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선장)

▲ 김인현 교수

한국해운산업의 선진화

몇가지 사실에 주목한다. 해운산업 전체 매출이 30조원 대에서 제자리 걸음이다. 약 20년간 이 상태이다. 2000년대 중반 50조원을 달성했던 것에 비하면 퇴보이다. 한진해운이 파산으로 감소된 10조원 매출을 메꾸지 못하고 있다. 민간선박금융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고착상태를 벗어나 해운재건을 할 것인가? 많은 의견과 대안들이 제시된다. 최근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려면 기존의 관념과 제도의 벽을 허물고 깨트리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의 필자의 지론과 동일하다.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편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이것에 변화를 주어보자. 필자는 우리 해운업계에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면 수정하고,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어 가면서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것을 선도하면서 창조하여 경쟁 해운선진국보다 앞서 나갈 때 우리 해운의 매출도 100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해운분야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해운분야에서의 몇가지 고정관념과 이것을 뛰어넘어야하는 이유와 그 대책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해운은 위험한 산업이다

해운산업은 모험산업이었다. 예측불가한 큰 파도와 태풍을 만나면 범선은 바다에 침몰해야했다. 범선이 기관으로 가는 선박으로 진화되었고, 목선이 철선이 되어 더욱 안전해졌다. 이제는 이러한 항해시 안정성의 문제보다, 경기의 불확실성과 변동의 폭이 큰 때문에 해운은 위험한 산업으로 인식된다. 1980년 초반의 해운구조조정, 2001년 조양상선의 파산, 2016년 한진해운의 파산, 2000년대 중반의 5년간의 초호황, 그리고 2008년부터 12년째인 장기불황이 그러하다. 최근에도 10여개 선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었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해운산업에 투자를 꺼린다. 이런 해운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해운산업에 나쁜 영향을 준다.

우리는 이 관념을 깨트려야한다. 과연 이 현상이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 그래서 극복할 수 없는 내용인가? 이웃 일본은 그렇지 않다. 당장 2008년부터의 불황에도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는 중하위권의 2개회사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3대회사인 NYK(2018년 매출 20조원), MOL(14조원), K Line(10조원)은 큰 무리없이 잘 지나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업계 3, 4위 대한해운, 팬오션이 회생절차에 의존해서 살아났고, 급기야 1위였던 한진해운은 사라졌다. 해운이 위험산업으로 경기의 폭이 심하여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다분히 우리나라의 문제라고 보아야한다.

우리는 철저하게 반성해야한다. 왜 2000년 중반의 그 호경기에 체력을 튼튼하게 하지 못했던가. 바둑에서 복기를 하듯이 모두 모여 그 당시에 어떻게 했으면 해운이 그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한진해운 사태이후에 한진해운 백서가 나왔듯이 “2000년대 호황시 불황 대비책 부족에 대한 백서”를 발간하자. 호경기가 왔을 때 벌어들인 수입을 잘 간수하고 곧 들이닥칠 불경기에 대비하는 매뉴얼을 여기에 포함하자. 함부로 고가에 선박에 투자하지 말도록 하자. 이렇게 위험요소를 하나씩 하나씩 줄여나가자. 이렇게 하면 해운은 위험산업이 아닌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인식을 해운하는 우리 스스로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 확산시키자. 해운산업에 대한 위험인식 정도가 낮아지면 질수록 선박건조를 위한 금융대출 이자도 낮아지게 되니 해운경영에도 유리한 일이다.

2. 해운은 선박 가진 사람만 한다

선박을 가지고 운송하는 해상기업은 자신이 선박을 소유할 수도 있고 용선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해운법도 이런 전통적인 기초위에 서있다. 선박을 가지고 화물운송이나 여객운송을 하는 사람들은 해운법에 따라 면허를 받아야한다. 해운산업의 매출도 운송이나 용선에서 기인하는 매출의 총합이 된다. 해운업은 반드시 선박을 보유한 자만이 해야 하는 것인가? 현실이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 해운산업의 궁극에는 최종소비자인 화주와 운송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그 운송계약을 해상기업이 아닌 자, 즉 포워더 들이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들은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다시 화주의 입장에서 해상기업과 제2의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해운법은 제2의 운송계약에서 운송인인 실제운송인이 되는 자만을 해상운송화물운송업자로 본다. 화물의 운송중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부담하는가? 화주는 자신의 운송계약 당사자인 포워더(계약운송인)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이런 실무의 현상을 반영하여 우리 상법은 1991년 운송인 중심주의로 이동하였다. 그 이전에는 선박소유자만이 운송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을 이제는 누구나 운송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말하자면 포워더도 엄연한 운송인인 것이다. 해상운송의 큰 축을 담당하는 우리의 소중한 플레이어이다.

