 낙천적이며 상술에 능하고, 과장법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고 기재해 놓았다. 이에 따라서 이들과 상담을 할 경우는 여유를 가지고 대국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이해야 하면서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의 의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브라질에 진출한 주요한 한국기업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서울전자통신, CJ, 효성 등이다. 포스코는 철광석 수출기업 발레(VALE)사와 빅토리아에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삐라시까바라는 지역에 6억달러를 투자하여 공장을 건설중인데 내년말 정도에 완공되면 연간 1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모비스가 삐라시까바지역에 모듈과 범퍼 생산공장을 내년말 완공할 계획이며 효성, 다이모스, 한일이화, 화신, 두원공조, 하나마이크론, 동국제강, LS전선 등도 브라질에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물류 기업중 브라질 진출현황은 한진해운이 상파울루에 현지법인을 운영중이고 유코카캐리어스가 상파울루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STX팬오션은 리우데자네이루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다.

<세관 파업 통관 2개월 중단>

kotra 상파울루 KBC센터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물류의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여 물류가 어려운데다가 통관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까다로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특히 통관의 경우는 보통 때는 잘 되다가도 갑자기 통관이 안되는 등 예측 불허의 일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초에는 2개월동안 세관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모든 수입화물 통관이 중단된 적이 있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세관직원들의 파업은 1년에 한차례씩 있는 국세청 파업에 따라 매년 발생하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통관이나 물류부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려면 적정 재고 보다 많은 재고를 항상 준비해야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물류를 도로운송에만 의존하고 도난이나 안전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결과적으로 코스트를 인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정보의 생성 자체가 되지 않고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어서 정보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는 물류산업이 발달할 여지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복합운송을 할 수 있는 종합물류기업이 브라질에는 없다고 했다. 도로운송이면 도로운송, 해상운송이면 해상운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자기 영역을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기업들은 담당실무자가 휴가를 가버리면 그 업무는 마비되고 만다. 대체요원을 미리 확보해 놓지를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관은 언제든지 늦어질 수가 있다. kotra 관계자도 실제로 한국에서 차량을 구입하여 가져 오는데 브라질 항구에 도착하고도 1개월 10일만에 통관을 시켜 겨우 찾아왔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세금이 너무 높은데 그대로 세금을 다 내면 비즈니스가 되지 않으므로 편법과 탈법이 예사롭게 일어나고 세무공무원들은 그것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이다. “돈 버는 법은 탈세밖에 없다”는 말이 있지만 잘못하여 걸리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열악하지만 ‘희망’ 기업들 몰려>

kotra 관계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 경제주체들이 모여드는 것은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많으며 소비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경제성장과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발전의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은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54%까지 확대되어 소비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브라질이 한국인의 근면성을 배우고 사회적시스템의 효율화만 이룰 수 있다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는데 안타깝다는 마지막 촌평이었다.

“한국 조선기자재업체 진출 요망”

김두영 남미총괄 센터장은 대담 끝에 ‘브라질 조선 및 기자재 산업 현황’이라는 자료를 내밀었다. 브라질이 브라질국영의 석유회사 Petrobras의 심해 유전 개발사업을 본격화 한 1998년 이후로 조선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으며 2001년에 유조선 및 조선기자재 현대화 프로그램인 PROMEF를 발표하여 조선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리의 중소기업, 특히 조선부품회사들의 브라질 진출의 기회가 열렸다며 관심을 가지고 국내 조선업체와 기자재 업체들의 진출을 유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Petrobras의 해운 자회사인 Transpetro는 2006년에 유전개발에 이용될 26척의 선박 구매 프로젝트를 공개입찰을 통해 발표했다. 또한 2007년에는 룰라정부가 경제촉진 프로그램인 PAC를 발표했는데 이중에 조선산업이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전략산업의 하나로 꼽혔다. 이에 대해 우리 조선업계와 기자재 업계가 관심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김두영 센터장은 밝혔다.

<한진, 터미널현장 철저 조사>

1월 26일 지역 상파울루 시내의 한국 음식점에서 열린 주재원 물류 좌담회에서도 브라질이 얼마나 비즈니스 환경이 나쁘고 물류부문에 장애가 많은지 조목조목 많은 얘기들이 제시되었다. 사회를 보는 기자가 ‘좋은 것은 뭐 없는가’ 하고 아무리 방향을 아무리 틀려고 해도 바꾸기가 어려웠다. 내내 ‘뭐가 나쁘고, 뭐가 안되고’ 하는 비관적인 얘기들만 듣자니 실증이 날 정도였다.

1월 27일 목요일은 한진해운 실무자들의 안내를 받아 한진해운 사무소가 있는 상파울루에서 가까운 남미 최대 항만, 산토스항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전날의 좌담회에서 산토스항의 사정이 대단히 열악하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서 별반 기대감 같은 것은 없었다.

▲ 산토스항 인근의 휴양지 전경, 산토스항 인근은 유명한 휴양지였다.
상파울루를 출발하여 한없이 내려가는 긴 터널을 통과하자 상파울루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해변이 보이면서 그림 같은 휴양지가 나왔다. 바로 산토스항 인근의 해수욕장이었다. 상파울루 출발한지 2시 30분여만에 산토항에 도착하여 일단 한진해운 산토스항 사무실을 구경했다. 마침 한진해운의 뉴욕 미주본부에서 출장을 나온 김대양 차장도 산토스항에서 한진해운이 이용하고 있는 터미널들을 조사할 계획이어서 기자와 둘이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방문하기 했다.

기자가 김대양 차장과 함께 방문한 한진해운이 이용하는 산토항의 테콘디(TECONDI) 터미널은 보기에도 문제가 많아 보였다. 우선 야드가 부족하여 아주 협소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많은 부분에서 4단적, 5단적 해놓고 있는 컨테이너들이 많이 보였다. 하역장비는 겐트리 크레인 보다는 모바일 크레인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작업 광경이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기자 일행은 차를 타고 야드 투어에 나섰는데 공간이 비좁아 몇 번이고 하역작업을 하는 야드 트랙터와 부딪칠 뻔 했다.

테콘디 터미널 운영본부에서 김대양 차장과 함께 정식으로 터미널 운영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이 브리핑에서 산토스항이 河口港(하구항)임을 알았다. 브리핑 중간 중간 김대양 차장은 구체적이고도 실무적인 질문을 했고 그 때마다 메모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진해운이 남미서비스와 터미널 운영에 있어서 선진적인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결의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한국 기자로서 흐뭇한 기분이었다.

▲ 산토스항 테콘디터미널은 너무 비좁아 차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위험했다.

