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中 유통·물류지형 뒤흔든다”

▲ 징동닷컴의 무인 배송 로봇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통 및 물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간 접촉으로 인해 전염이 되는 탓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교적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되도록 오프라인 구매행위를 줄이고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은 이러한 양상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춘절연휴연장, 자가격리 등의 조치에 이어 중국 전역에서 자택근무, 외출자제가 생활화되면서 식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소비가 급증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점의 O2O 배송 서비스 도입 확대, 비대면 배송수요 증가로 인한 ‘문앞’ 배송 서비스 보편화 등 중국 소비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Trade Brief’에서 이 같은 중국 유통·물류시장의 재편을 지적하며 우리 기업 역시 이에 대비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중국의 소비행태 변화가 중국의 높은 인터넷 및 모바일 보급률로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며, 중국 정부 및 플랫폼 기업들이 적극 추진해왔던 무인배송, 원격의료 등 차세대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

中,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라인 구매 보편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소재 우한시를 중심으로 중화권 전역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2020년 2월 11일 14시를 기준으로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수는 4만2714명, 사망자는 1017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의 중앙 및 지방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구호물품 배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방안과 지침을 연이어 발표하고 나섰다. 사람간 접촉으로 감염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춘절 연휴를 최대 2월 13일까지 연장했으며, 국민들의 외출자제 및 자택근무를 권고하는 한편, 상무부뿐만 아니라 후베이성, 산동성, 산시성, 칭하이성 등 주요 성시에서는 생필품 공급 및 물품배송, 시장가격 안정화 관련 주요 지침을 발표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와 정부의 외출자제 지침 등으로 인해 중국 소비자의 오프라인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식자재, 식음료 등 생필품 소비의 온라인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전했다.

신선식품에 대한 구매러시 현상이 연일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 춘절연휴 동안 신선식품, 가공식품에 대한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전자 상거래 플랫폼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채소·과일, 육류제품, 해산물 등 신선식품 구입이 젊은 세대에서 중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새로운 소비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1월 22일부터 2월 2일까지 푸젠성 샤먼시에서 중국판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어러머(餓了麼)’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신선식품 주문량은 작년 춘절 연휴의 2배 이상으로 기록된 가운데, 연령별로 40대 소비자는 작년 춘절 연휴 대비 2배 이상, 50대 소비자는 1.4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도 사스(SARS)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한 가운데, 중국이 80·90세대가 주를 이루었던 온라인 구매행태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년층 소비자까지 확대되는 추세라는 것이 박 연구원의 분석. 신선식품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메이퇀마이차이(美糰買菜), 허마센션(盒馬鲜生), 띵동마이차이(叮咚買菜), 쑤닝차이창(蘇宁菜場), 메이르요우센(每日優鲜) 등 모바일 플랫폼 상의 식품 소비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통기업의 O2O 배송 서비스 도입 가속화

이에 따라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되어 온 식당, 마트 등 전통기업들은 폭증한 온라인 구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징동따오찌아(京東到家), 어러머(餓了麼)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협력하여 O2O(Online to Offline) 배송 서비스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있다.

2월 2일부터 대형 슈퍼마켓 체인, 신선식품 체인, 채소시장 등 전통기업과 시장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협력하여 매일 7시부터 10시 사이에 식품배송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베이징의 유명 고급 레스토랑 체인 화찌아치아웬(花家怡园)도 최근 O2O 채소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특히 최근 상품 유통물류 원활화 관련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농산물 생산지, 재래시장 등 공급자가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어러머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의 새로운 유통채널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밝혔다.

일례로 샤먼(廈門)시에서는 차이원지(菜文基), 차이공서(菜公社) 등 채소 도매시장이 어러머와 협력해 O2O 배송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샤먼에서만 약 1000개 이상의 음식점, 마트 등 전통기업이 O2O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춘절연휴 종료 후에는 그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1월 28일부터 2월 2일까지 샤먼에서의 신선식품 주문량은 작년 춘절연휴 동일 기간대비 최소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어러머는 농산물, 도축장 등 생산·공급 기업과 직접 유통채널을 구축, 신선 채소, 육류 등 식자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2014년부터 레스토랑 등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되어 온 B2B 전용 온라인 식품 구매 플랫폼인 메이차이왕(美菜罔)도 1월 24일부터 B2C 서비스를 개시,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우한시민이 메이차이왕을 통해 구매한 채소가 약 20만kg에 달하기도 했다.