선박을 보유한 해상기업만이 해운법상 규율대상이고 보호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야한다. 그래야 우리 해운매출의 상당부분을 가져가고 있는 2자 물류회사의 해운매출액의 부분을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다. 과거 화주와 직접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 이제는 2자 물류회사를 포함한 포워더들이 제1운송인(계약운송인)이 되어 해상기업에게 하청을 주는 형태가 되었다. 우리는 제2의 운송인(실제운송인)으로 만족하게 된다. 해상기업의 지위가 그만큼 약화되었다. 이는 복합운송이라는 새로운 운송 플렛폼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를 선호하게 됨으로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현상에 맞추어 나가야한다. 1/2은 운송인의 기능을 하는 포워더 특히 2자 물류회사를 해운법상으로도 운송인으로 인정해야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들이 NVOCC(무선박개품운송인)로서 엄연한 운송인인 것이다(일본에서는 利用運送事業者라고 한다). 이제는 이들을 해운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해상기업의 영역을 더 넓혀나가야 한다. 아니 원래 우리 해상기업의 것이었던 것을 찾아와야한다. 종합물류회사로 가는 큰 흐름에 우리도 따라 가야한다. 일본의 3대 정기선사는 모두 종합물류회사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이들의 해상운송기능을 포함할 때 우리해운산업의 매출규모도 늘어나게 된다.

3. 우리 회사는 회생절차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철이 12분에 한 대씩 지나간다.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하여는 최소 12분의 여유를 두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시간인 6분만을 염두에 두고 집을 나선다. 막 전철이 떠났다면, 6분 지각을 하게 된다. 최악의 시간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누가 자신의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를 바라겠는가? 그렇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우리는 10여개의 해운회사 10여개의 조선회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을 목도했다. 우리 회사는 회생절차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준비가 되지 않으니 큰 낭패를 만나게 된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는 제도는 회사를 살려주기 위하여 있는 법이다. 채권자의 희생으로 기업을 살려주려는 제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회생절차 개시 신청시, 외국에서도 선박이 채권자들에게 압류되지 않도록 동시에 서류를 준비하여 신청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는 선박이 보존되었지만, 외국에서 보존되지 않게 되고, 회생이 어렵게 된다.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역비를 현금으로 준비해두어야 한다. 이런 것은 모두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회사는 회생절차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의 벽을 깨트려야한다. 이렇게 될 때 필자가 주장하는 “하역비 보장기금”도 만들어질 것이다. 설마 우리 회사는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보장기금제도는 우리 회사에 필요없는 것이니 동참에 부정적이 되게 된다. 한진해운사태에서 우리는 크게 당했다. 현대상선이 가입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경우 하역비보장기금제도가 자체적으로 마련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화주들의 입장에서는 디 얼라이언스 가입회사를 선호하는 것이다. 결국 현대상선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정기선사들은 신용도가 하락하게 되었다. 회생절차시 하역작업이 어렵고 한진해운사태시 물류대란이 반복되어 일어날 수 있는 한국회사라는 딱지를 붙이고 영업을 계속하는 격이다. 이런 관념의 벽을 깨트릴 때, 우리는 채무자회생법에 특별규정을 넣어서 해운기업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하도록 힘을 모아 우리 선사들이 회생절차시 도움을 받도록 개정작업에 나설 수 있다. 자유경쟁체제하에서 우리 정기선사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일견 맞다. 그렇지만, 물류대란이 일어나 대한민국 전체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국익의 문제라는 점도 깊이 고려되어야한다.