<산토스항 컨화물 16% 증가>

테콘디 터미널은 Formitex그룹과 Barbeito 그룹이 대주주로 되어 있고 현재 터미널을 25년동안 임대계약해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터미널 1(TCD 1)은 길이 210m에 수심 11.5m이고, 터미널 2(TCD 2)는 길이 295m에 수심 12.6m를 확보하고 있다. 터미널 3(TCD 3)은 안벽길이 320m에 수심 17m로 공사가 계획되어 있으나 아직 공사중이다. 원래는 2010년 완공 목표였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았고 수심 17m라는 것도 조금 믿기가 어려웠다. 제3터미널까지 완공되어야만 워터프론트지역 8만 8000평방미터에 전체 부지가 19만평방미터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재 장비는 모바일 하버 크게인 7대(컨테이너 15열 작업 가능 크레인 2대, 17열 작업가능 2대, 19열 작업가능 3대 등)와 리치 스택커 32대 등이 있다.

테콘디 터미널은 ASE 서비스를 하는 Hanjin, Zim, CCNI, Wan Hai, Hapag-Lloyd와 NHX 서비스를 하는 PIL, K-Line, Hyundai, NYK와 그리고 GS1 서비스를 하는 Libra, Hapag-Lloyd 등이 정식으로 기항하고 있다.

테콘디 터미널이 비좁기는 하지만 하역처리 실적 면에서는 최근에 대단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토스항 전체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을 보면 2007년 253만 2900teu였던 처리 실적이 2008년에는 267만 4975teu로 약 6% 증가했다.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226만 5188teu로 15%나 감소했지만 2010년에는 262만 6845teu를 기록 다시 전년대비 16%의 증가세를 보임으로써 2008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2010년 테콘디 터미널의 컨테이너화물 취급 물량은 37만 2633teu로 산토스항 전체 취급물량의 14.2%를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한 전년대비 실적으로는 34%나 증가한 것이어서 다른 컨테이너 터미널의 증가세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이면에는 후발주자인 한진해운 외 4개선사 얼라이언스가 7월부터 본격 기항하기 시작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테콘디 터미널은 산토스항을 들어오는 강 하구에서 상당히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산토스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모두 5개가 있는데 로드리말(Rodrimar) 터미널이 맨 안쪽에 있고 연이어 테콘디 터미널이 있고 강의 하구 입구쪽 바다와 가까운 곳에 리브라(Libra)터미널과 산토스 브라질(Santos Brasil) 터미널이 있다. 나머지 하나는 공용 터미널이지만 취급량은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이중에 테콘티 터미널은 3위 정도의 터미널이다. 항만 전체 취급 물량중에 제일 큰 산토스 브라질 터미널이 50% 가깝게 처리하고 있고 리브라 터미널은 약 28% 정도, 테콘디 터미널은 약 15%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 외부에서 바라본 테콘디 터미널. 화물이 그야말로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다.

<민영터미널 한창 건설 중>

테콘디 터미널 방문을 마친 기자 일행은 점심 후에는 산토스항만국에서 내주는 항만순시선을 타고 직접 강을 따라 컨테이너터미널을 외곽에서 둘러보았다. 항만순시선을 타고 가면서 본 가장 인상적인 것은 테콘디 터미널과 로드리말 터미널을 조금 지나자 배가 달리는 왼편으로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을 본 것이다. 이 터미널은 ‘브라질 터미널(Brasil Terminals)로 명명되었으며 선사인 MSC와 Maersk의 모그룹 APM이 50%씩의 지분을 투자하여 건설하는 것으로 완공 목표는 2013년이다.

열심히 트럭들이 왔다 갔다 하며 지반 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터미널은 29만 2000평방미터로 건설되는데 공사가 끝나면 연간 110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의 작업 속도로 볼 때 2013년 개장은 무리가 없어 보였다.

다음은 항만순시선이 완전히 더 안쪽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면서 강 하구쪽 내려고 할 때 역시 왼편으로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을 위해 터를 파놓은 현장이 보였다. 공사중인 이 터미널이 바로 브라질 정부에서 건설한다는 엠브라포트 터미널(Embraport Terminal)이다.

이 터미널은 정부에서 돈을 대서 33.3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DP World, Odebretch 같은 기업들도 일정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계획은 2011년말까지 1단계를 마무리하여 2012년부터 우선 운영에 들어가고 최종적으로는 2015년에 모두 완공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공사 진척도로 봤을 때 순수하게 민간에서 건설하는 ‘브라질 터미널’ 보다도 늦게 준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완공되면 연간 120만teu의 컨테이너와 석유제품들을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 MSC와 머스크라인이 건설하고 있는 민영 컨테이너터미널의 공사 모습.
▲ 정부에서 건설한다는 컨테이너터미널의 모습. 대체로 한가해 보였다.

< 비좁은 수로폭 사고 위험까지 >

배를 좀 더 몰아서 산토스항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인 산토스 브리질 터미널에 접근하자 함부르크 수드의 컨테이너선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종종 함부르크 수드의 컨테이너선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선사가 남미지역 서비스의 강자임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산토스항의 강 하구는 대형선들이 교차 운항하기에는 너무 비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좁은 강 하구에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커선 게다가 호화유람선들이 뒤엉켜 출입항을 하게 되므로 사고의 위험성은 상존하는 상태였다.

‘산토스 브라질 터미널’ 맞은 편 쯤에 벌크선 정박 부두에 북한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도 보였다. 조그만 화물선인데 좀 남루해 보였고, 선박명은 한글로 ‘베개봉’호라고 쓰여 있었다. 선명 밑에는 선적지인 북한 ‘청진’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항만순시선을 타고 2시간 가까운 항만 투어를 한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하는 시간이었다. 산토스항을 우리에게 보여준 항만순시선은 평시에는 예인선으로 쓰이는 선박이었다. 한바퀴를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자 기자일행은 배에서 내렸고, 이것이 브라질에서의 마지막 취재였다.

▲ 산토스항에 정박해 있는 북한 배 베개봉호의 모습.
▲ 산토스항 컨테이너 터미널을 들어오는 수로는 좁아서 사고 위험성이 있어보였다.

<브라질 안전불감증 새삼 느껴>

1월 28일 금요일은 상파울루 공항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출발했다. 브라질의 TAM항공사가 있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고(비행기 약호는 PZ) 나중에 이 항공사가 안전도가 극히 나쁜 항공사라는 것도 알았다. 비행기가 브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 무사히 내리자 승객들은 모두들 일제히 박수를 쳤다. 지금에 와서 이해하는 것이지만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다시금 안전 불감증에, 여러 가지 후진적인 모습이 있는 나라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알 수가 있었다. 빗나가는 얘기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지 못한 항공사 1위가 TAM 항공사요, 2위가 중국의 차이나에어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어쩌면 이런 점에서도 중국과 브라질은 아주 많이 닮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사실 기자는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를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갈 수가 없었다. 1주일 남짓만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3국을 도는 일정에 리오데자네이루까지 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비행기 티켓도 구하기 어려웠다. 물론 리오데자네이루에 있는 철광석 수출회사 발레(VALE)사를 가고 싶었지만 이회사가 기자들의 방문을 반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협조도 얻기 어려웠다. 마침 리오데자네이루에는 엄청나게 홍수가 나서 치안도 불안하고 하여 현지에 있는 사람들도 가능한 방문하지 말 것을 조언하는 형편이었다.

