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일 부산항보안공사 사업본부장

▲ 김재일 본부장

"중국인 선원 00명, 미얀마 선원 00명, 필리핀 00명…"

집무실에 설치된 무전기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부산항에 들어온 요주의 선박 중에 무단이탈 또는 도주 경력이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선원이 승선한 선박을 중점 감시하겠다는 보고 내용이다.

얼마 전 감천항 상황실에서 본 동남아 선원들의 몇 년 전 탈출 영상은 상상을 넘어섰다. 선원들은 3m가 넘고 위에 윤형 철조망까지 드리워져 난공불락처럼 느껴지는 보안울타리를 순식간에 타고 넘어 달아났다. 특공대 훈련을 받은 것 처럼 날렵한 행동에서 ‘쇼생크 탈출’을 보는 듯 했다.

우리 직원들의 신속한 초동 대처로 탈출 계획은 무위로 끝났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동남아 선원들의 부산항 등 우리나라 항만을 통한 불법 입국 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최소 2~3배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불법 취업과 ‘코리아드림’을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잇따라 시도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부산항의 경비보안 태세가 물샐틈없어 선원들의 이 같은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가중요시설 보안1등급인 부산항의 경비보안 태세는 완벽을 지향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쳐진 CCTV와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통한 감시에다 경비보안 요원들의 철통같은 근무태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덕분에 부산항은 북항과 감천, 다대포항을 포함해 총 연장 61.9km에 달하면서도 최근 3년간 보안사고 ‘ZERO’를 달성했다. 세계 그 어떤 항만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완벽한 보안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불법 취업이 돈벌이가 되는 한 선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 시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부산항의 경비보안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亡牛補牢(망우보뢰)’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부산항보안공사(BPS) 전 임직원들은 글로벌 물류 중심항으로 발돋움한 부산항의 무결점 경비보안상태 유지를 위해 오늘도 신발 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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