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형 펀드조성·투자대상 확대 필요”

▲ 신주선 선박투자운용회사 협의회장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된 선박펀드제도는 해운과 조선, 금융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지난 7년간 꾸준히 성장을 해왔다. 그동안 여러 번의 선박투자회사법을 개정하면서 여러 가지 오류를 보완해 나가면서 한국선박금융의 한 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선박펀드제도를 국내에 뿌리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4개 선박운용사들로 구성된 선박투자운용회사협의회다. 지난 2008년 발족한 선박투자운용회사협의회는 한국선박운용의 김연신 사장이 초대 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KSF선박금융의 신주선 사장이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선박펀드제도에서 구조개선에 힘을 모으고 있다.

제2대 회장인 신주선 회장은 그동안 선박펀드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며 구조적인 개선에 힘을 모았다면 앞으로는 자본대형화와 기능대형화를 통해 세계적인 선박펀드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주선 사장을 만나 한국 선박펀드의 현황과 과제에 들에 들어봤다.

-선박투자운용회사협의회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지난해 초에 선박투자회사제도의 발전과 선박투자운용회사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선박투자운용회사협의회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현재 한국선박운용(대표이사 김연신), KSF선박금융(대표이사 신주선), 세계로선박금융(대표이사 박동호), 서울선박금융(대표이사 최종걸) 등 4개 선박운용회사가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선박운용사협의회는 타업종의 협회와는 성격이 약간 달라 공동협의체 성격이 강합니다. 업력이 짧은 데다 회원사도 적고 구조적으로 개선해야할 점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2008년에 일몰된 개인투자자 비과세 문제, 매년 요구되는 선박투자회사법 개정문제, 국토해양부나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창구 일원화 등의 필요에 따라 협의회가 결성됐습니다.

-2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올해 초부터 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장을 맡으면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것은 해운구조조정펀드를 설립하기 위한 선박투자회사법 개정이었습니다. 국토해양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상반기에 개정이 됐고 캠코 선박펀드가 설립돼 가동되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캠코 선박펀드가 공적자금위원회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존선박운용사들이 해운구조조정펀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해운업계가 어려움을 해쳐나가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업무영역 확대문제를 회원사들과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해운불황으로 선박펀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선박펀드는 금융상품의 일종이고 근본이 되는 것이 해운시장인데 펀더멘털이 무너지면서 가장 상위에 있는 금융상품이 부실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작금의 선박금융의 위기는 해운과 조선, 금융이 과도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해운업계는 본연의 운송보다는 지나친 용대선 영업에 몰입하고 무리하게 신조선 발주를 했으며 조선업계는 신조발주가 폭증된다고 과도하게 시장에 진입했으며 금융업계는 LTV를 무시하고 과당경쟁을 벌였습니다. 이들 관련업계가 지나친 레버리지 효과에 의존하다보니 해운업계는 선가상환압박과 신규금융 마비로 디폴트상태 또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처지에 몰렸고 조선소는 발주연기 또는 취소 요구로 선가를 조정해줘야하는 상황이며 은행역시 부실을 덮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환유예를 해주는 어려운 지경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국내펀드의 경우는 환스왑이라는 추가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국내펀드는 투자자금이 원화이기 때문에 환스왑이라는 상품을 추가로 이용해야하는데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환스왑을 조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금융시장이 회복되고 세계 소비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에 가서야 이러한 선박금융이 안정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운과 금융시장은 주기성을 갖고 변화해왔고 또 해결돼 왔기 때문에 잘 해결이 될 것입니다.

-최근 출자제한을 비롯해 선박투자회사법 개정이 이루어졌는데...

=최근 법 개정은 해운불황이 오기 전에 선사들이 어려울 때를 대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운용사의 출자제한 폐지, 대선기간 폐지 등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 전략적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 핵심인데 캠코 펀드가 탄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법 개정이 기존운용사들한테 미치는 변화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가가 폭락했는데 선박을 매입할 시점이 아닌가?

=현재 선가가 폭락했기 때문에 펀드를 조성해 선박을 매입한다면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얻기 좋은 시장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국내 선박펀드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어 이러한 시장 흐름을 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5년전 출시된 국내 선박펀드는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채권형 펀드들입니다. 당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상품을 실적형 펀드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높았기 때문인데 지금은 실적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가 상당히 성숙돼 있어 충분히 실적형 펀드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이제 국내 선박펀드가 발전하려면 실적형 펀드로 진화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블라인드 펀드 또는 엄브렐라펀드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세계로선박금융이 새롭게 실적형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영역 확대에 대해...

=독일 KG펀드의 경우 선박투자회사법과 자본시장법 하의 집합투자사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는데 KG펀드 중 하나인 Dr.Pterer의 경우를 보면 총 137개 펀드중 선박 76개, 항공기 9개, 부동산 50개, 기타 2개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으며 2008년 투자실적은 11억 6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지금처럼 해운이 불황기일때 선박운용회사가 부동산이나 항공기 등에 투자할 수 있다면 투자안정성이 크게 증대될 것입니다. 그러나 KG펀드처럼 한꺼번에 영역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국토해양부과 관할하고 있는 부동산리츠나 항공기, 항만개발, 철도 등 물류시설 등으로 투자대상을 점차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선박펀드가 세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국 선박펀드가 세계적인 펀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형화는 자본의 대형화와 기능의 대형화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먼저 자체 투자자금을 활용해 자체 선박을 발주하거나 사모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 대형화가 필요합니다. 자체 주자자금이 없이 다른 투자자들만을 모집하는 것은 결국 금융브로커 역할 밖에 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수백억원대로 확충하거나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대형화하거나 필요하다면 기존 운영사들을 합병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본 대형화와 함께 필요한 것이 기능의 대형화입니다. 해운위기이후 KG펀드가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KG펀드는 자체적으로 금융․선박 차터링, 신조발주 및 감독, 선박관리 등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박펀드도 해외시장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능들을 갖추고 있어야합니다. 이러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실적형 펀드를 출시할 수 있고 펀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 선박을 운영하면서 수익성을 담보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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