<LK글로벌 공동물류센터 설립>

아르헨티나에서는 역시 kotra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의 이정훈 KBC센터장의 도움을 받았다. 일부러 묵고 있는 호텔에 까지 찾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유일무이한 교포 물류업체(포워딩회사)의 사무실까지 친철하게 안내해 주었다.

▲ 브라질 LK글로벌 강태민 사장
LK 글로벌(LK Global S.A.)의 강태민 사장은 곱슬머리에 전형적인 입지전적인 사업가였다. 이미 상파울루에서부터 범판판토스 조민행 법인장으로부터 얘기를 들은 바 있지만, 그는 남미지역에서 최초로 한국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물류센터를 지난 2009년 8월 1일부로 오픈하여 유명해진 인물이다. LK글로벌과 kotra가 공동물류센터 사업을 펼쳐 현재까지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상파울루의 범한판토스가 역시 kotra와 손잡고 공동물류센터를 개설하려는 것은 LK글로벌 사례를 벤치마킹 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한국공동물류센터에 가입하여 공동물류센터(창고)를 이용하고 있는 회사는 현재까지 10개사. 주요 가입는 자동차부품업체, 의료기기업체, 사무용가구회사 등등이며 이 센터는 LK글로벌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공동물류센터는 ‘라뿔라타’라는 자유무역지대에 있는 보세창고로 일부를 임차한 것으로 이것을 공동물류센터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로로 강태민 사장은 지난해 무역의 날에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LK글로벌은 지난 1996년 1월달에 창립된 회사로 안전한 내륙수송으로 정평이 나 있는 회사이다. 전자제품 LCD의 경우 부산에서 LA까지는 해상운송한 다음 트럭으로 마이애미까지 운송하고, 다시 마이에미에서 브에노스아이레스까지는 항공으로 수송한 다음 여기서 다시 아르헨티나의 남단 공장지대인 우수아이어 지역까지 트럭으로 운송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만 한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 브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피더선을 이용하여 연안운송을 하지 않고 먼 거리를 트럭으로 운송하는 이유는 연안해운 피더선 서비스 스케줄 사정이 아주 나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아르헨티나에서 2개사 밖에 없으며 우수아이어지역에도 보세창고가 2동 밖에 없어서 다른 포워딩업자들은 아예 운송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했다. LK글로벌이 이처럼 내륙운송에서 강점을 갖는 이유는 오랫동안 서비스를 해왔고 노조들과 친분관계가 두텁기 때문이다.

<물류업, 아르헨의 유망 업종>

LK글로벌은 일반 포워딩업무도 하지만 범한판토스의 대리점 역할도 하고 있다. 물량으로 따지면 대리점 화물이 30% 정도이고 일반화물이 70%정도이다. 주요 이용하주는 타이어제조업체 FATE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의외로 강태민 사장은 ‘불가능 이란 없다’는 말을 신봉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세관 관계자들과 친분이 깊어 통관에 지금까지 어려운 점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관계로 2008년말에 우리나가 세종기지 확장공사를 할 때 장비들을 도맡아 운송하기도 했다.

물론 아르헨티나가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거래에 있어서 부대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눈으로 바라보면 아르헨티나에는 분명 희망이 있다고 했다. 인접국가인 브라질의 발전은 결국 아르헨티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데 초석이 되는 물류산업은 앞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유망한 업종 중에 하나라고 강사장은 강조했다.

LK글로벌에서 미팅을 마치고 강태민 사장과 kotra 이정훈 센터장이 함께 정통 아르헨티나식으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큼지막한 아르헨티나 스테이크는 육질이 좋아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이정훈 센터장의 안내로 kotra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을 방문했다. 이정훈 센터장 역시 아르헨티나와 우리나라의 통상관계 자료를 내놓았다.

<아르헨 남미의 3위 경제대국>

▲ kotra 아르헨티나 이정훈 센터장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 3위의 경제대국이다. GDP와 교역은 멕시코와 브라질에 이어 3위이고 인구는 3936만명이다. 1인당 GDP는 구매력 기준으로 1만 3307달러(2007년 통계)로 남미에서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2007년 당시 남미의 선진국이라는 칠레의 1만 3903달러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수출은 53%가 농축산물과 광산물이다. 해바라기 기름, 대두유, 꿀 등이 세계적으로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옥수수, 소고기, 대두, 포도주 등의 수출도 많다. 반면에 공산품은 수입에 의존하거나 다국적 기업의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유럽계의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유통망은 다국적 대형 유통망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최근 중국계의 수퍼마켓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인 것도 특이할만한 사항이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수출국은 브라질, 칠레, 중국, 미국 등이며 주요 수입국은 브라질, 미국, 중국, 독일 등지이다. 우리나라는 대아르헨티나 수입에서는 27위 대아르헨티나 수출에서는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는 스페인, 브라질, 캐나다, 미국 등이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교역 규모는 2008년 15억달러 수준을 달성했지만 2009년에는 11억달러로 4억달러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수출은 경쟁력이 있는 공산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주요 품목은 텔레프탈산, 자동차, 플레에스터, 액정디바이스 등이고 수입은 아르헨티니아 농산물이나 원재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요수입품은 동광, 대두유, 박류, 사료, 어류, 치즈 등이다.

<치안상태 나빠 절도 조심을>

아르헨티나에 우리 기업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전자회사로는 삼성전자가 1996년 진출했으며 LG전자는 그보다 훨씬 전인 1986년에 진출했다. 종합상사로는 대우인터내셔날이 1977년 일찍 진출했으며 수산회사도 한성기업, 사조산업, (주)동남, 경신원양, 정안수산 등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진출했다. 일부 의료기기 수출회사와 자원관리회사도 진출해 있다.

아르헨티나에 갈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치안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01년부터 경제가 파탄상태에 빠지자 빈민층과 실업자가 늘어나 수퍼마켓 강도와 유괴 살인 등 강력사건이 증가하고 있어서 신변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 책자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출장 온 사람들이 지갑을 도난당하는 사례가 많아서 기자에게도 kotra 이정훈 센터장이 몇 번이고 주의를 환기 시켰다.

