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발주 급증, 신조 발주 25% 증가 전망”

한국조선, 11% 증가한 1050만cgt 수주
“미래선박 불확실성 완화해야 신조투자”

2019년 전세계 조선업은 IMO 2020 시행을 앞두고 선주들의 관망세가 확산되고 무중 무역분쟁으로 해운시황이 침체에 빠지면서 신조 발주량이 전년대비 27% 급감하는 침체를 겪었다. 2020년 조선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문제연구소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조선업 2019년 동향과 2020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이후 노후선 대체 투자가 증가하면서 신조 발주량이 전년대비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조선은 그동안 강세를 보여왔던 LNG선과 탱커 발주가 주춤하면서 1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전문>

<2019년 세계 신조선 시장 동향>

선주 관망세·미중 무역분쟁, 발주 27% 급감

2019년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선주들의 관망세가 확산되고 미중 무역분쟁 영향 등으로 해운시황 침체가 겹치면서 선박 발주가 크게 감소했다. 2019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529만cgt로 전년대비 27% 감소했고 발주액은 8% 감소한 724.5억 달러였다.

2019년 4분기만 놓고 보면 LNG선, FPSO, 크루즈선 등 고가 선박 발주가 이어지면서 발주량은 전년 동기대비 5.6% 감소한 713만cgt로 감소폭이 크게 줄었고 발주금액은 26.9% 증가한 22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선종별로 발주량을 살펴보면 LPG선, 크루즈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이 감소했다. cgt 기준으로 벌크선 발주량은 전년대비 36.4% 감소했고 유조선은 4.1%, 제품선은 12.6%, 컨테이너선은 49.4% 감소했다.

LNG선 발주량은 전년대비 22.9% 감소했지만 457만cgt로 전체 신조선 발주량의 18%로 여전히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PG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71.5% 증가한 112만cgt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발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했다.

크루즈선은 전년대비 28.7% 증가한 301만cgt로 2년만에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 전체 발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로 유럽 조선업계가 다시 활황세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PSO는 2018년 3기에 그쳤지만 2019년에 6기로 늘어났다.

신조선가는 소폭의 미세한 변화만 나타났다. Clarkson 신조선가 지수는 연중 1% 이내의 소폭의 등락을 보였는 전년대비 0.2% 하락했다. 2019년말 Clarkson 신조선가 지수는 129.77였다.

벌크선 신조선가지수는 1.9% 하락했고 컨테이너선 지수도 1.6% 하락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탱커 지수는 미세한 변화를 나타냈고 가스선 지수는 0.6% 상승했다.

<2019년 한국 조선업 동향>

LNG선·탱커 활황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

2019년 한국 조선은 전년 동기대비 28.4% 감소한 943만cgt, 수주액은 18.1% 감소한 222.7억 달러를 수주했다. 4분기에는 LNG선 등을 대거 수주하며 전년 대비 37.1% 증가한 377만cgt, 수주액은 57.7% 증가한 89억 달러로 양호한 수주 실적을 냈다.

선종별로 보면 LPG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의 수주가 감소했다. 2019년 LPG선 수주는 전년대비 111.9% 증가한 66만cgt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전년대비 43.1% 감소했고 유조선은 14.3%, 제품운반선은 43.1% 감소했다. LNG선 수주는 전년대비 27.6% 감소했으나 2017년 이전 최고의 호황기였던 2014년 433만cgt에 근접한 415만cgt를 수주하며 비교적 양호한 수주 실적을 이어갔다.

건조량은 전년 대비 23.1% 증가한 951만cgt를 기록했다. 2016년 수요 충격의 영향으로 인해 건조량이 급감했던 2018년을 바닥으로 2019년 확실한 상승세를 보여줬다. 수주잔량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2018년 많은 수주를 기록하며 2019년초 기준 전년 동기대비 약 27% 증가한 2,270만cgt까지 수주잔량을 끌어올린 이후 2020년초 약 0.4% 감소한 2,260만cgt의 수주잔량을 기록했다.

전세계 신조시장에서 한국 조선의 수주 점유율은 37%로 2018년에 이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됐지만 한국 조선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LNG선과 탱커가 비교적 활황세를 보이면서 수주량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은 주력 선종인 벌크선 시장의 침체로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중국은 자국발주 대형 벌크선 물량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18.5% 감소한 855만cgt 수주를 기록하며 점유율 34%에 그쳤다. 2018년 중형 벌크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대거 수주하며 점유율을 21%까지 끌어올렸던 일본은 2019년 수주량이 54.9% 감소한 328만cgt에 그쳐 점유율 13%로 하락했다.

<2020년 전망 및 시사점>

하반기 이후 신조 발주 증가 전망

2020년 1월 SOx 규제 시행 이후 해운업계는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으며 선주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 지정학적 불안감으로 유가가 상승하며 저유황유(VLSFO) 가격이 폭등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선주들의 혼란은 다소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고유황유(HSFO) 대비 70% 이상 높은 VLSFO 사용에 따른 운항비의 심각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해운시황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면서 운임에 연료비용 증가분을 모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하반기 이후에는 노후선 대체 투자에 나서는 선주들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20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대비 약 25% 증가한 3150만cgt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조선 수주량 소폭 개선 전망

2020년 대규모 LNG 개발사업자들의 선박 발주가 예상되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발주량이 다소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주요 수주 선종이었던 LNG선과 탱커가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2020년에는 타선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한국 조선은 전세계 발주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전년대비 11% 증가한 1050만cgt 내외, 수주액은 약 12% 증가한 25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중소 규모의 FPSO와 FSRU 등 LNG 관련 해양설비 등도 소량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주, 해운불확실성 증대로 신조 발주 관망

선주들의 관망세가 발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조선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해운 시장은 세계 교역 성장의 부진에 따라 운송수요 대응을 위한 실질 선박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으며 10여년째 선복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NG선 등 가스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규 선박 수요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수요이므로 선주들은 급하게 선박을 구매하기 보다는 시장 움직임에 따라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선주들은 혼란스러우며 관망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10여년째 지속되고 있는 해운 불황으로 재무적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통적 선박금융 기관인 유럽 금융권마저 선박에 대하여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선주들은 단기적으로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LNG, 저유황유, 스크러버와 기존 벙커유 등의 대안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하고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IMO의 강경한 온실가스 저감 의지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민이 깊으나 기술적으로 어떠한 솔루션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것인지, 언제 기술들이 구체화될 것인지 시점조차 알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정된 재무적 자원으로 어떠한 선박에 언제 투자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의 문제이며 이 때문에 선주들은 관망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조선사들마다 빠르게 변화 및 적용하고 있는 신기술 역시 선주들의 투자를 보류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선사들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빠르게 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으나 조선업계의 의도와는 달리 선주들은 현재 시점의 발주 선박이 수년 내에 뒤처진 기술이 적용된 구형 선박으로 취급될 것을 우려하며 투자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투자 이끌어내려면 조선-선주 공동노력 필요

이처럼 혼란한 상황 속에서 선주들의 고민을 해소하고 선박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선사들과 선주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조선사들은 광범위한 고객 선주들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개발 현황, 미래 전망, 기술적 선택 대안 및 각 대안의 장단점 등 선주들이 불확실하게 인식하는 선박 기술을 설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조선사들은 이러한 작업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거나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선주들이 불확실성을 완화시키고 자신들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선주들의 신규 투자활동을 실현할 수 있다.

선주들이 선박의 기술적 흐름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되면 금융기관도 이해시킬 수 있어 신규 투자를 구체화 시킬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시장의 관망세가 종식되고 잠재된 수요가 실현됨으로써 신조선 시황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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