비(非)대면 상품배송 서비스도 확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중국 유통·물류 변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코로나19가 사람간 접촉으로 감염되는 특성상 중국 소비자들은 배송원 또는 판매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물품을 비(非)대면, 무(無)접촉 방식으로 상품을 수령하거나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허마센션(盒馬鲜生), 어러머(餓了麼) 등 주요 온라인 구매 플랫폼기업들은 휴대폰 문자, 모바일 앱을 통해 배송정보를 공유하고, 택배를 자택 또는 단지 입구, 프론트데스크 등 지정 위치까지만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상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MINISO밍촹요우핀(名创优品) 등 기업 또한 O2O 배송 서비스에 무(無)접촉 배송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 허마센션(盒馬鲜生)의 무인 계산대 모습.

이로 인해 2016년 빙고박스를 필두로 2017년부터 급성장해온 중국의 무인마트, 무인 물류 등 AI, 로봇 등을 활용한 스마트 유통방식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점원이 없는 무인편의점, 자동판매기를 활용한 소비의 지속적인 증가와 징동 등 무인 자율주행차 배송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2월 3일 우한시의 임시병원으로 개원한 훠션샨(火神山) 병원 내에는 알리바바의 신유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플랫폼인 하이센다(淘鲜达)가 2일부터 점원 없이 소비자가 무인매대에서 직접 상품을 고른 후 바코드를 스캔하여 구입하는 방식의 무인 마트를 운영 중이며, 오픈 첫날 무려 200여명의 소비자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월 3일 징동은 스마트 무인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우한시로 배정하여 시내 지도 및 교통 데이터 수집, 운영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준비 중에 있으며, 구이양, 내몽고 후허하오터(呼和浩特) 등 지역에서는 징동의 무인 배송 로봇이 현재 운행되고 있다.

비처방 의약품에 대한 온라인 소비 확대

한편 이처럼 비대면 상품 구매 및 배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처방 의약품에 대한 온라인 소비 역시 확대되고 있는 점도 특징 중에 하나이다. 최근 바이러스 확산으로 모바일 플랫폼 등 온라인 유통채널을 활용한 의약품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는 어러머(餓了麼), 띵땅콰이야오(叮當快药) 등 모바일 쇼핑 플랫폼과 온라인 병원, 온라인 약국을 통해 상비약 등 비처방 의약품을 구매하고 ‘즉시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모바일 소비가 주축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어러머(餓了麼)는 2018년부터 온라인으로 의약품 판매와 유통을 하고 있으며,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기침·감기약, 해열제 등의 판매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월 어러머 앱을 통해 상하이에서 구매한 온라인 의악품 판매량은 전기 대비 약 28% 증가했으며, 발열·두통·기침 관련 감기약 판매가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억제에 대한 기대 심리로 상황렌(雙黄連) 등 일부 의약품에 대한 품귀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기업도 유통물류 스마트화 추진해야”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불러온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

이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인들의 소비습관과 유통·물류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인프라, 무인배송, 원격의료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러한 추세는 중장기적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스 사태 이후 80·90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어 왔으나, 향후에는 식품, 의약품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중년층, 소도시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온라인 소비행태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인터넷 및 모바일 사용률이 저조했던 17년 전 사스 발생 시기에 비해 한층 성숙된 전자상거래 인프라와 보편화된 인터넷·모바일 사용에 힘입어 신선·가공식품 등 생필품의 온라인 구매와 O2O 배송 수요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중국은 무인배송과 스마트 물류시스템 구축 등 항(抗)바이러스, 고효율적 상품 배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AI, 로봇, 빅데이터, IoT, 기술 접목을 확대할 것으로 박 연구원은 내다봤다. 로봇을 활용한 상품 패키징 및 상품 관리, 빅데이터 및 IoT 기술을 통한 무인마트 운영, 무인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한 라스트마일 배송 등 테스트 단계에 있는 사업이 보다 조기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박소영 연구원은 “우리기업은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하여,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등 對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소비재의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라스트마일 유통물류 스마트화 관련 중국 현지 및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기술 제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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