이정훈 센터장에게 한국에서 아르헨티나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이 있는가를 물었다. 우선 수출기업들 입장에서는 납기를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지리적으로 먼데다가 인프라가 미비하여 납기 맞추기가 어렵고 그런 만큼 물류 비용이 최고로 비싸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치안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은 1월 29일 저녁 한국선급 부에노스아이레스 권혁상 지부장을 만났을 때도 실감을 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에서 좀 떨어진 한국식당을 찾아갔는데 식당은 마치 교도소처럼 철장문으로 되어 있는 것을 두 번이나 통과해야 했다. 또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웬 청년이 다가와서 권 지부장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권지부장은 지체없이 종이 화폐를 건넸고 청년은 그것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나중에 어쩐일인가 물었더니 그 청년이 자동차를 봐줬다며 잔돈 푼을 요구하는 것인데 안들어 줬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어서 얼른 돈을 집어준 것이라고 했다.

한국 교민들을 노리는 강도사건이 빈번한 것은 사실은 교민들의 잘 못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교민들이 돈을 벌었으면 좀 써야 하는데 돈은 아르헨티나에서 벌고 아들 딸은 모두 미국에 유학시키는 경우가 많아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어떤 한국 교민들은 외국인(예컨대 볼리비아인)들을 불법적으로 채용해 놓고 불법이민이라는 약점을 이용하여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종종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 집을 터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교민들 가운데 누가 돈좀 벌었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반드시 그 집은 털리고 만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주재원들이 현지의 교민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사실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심지어 일부 주재원들이 방탄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이해가 될만한 일이라고 권지부장은 말했다.

▲ 브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왕궁이 보이는 거리.

<KR지부 출항정지율 0%>

한국선급의 권혁상 지부장은 최연소로 지부장이 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젊은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르헨티나에 부인과 함께 부임해 오는 과정은 정말 힘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백화점에서 식료품 등을 잔뜩 사가지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카드를 받지을 않는 것이었다. 여종업원은 ‘도큐멘테’를 자꾸 반복하면서 카드 받기를 거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말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권지부장은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하여 겨우 겨우 정착을 할 수 있었다.

권혁상 지부장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내 중심가에 조그만 사무실을 하나 얻어놓고 혼자 근무하고 있다. 남미지역을 혼자 커버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있는 날이 많지 않아서, 기자가 이날 권 지부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일종의 행운이었다.

권혁상 지부장은 혼자 근무하지만 2010년도에 여러 가지 성과를 올렸다. 우선 검사선박이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PSC를 통해 출항정지된 선박이 한척도 없어서 출항정지율 0%를 달성했다. 더구나 연차검사가 거의 없는 남미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현존선에 대한 검사 수입만으로 2년 연속 6억달러를 달성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우루과이,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관할지역이 광범위 한데 권혁상 지사장이 혼자서 고군분투하여 큰 수임료를 벌어들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사전을 달달 외우고 사무실에 팩스 하나를 놓기 위해 전화국의 자동응답 전화를 수백번도 더 들어보았다는 권혁상 지점장. 어려운 지역에서도 열심히만 한다면 성공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 KR 브에노스아이레스 권혁상 지부장

<즐거운 관광 브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도 브라질 못지 않게 비즈니스 하기가 어려운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치안상태가 좋지 않아서 한국인들의 경우는 방문할 때 소지품에 주의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이런 것을 빼고는 상당히 선진화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1월 29일 토요일은 특별한 스케줄이 없어서 시내투어를 하는 버스를 타 봤는데 버스를 탄 외국인 관광객들은 8개 정도(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등)의 언어로 통역하여 안내하는 이어폰이 있어서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공원도 가보고 길거리에서 아르헨티나식 햄버거도 사먹어 보고, 미술관에도 들려보고 했지만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토요일 오후는 휴일 한때를 즐기려는 인파로 공원은 만원이었고 서양물이 들어서인지 곳곳에서 낯뜨거운 키스를 해대는 커플들이 종종 눈에 띄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아르헨티나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브에노스 아이레스항을 가보기는 했지만 관광지로 조성된 해변을 걸어 본 게 전부여서 부두에서 하역하는 모습 등은 볼 수가 없었던 점이다.

<발전된 남미의 선진국 칠레>

1월 30일 일요일 오후에는 칠레의 LAN항공 비행기를 타고 아르헨티나를 떠나 칠레 산티아고로 넘어갔다. 산티아고 공항에서는 한진해운과 STX팬오션의 현지 직원들의 신세를 톡톡히 졌다. 기자가 묶는 숙소까지 들어오면서 보니 도로가 깨끗이 정비되고, 교통정체도 심하지 않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한창 여름 휴가가 절정이었기 때문에 교통이 좀 수월했던 것이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어놓고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주변은 선진국의 잘 정비된 도시를 온듯한 느낌이었다. 고층 빌딩들이 늘어서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슈퍼와 레스토랑이 주택가와 연이어 있어서 부유층이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기자가 묶고 있던 호텔 부근이 새로 개발된 신도심이었다. 왜 칠레가 남미의 선진국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칠레하면 안데스의 고산지대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인디오들만 사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완전히 잘 못 됐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칠레의 물가도 장난이 아니었다. 생수 한병에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 했다. 한 레스토랑에서는 피자 한조각을 먹고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를 물어주기도 했다. 물론 의사 소통이 안되어 잘 못 시킨 결과이긴 하지만 여하튼 물가가 장난이 아니었다. kotra 산티아고 무역관(KBC=Korea Business Center)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공산품 가격이 인상됐고, 그에 따라 4% 정도의 물가상승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한다.

▲ 한진해운 칠레지사 이황섭 부장

<가장 많은 FTA, 치안 양호>

kotra 자료를 더 좀 살펴보면 무역과 물류를 국가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생각하는 칠레도 2008년까지 호조를 보이던 수출입이 2009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30%대에 가까운 감소추세를 나타냈다. 2010년에는 수출 651억달러, 수입 560억달러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2008년의 사상 최고 수준으로 다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3년 우리나라와 체결한 것을 비롯하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있는 칠레는 외국인의 투자에도 성공적이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중남미 국가 중에 브라질, 멕시코 다음의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칠레에 투자가 많은 나라는 미국, 스페인, 캐나다, 영국, 일본 등이다.

한국은 칠레의 5번째 수입이 많은 수입대상국이고 4번째로 수출이 많은 수출대상국이기도 하다. 주로 우리나라는 칠레에 경유, 자동차, 합성수지, 휴대폰 등을 수출하고 칠레로부터 동괴. 동광 등의 구리 관련품과 펄프, 아연광, 과실류, 육류 등을 수입한다.

한국기업의 진출은 전자제품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레트로닉스가 80년대 초반부터 진출했고 종합상사는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LG상사 등이 진출하여 산티아고에 터를 잡고 있다. 목재 제조업체로서는 이건산업과 신광산업이 독자 법인으로 진출해 있고 플랜트부문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진출하여 법인을 설립해 놓고 있다.

물류기업으로는 1987년에 진출한 STX팬오션과 2005년도에 진출한 태웅로지스틱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진출한 한진해운 등을 들 수 있다. 기타 한국의 타이어회사나 은행, 수산업체도 일부가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칠레는 남미의 선진국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주변의 중남미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비교적 치안상태가 좋은 것도 한가지 요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티아고시에서 만큼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으나 지금은 빈민가처럼 변해버린 구시가지의 경우는 아직도 혼잡한 곳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터미널운영의 강자 AGUNSA>

▲ AGUNSA 페드로 파블로 히오자 수석부사장
1월 31일 월요일에는 한진해운측의 안내에 따라서 한진해운의 대리점을 맡고 있는 AGUNSA와 한진해운과 얼라이언스를 형성, 협력운항을 하고 있는 칠레선사 CCNI를 방문했다. 이 두 회사는 서로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계열회사라고 할 수 있다. 한진해운 현지 대리점 관계자의 안내로 AGUNSA의 수석부사장 페드로 파블로 히오자(Pedro-Pablo Rioja)씨를 만나서 AGUNSA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AGUNSA의 모기업은 EMPRESAS NAVIERAS, 즉 NAVIERAS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룹은 선박과 항공, 항만 대리점과 하역 창고 예도선업 등 모든 해운항만 부대서비스를 하는 AGUNSA그룹의 69%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NAVIERAS그룹은 CCNI 주식의 65%를 갖고 있으며 칠레에 있는 벌크터미널 회사의 주식 66%도 소유하고 있는 해운항만 거대그룹이다.

AGUNSA의 서비스 네트워크는 전 중남미에 걸쳐 있으며 미국과 유럽, 중국, 동남아 등지에도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특히 AGUNSA는 남미지역에서 항만터미널, 크루즈 터미널 운영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항터미널 운영에까지 손을 뻗히고 있다. 항공사 대리점업무(에미레이트항공, 에어 카나다)도 할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에서는 벙커링업무도 하고 있다.

AGUNSA가 기자에게 내놓은 칠레의 경제자료에 따르면 칠레는 1인당 GDP가 1만 4940달러(2010년 예상치)로 남미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칠레 경제 중에 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9.5%로 거의 절반에 가까우며 전체 산업중에 구리 생산과 관련된 것이 42.5%를 차지하여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타산업은 27.4% 밖에 되지 않으며 서비스업은 13.9%를 차지하는 가운데 교통관련이 8.3%로 비교적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칠레의 북단에서 남단까지의 총 길이는 4300km로 해변을 따라 39개의 항만이 산재해 있다. 이중에 11개 항만은 사유항만으로 특정 기업만 이용할 수 있고, 17개는 사유항만이지만 누구나가 이용이 가능하며, 11개항만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퍼브릭 항만이다.

<수출 MSC, 수입 CSAV 1위>

이들 39개항만에서 2009년 취급한 물량은 총 7915만 4000톤이다. 이중에 특정기업만 이용이 가능한 사유항만은 전체중에 39%의 화물을 취급했으며 공공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사유항만에서는 28%의 화물을, 국가운영 항만에서는 33%의 화물을 각각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기업만 이용하는 사유항만은 주로 유류를 취급하는 항만으로 컨테이너항만은 하나도 없으며 컨테이너화물은 주로 국가운영 항만에서 취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AGUNSA 자료에는 칠레에 취항하는 컨테이너선사들의 화물 취급 실적도 들어있다. 2009년도 수입화물의 취급실적을 보면 전체중에 1위는 MSC로 10만 4276teu를 취급했으나 전년도 15만 9447teu 취급에서 크게 후퇴한 실적이었다. 반면 2위 CSAV로 10만 888teu의 수입화물을 취급하여 MSC의 1위자리를 위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적은 2010년 7월말까지의 실적에서는 역전현상이 벌어져 CSAV가 전체 화물 중 19.0%를 취급 1위로 올라서고 2위 MSC는 16.0%를 취급, 적취비율이 약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3위는 Hamburg-Sud, 4위는 Maersk, 5위는 CCNI가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들의 전체 수입화물 수송실적은 2009년 한해 동안 63만 1227teu였으며 2010년 1월에서 7월까지 7개월 동안 총 45만 9059teu를 수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화물에서는 MSC가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칠레의 수출화물 가운데 22만 5501teu를 취급하여 전체 세어 21.9%를 기록한데 이어 2010년 7월말까지 모두 14만 344teu의 수출화물을 취급하여 전체에서 22.3%의 세어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화물 가운데 2위는 CSAV로 2010년 7월말까지 10만 2326teu를 취급하여 16.3%의 세어를 확보하고 있다. 3위는 Hambrug-Sud, 4위 Maersk 5위 HALO로 나타났다. 2009년 전체 실적은 100만 1626teu로, 수입화물 (63만teu)은 수출화물의 63%에 불과한 실정이다.

AGUNSA는 칠레의 주요항만인 이퀴퀘(Iquique), 발파라이소(Valparaiso), 산 안토니오(San Antonio), 릴퀴엔(Lirquen) 산 비센테(San Vicente) 등에 직접 터미널을 확보 운영하고 있다.

<CCNI 컨선 25척 60개국 서비스>

▲ CCNI 호세 루이스 차네스 부사장
AGUNSA에서 미팅을 마치고 바로 같은 건물에 있는 CCNI본사로 운영담당 사장인 호세 루이스 차네스(Jose Luis Chanes)씨를 찾아가 역시 칠레선사 CCNI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칠레의 CCNI는 칠레국영 선사였다가 민영화된 선사로 역사는 80년을 넘는다. 10개의 컨테이너항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2개의 자동차선 서비스루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원양 벌크선 서비스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전세계 60개국의 200여개항구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기항로 서비스를 기준으로 서비스 내용을 구분해 보면 남미동안의 브라질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가 있고, 미국 서비스, 아시아지역 서비스, 유럽 서비스 등 크게 4개의 서비스가 있다. 자동차선 서비스는 또 하나의 정기선 서비스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남미동안까지의 컨테이너선 서비스는 인터콘티넨탈 서비스(ICS)라고 부르는데 한진해운, 차이나쉬핑 등과 함께 4250teu급 11척을 투입을 공동으로 투입하는 서비스이다. CCNI는 2척의 선박을 직접 투입하고 있다. 남미 동안의 피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Cartagena)항에서 브라질의 수아페, 산토스, 리오그란데 등지로 서비스하는 피더서비스로 남미동안 피더 익스프레스 서비스(EFX)로 불리운다.

이밖에도 브라질-유럽서비스, 칠레-미국 동해안 서비스, 북미서안-유럽서비스, 아시아- 중미-남미서안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카캐리어 서비스는 아시아-아프리카 동안-남부 서비스 루트와 칠레-중미-멕시코 서비스 루트 등 2개 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CCNI가 운항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모두 25척으로 자체 소유선박이 3척이며 나머지는 모두 용선선박이다. 나머지 선박은 자동차선 3척을 포함하여 7척에 불과한 실정으로 CCNI는 남미의 컨테이너운송 전문 선사라고 봐도 된다.

<12억$ 투자 컨선 추가 확보>

CCNI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2009년도에 경영에 상당한 위기를 겪었다. 연간 4400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만 것이다. 최대 위기를 맞은 CCNI는 용선료 지급이 어렵자 채권자들에게 채권의 출자전환을 유도하여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다행히 시황이 회복되면서 2010년에는 4000만달러 정도의 흑자를 내게 되어 부채를 해결하고 경영을 정상화 시킬 수 있었다.

호세 루이스 차네스 부사장은 2011년도의 컨테이너 정기선 전망에 대해서 “밝지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벙커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 루이스 차네스 부사장은 지난 1월초에 이미 컨테이너선 구입을 하기 위해 12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컨테이너선은 4-5척, 자동차전용선도 1-2척을 매입하여 자사선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8척 정도의 자체 선박이 있어야 선사 경영에 있어서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서비스도 계속 보강해 나갈 방침이다. 2월부터 유럽-남미동안 서비스를 강화하고 남미지역의 니치마켓도 계속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미 서해안과 남미 서안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확장해 나갈 계획으로 있다.

호세 루이스 차네스 사장은 현재 CCNI는 자체 선박이 너무 없이 차터선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이며 컨테이너선 비중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컨테이너선의 매입과 함께 카캐리어나 탱커 등 비컨테이너선 부문의 비중을 계속 높여 가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유일 한국포워더 태웅로직스>

▲ 태웅로직스 칠레 김성희 지사장
CCNI 방문을 마친 기자는 한진해운, STX팬오션 주재원들과 점심 식사를 한 후 한국포워딩회사로는 칠레에 유일하게 진출해 있는 태웅로직스 현지법인(TGL Chile)을 찾아갔다. TGL칠레의 법인장은 34세의 젊은 여성 김성희(이사벨)씨였다. 외대 스페인어가 출신의 김성희 법인장은 2004년 태웅로직스에 입사하여 1년후인 2005년말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당시 파견되어 지금까지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09년에는 칠레에서 결혼까지 했다.

태웅로직스가 칠레에 어느 지역보다도 먼저 현지법인을 설립하게 된 이유는 석유화확관련 카고 즉, 석유관련 제품인 포리에틸렌이나 레진 등의 화물이 많은데, 칠레와도 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TGL은 월간 600-700teu의 FCL 카고를 취급했는데 이중에 90% 정도는 칠레 수입화물이고 그중 40%가 전자제품이다. 본사에서 거의 매달 레진관련 제품 100teu정도를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화물 유치 영업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태웅로직스는 이러한 TGL 칠레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안으로 에쿠아도르와 브라질에도 지사를 설립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TGL이 칠레에서 한국 등지로 수출하는 컨테이너물량은 많지는 않지만 포도주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리퍼카고의 경우는 냉동쥬스 원액 등이 실리는데 생과일 수송은 남미선사가 독점하므로 실을 수가 없다. 칠레에서 한국계 포워딩업체들이 손을 못대는 카고는 동광 등 구리관련 제품과 생과일 등 농산물이다. 이러한 품목에서는 수출업체가 선사를 지정하게 되는데 칠레의 수출업체들은 칠레선사 혹은 유럽계 선사를 지정해서 쓰고 있는 형편이다.

<니치마켓에 집중해 성공>

태웅로지스틱스 칠레법인이 오늘날과 같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은 본사에서 기본적인 물량을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며, 이는 특히 니치마켓을 제대로 찾아내서 거기에 집중한 덕분이다. 2005년말에 태웅과 비슷한 시기에 진출한 한국계 포워더 W사는 3년 정도 버티다 끝내 문을 닫고 말았다. 지사를 운영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조사가 없이 기대감만 갖고 진출했다가 실패한 케이스이다. 김성희 지사장은 “인건비는 비싸고 하주들은 물류사정에 밝아서 운임 비교에 능한 칠레시장에 덤벼들었다가 문들 닫은 한국계 회사들이 W사 외에도 많다”고 말했다.

TGL칠레는 항공화물도 많이 취급하고 있다. 수입화물을 기준으로 운임총액으로 보면 항공화물이 전체의 35% 정도를 차지하여 무시못할 포션을 갖고 있다. 항공화물은 톤수로는 월간 100톤 정도를 취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 관련제품 수송도 많아 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수송의 경우는 국가별로는 한국이 50%정도를, 중국과 동남아가 각각 35%,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해상수송의 경우 수송량이 많은 전자제품은 LCD TV. 휴대전화, 노트북이 주종이며 최근에는 벽걸이 TV로 불리는 PDP물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TGL칠레의 전체 직원은 모두 15명으로 한국인은 지점장인 김성희씨 혼자이다. 칠레에 진출한 한국계 포워딩 회사로서는 TGL이 유일한데 칠레에는 중국계의 포워딩회사들이 많다고 김성희 지사장은 말했다.

<투명한 행정 일하기 좋아>

김성희 지사장은 칠레 물류의 문제점으로 물류비가 너무 높다는 점을 꼽았다. 대부분의 컨테이항만이 터미널 면적이 충분하지 않아서 터미널에 화물을 쌓아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산티아고의 관문인 발파라이소(Valparaiso)항의 경우 컨테이너화물이 입항하면 90% 이상이 즉시 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칠레는 여타 남미국가들과 다르게 모든 행정이 투명하고 세관이 공정한 편이다. 행정이 투명하다는 것은 공정하다는 말도 되지만 규정대로 엄격하다는 말도 되어 규정대로 꼭 지켜야지만 일처리가 원활하게 될 수 있다. 세관에서는 엄격한 심사를 하지만 사소한 실수 같은 것은 모두 잡아내 수정하게 하고, 수정하거나 정정하는 것도 모두 받아 줘 다른 남미의 다른 국가들처럼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일은 없다. 브라질 등이 모든 서류를 수작업에 의해 직접 서명하여 처리하지만 EDI시스템에 의해 전자문서도 받아주는 것이 칠레이다. 그만큼 행정이 선진화 되어 있고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투명한 행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뒷돈거래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칠레에서는 실무 담당 공무원에게 향응을 베풀기 위해 초대하게 되면 초대에 잘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혼자서는 같이 만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칠레라고 한다. 손님을 초대할 경우에도 유럽식으로 부부를 함께 초대하는 것이 예의로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만나자는 제의를 하는 것이 실례라고 김성희 지점장은 말했다.

칠레에서 포워딩업은 허가제이다. 태웅로직스 산티아고 법인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해외투자 현지법인 설립허가가 나왔다. 현지법인 설립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칠레에서는 없다고 했다. 김성희 지사장은 모든 “법규만 제대로 지키면 비즈니스를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칠레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고 좋다”고 털어놓았다.

<산티아고 배후로 한 두 항만>

2월 1일 화요일에는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역시 한진해운의 현지직원의 안내로 산티아고의 관문항인 발파라이소항과 산 안토니오항을 둘러보기로 한 때문이었다.

발파라이소(Vaparaiso)는 유명한 컨테이너무역항이자 크루즈들이 접안하는 관광항만이었다. 도심 한복판인 부두를 들어가는 입구에는 로터리가 조성되어 있고, 그 한 가운데 칠레 독립운동 당시 해군을 이끌었다는 장군의 동상이 맥아더 동상처럼 서 있었다. 바로 그 뒤에는 해군본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발파라이소가 분명히 美港인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시내를 감싸고 있는 산등성이에는 다닥다닥 일반 주택들이 빼곡이 지어져 있어 달동네를 연상케 했다.

▲ 발파라이소항은 유명한 관광지로 크루즈선이 많이 기항하고 있다.

발파라이소에 있는 항만대리점 AGUNSA의 협조를 얻어 우리 일행이 방문한 곳은 발파라이소항의 민간컨테이너터미널 회사 TPS였다. 우리에게 브리핑을 하고 현장을 안내한 사람은 프란시스코 스키아피노(Francesco Schiaffino) 관리담당 이사였다.

TPS는 발파라이소 유일의 민영 터미널운영회사로 발파라이소항 컨테이너화물은 거의 대부분이 TPS에서 취급이 된다. 5개의 버어스 총연장 안벽길이 985m인 이 터미널은 최고 수심이라야 12m밖에 되지 않아 대형선의 입항이 어렵다. 터미널의 면적도 16헥터에 불과하고 창고의 면적도 1만㎡로 크지 않은 편이다. 5기의 갠트리크레인이 있고 2기의 모바일 크레인을 갖고 있으며 터미널트랙터는 40대, 리퍼플러그는 1900개를 갖고 있다.

TPS를 이용하는 주요 선사 그룹(얼라이언스)는 Hamburg-Sud와 CCNI그룹, 한진해운- 현대상선- CSCL- CMA CGM그룹, MSC, Hapag-Lloydm NYK-MOL-K-Line 그룹 등이다.

TPS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도에 중남미 항만 가운데 컨테이너화물을 가장 많이 취급한 항만은 브라질의 산토스항이다. 225만 5862teu로 1위를 달렸고 다음은 파나마의 콜론항이 221만 720teu로 2위, 파나마의 발보아가 201만 1778teu로 3위를 달렸다. 발파라이소항은 67만 7432teu로 12위이며 인접한 산 안토니오항이 72만 9033teu로 11위를 달렸다.

남미서안 가운데는 칠레가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53%인 274만 6000teu를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칠레 항만 가운데 TPS터미널이 2006년 이후 줄곳 1등을 달려왔다는 것이 TPS측의 자랑이다. 산 안토니오의 민영터미널 STI 보다도 훨씬 더 많은 컨테이너화물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 발파라이소항은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어 남미의 여타항만들과는 다른선진화된 모습이었다.
▲ 발파라이소 TPS터미널에서 구리판(동괴)를 컨테이너에 선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TPS 선진운영, 파업 없어>

또한 TPS측은 항만노조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두에서의 파업이 절대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관계자는 지난 10년동안 한번의 노조 파업도 없어서 항만에서의 컨테이너 하역에 지장을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터미널 운영이 자동화 되어 있고 GPS와 연결된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화물추적이 매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TPS는 사회 공헌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프로축구팀(산티아고 원더러스)과 유소년축구팀을 지원하는가 하면 매년 봄에 항만을 직접 달리는 마라톤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TPS는 조금 비좁다는 느낌이 들었어도 갠트리크레인의 작업광경등을 볼 때 브라질항만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유럽의 항만처럼 완전히 기계화 자동화된 선진 컨테이너터미널이었다. 컨테이너 차량이 드나드는 터미널 입구부터 잘 정비된 자동화시스템을 갖춘 듯 차들이 질서정연하게 터미널에 진입하고 있었다. 기자는 터미널 구석에서 동괴(구리철판 덩어리)를 컨테이너에 적입하는 작업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무거운 구리철판은 하중이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에 한 3분의 2정도만 싣는 것이었다. 터미널 옆에는 Roral Caribbean사의 초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TPS의 문제점은 터미널에 충분한 배후지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터미널내에 컨테이너를 장치해 둘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따라서 일단 수입화물의 경우는 ZEAL(Logistic Support Extension Zone)이라는 인접 내륙 터미널로 빼서 통관 검사를 해야 한다.

TPS측은 향후 항만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우선 1,2,3 버어스의 경우 수심을 14.5미터까지 높이기 위해 준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피해입은 산안토니오>

오후에는 발파라이소와 경쟁이 되는 항만인 산 안토니오항으로 갔다. 여기서 역시 AGUNSA의 안내로 민영 터미널인 sti(San antonio Terminal Internacional)를 방문했다. 설명하고 안내해 준 사람은 카를로스 고메즈(Carlos Gomez) 운영담당 이사였다.

고메즈씨의 설명에 따르면 산 안토니오항은 다른 항만들과 달리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2007년부터 3년연속 성장세를 보여 왔으며 어려웠던 2009년에도 72만teu가 넘는 화물을 취급하여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 때문에 인근의 발파라이소항이 항상 컨테이너 취급실적에서 앞섰었으나 지난해에는 산 안토니오항이 역전시켰다는 것이다.

발파라이소항과 비교했을 때 산 안토니항이 수도인 산티아고에 더 가까울 뿐만 아니라 수도까지 들어가는데 터널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발파라이소항의 경우는 수도까지 들어가는 길에 높이가 제한되는 터널이 2개소나 있어서 큰 높이의 컨테이너화물은 운송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산 안토니오의 부두 총연장 길이는 769m이며 터미널 총면적은 31헥터로 TPS의 두배에 가깝다. 최대 수심은 15m로 역시 깊은 수심은 아니며 리퍼플러그는 2020기를 보유하고 있다. 6기의 STS갠트리크레인을 갖고 있고 터미널 트랙터 41대에 15대의 리치 스택커도 갖고 있다.

산 안토니오항의 sti 터미널은 발파라이소의 TPS에 비해서 조금 더 혼란 스럽고 무질서한 느낌을 줬다. 또한 칠레 지진시에 터미널 에프런지역의 지반이 주저 앉는 바람에 2개월 정도 하역에 지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고는 하나 새로 설치된 갠트리 크레인이 시험 가동을 하는 등 완전히 정상적인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산 안토니오항은 새로운 부두 개발 계획을 갖고 있어 배후지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여 희망을 갖게 한다. 특히 민영부두 보다는 공영부두 쪽이 완전히 개발이 되고 민영부두의 경우는 배후지가 크게 늘어나서 새로운 혁신적인 항만으로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 산 안토니오항 sti 터미널의 게이트 입구 모습.
▲ 산 안토니오항 터미널에서 새로운 갠트리 크레인이 화물 선적 연습을 하고 하고 있다. 지난해 지진으로 터미널이 주저앉아 2개월 쉬었다.

<팬오션, 87년에 사무소설치>

사실 지난 1월 31일 오후에 태웅로지스틱스를 방문하기 전에 STX팬오션 칠레 지사를 먼저 들렸다. 주재원으로 부임한지 겨우 2주정도 밖에 안되는 정훈성 사무소장은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잘 받았기 때문인지 식당이며 주변의 지리도 잘 알고 있었다. 정훈성 지점장의 안내로 먼저 STX팬오션 칠레사무소를 들르고, 그의 안내로 태웅로지스틱스를 찾아갔던 것이다. 정성훈 지점장은 어느 사이에 태웅로지스틱스의 김성희 지점장과도 잘 아는 사이가 된듯 했다.

▲ STX팬오션 산티아고 정훈성 사무소장
STX팬오션은 이미 24년전인 1987년 6월에 칠레 산티아고에 연락사무소 형태로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처럼 STX팬오션이 오래전부터 칠레에 사무소를 두었던 이유는 남미에서 아시아쪽으로 수출되는 철강제품이나 곡물, 설탕 등을 오랫동안 수송해 왔기 때문에 이들 업무를 관장할 사무소가 필요했다. 현재까지 칠레 사무소는 남미지역 기항선박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본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STX칠레사무소가 더욱 튼튼한 기반을 다진 것은 지난 1997년에는 브라질의 최대 철강생산업체 거다우 아소미나스와 정식으로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부터이다. 그 후 STX팬오션은 14년동안 거다우 아소미나스와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옴으로써 칠레사무소는 이제 남미지역 서비스를 확장시켜 나가는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지난 2010년 6월 거다우 아소미나스측은 STX팬오션이 장기계약에 의해 누계수송 1000만톤을 돌파하자 감사기념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STX 남미서 해운수요 창출>

STX팬오션측은 칠레사무소 외에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STX팬오션은 일찍부터 브라질을 신흥 영업 핵심지역으로 판단하여 리우데자네이루 사무소를 2008년말에 현지법인(STX Brasil Maritima Ltda)으로 승격시켜 영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로 2009년에는 세계 최대의 철광석 수출기업 발레(Vale)사와 7조원 규모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여 브라질 철광석을 직접 수송하는 일에도 적극 뛰어들게 되었다. 계약규모는 2011년부터 25년간 최대 58억 4000만달러의 규모로 우리 돈으로 환산할 때 7조원이 넘는다.

STX팬오션의 이같은 성공은 오랫동안 아소미나스사의 철강제품을 수송해온 노하우가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이다. STX팬오션은 이밖에도 세계 펄프생산량의 30%를 생산해내고 있는 펄프 수출업체 피브리아(PIBRIA)와도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여 펄프수송에도 나서고 있다.

칠레사무소가 오랜 전통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주재원 1명이 상주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반해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 현지법인은 해상운송업 뿐만 아니라 조선기자재나 재원 개발사업까지도 챙기는 STX그룹의 현지법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재원도 STX팬오션에서 2명, STX지주사에서 1명 등 3명이 나가 있고 현지인도 3명이나 채용하는 등 규모가 크다.

STX팬오션측은 “몇 해 전부터 지속되어 온 대형하주들의 해운업 진출 시도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해운의 새로운 수요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우리는 조선, 무역과 같은 STX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물류사업과 자원개발과 같은 연관산업에 진출, 해운수요을 직접적으로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STX팬오션은 곡물엘리베이터, 탱커 터미널, 자원 개발 등의 연관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남미지역 서비스를 더욱 보강하기 위해 브라질 상파울루에도 지사를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취재 후기>
< 한국, 남미 제대로 이해해야>

사실 이번 남미지역 취재는 몇가지 아쉬운 점이 남아 있다. 우선 세계 최대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회사 발레(VALE)사를 취재하지 못한 것이 상당한 아쉬움이다. 그것은 발레사가 외국기자의 취재를 잘 응해 주지 않는다는 면도 있지만 기자의 사전 준비 부족인면도 있었다고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마침 리오데자네이루에 홍수로 인해 치안 사정이 좋지 않았던 점도 물론 한가지 이유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너무 취재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유명한 관광지를 한 곳도 돌아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과수폭포나 아르헨티나나 칠레의 빙하지대를 한번 구경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남미지역이 생각 보다는 생활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빈부격차가 심해서 빈민층은 아주 어려운 환경이고, 기자가 취재한 것은 부유층이 몰려 있는 도심지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생활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였다. 특히 칠레는 과히 선진국에 편입해도 좋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하나 유럽사람들이 많이 이민을 와서 형성된 나라이기 때문에 브라질을 제외 하고는 대부분 백인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경우도 안데스산맥에서 양이나 치면서 피리나 부는 황토빛 얼굴색의 인디오들이 많은 줄로 알았는데 시내 중심가에는 유럽계 이민들의 후손들의 얼굴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大國이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국심이 상당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물류 발달 정도는 칠레가 가장 앞서 있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순이었으며, 발달된 칠레 조차도 항만 개발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이는 등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질에서 주재원 좌담회를 가졌지만, 인프라가 열악한 상태에서 높은 세금과 고물가, 거기에다가 치안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미지의 대륙 남미에다가 코리아의 혼을 심기 위해 노력하는 주재원들의 노고도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한국의 최고 경영자들이 깊은 이해하여 세심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기자의 부족한 취재에 성심 성의껏 응대를 해 주신 한진해운, STX팬오션, 한국선급 주재원 여러분과 범한판토스, 썬트란스, 태웅로지스틱스 현지 법인장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현장 취재 끝>

▲ 산토스항 최대의 ‘산토스 브라질 터미널’ 강 하구에 있는데다가 갠트리크레인이 잘 정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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