4. 한국 선박금융은 금리가 높아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쳐진다

해운업은 기본적으로 선박을 활용한 운송업이기 때문에 선박의 확보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자기 자본이 부족한 우리 선주들은 금융회사로부터 선박금융을 일으켜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출이자를 갚아야한다. 연리 5%이상이 된다. 일본은 경제전체의 이자율이 낮으니 1%대이다. 4%의 금융비용의 불리함을 안고 무한 경쟁을 하는 우리 선사들은 100미터 달리기에 무거운 가마니를 등에 짊어지고 출발한 것과 같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을 우리 해운인들을 괴롭혀온 난제이다. 이런 높은 이자의 벽을 깨트릴 수는 없는가? 이렇게 해서는 해운기업이 단일시장인 국제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매우 어렵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자본이 축적될 수가 없다.

필자는 금융전문가가 아니라서 해답은 모른다. 그렇지만, 평소에 가진 의문은 많다. 왜 우리 선사들은 일본 금융회사들에게서부터 차금을 하지 못하는가? 일본 선박금융사들이 외국선사들에게 제공할 때 이자율은 일본국내선사와 동일할 것이 아닌가? 신용도가 낮아서 대출을 해주지 않을지 모른다. 해양진흥공사가 대출금 상환 보증을 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최고의 우량회사들이 있다. 그런 회사들도 일본금융으로부터 대출이 불가한가? 이런 어려운 점을 국회나 정부가 해결해주는 방안은 없는 가? 진정 해운산업이 국가기간 산업이고 이로 인하여 현재 매출 30조가 5년안에 100조를 달성할 수 있으니 저리로 선박금융을 해달라고 국회를 설득하여 1%대로 선박금융을 일으킬 수는 없는가? 부정적이라면, 10년 혹은 20년 거치 상환으로 1%대로 선박금융이 불가한가? 필자는 이는 설득의 문제라고 본다. T/F팀이라도 만들어 목표를 향하여 나가보자. 5%~7%대의 높은 금융이자의 벽을 허물어보자. 우리 해상기업들이 일본선주들과 동등한 출발선에서 제대로 달려보도록 해달라고 금융권과 정치권을 설득해보자. 정책금융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우는 아이에게 젖을 더 준다고 했다.

5. 해운과 조선은 반대방향이다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은 참으로 딱한 관계이다. 일반 국민들은 조선소가 외국 선박에 대한 수주를 했다고 하면 얼굴이 밝아진다. 필자도 그렇다. 그렇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면 “아이구, 선복이 적정수준을 넘어서서 어려운데 또 선박이 발주되면 해운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이렇게 해운과 조선은 반대방향이다. 조선이 활황이어서 선박건조가 많아지면 운항하는 선박수가 많아진다. 선박공급이 많아져서 화주들은 선택할 선박이 많아지니 수요공급법칙에 의하여 운임은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해운하는 사람들은 선박이 많이 발주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되어야 상식이다.

해운과 조선은 반대 뱡향이 아니라 같은 방향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고 고용효과도 크다. 우리나라의 조선과 해운이 같은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그런 방법을 찾아야 우리가 해운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일본의 미쯔비시는 그룹내에 해운인 NYK, 조선소인 미쯔비시 중공업, 보험회사인 동경해상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소는 해운, 해운은 조선소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마바리 조선소는 선박을 200여척 보유한 선주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삼성그룹이 해운업을 하지 않는다. 일본과 같은 이런 유기적인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리 대형 조선소들에서 우리 선주들의 선박 건조율은 10% 정도이다. 내수가 너무 작다. 일본은 50%가까이 된다. 우리 선주들이 보유하는 선박의 수를 늘리면서 우리 조선소에 건조를 더 많이 하거나, 우리 조선소가 건조 능력을 줄이면 내수건조비중이 올라갈 것이다. 우리 조선소가 일본과 같이 선박소유하는 회사를 만들어 선박대여업을 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렇게 해서 조선과 해운이 상호 영향을 주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이 모두 건실해진다.

6. 선박확보는 반드시 BBCHP 형태에 SPC를 해외에 두어야한다

우리나라 선주들이 선박을 보유하는 방법은 대부분이 국적취득조건부선체용선(BBCHP) 방식을 취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것이 우리 현실이므로 20년 정도 운항하면서 운임으로 선가를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대출금 회수를 위한 담보의 목적으로 해외에 SPC를 세우고 그 SPC가 형식상 선박의 소유자가 되도록 제안한다. 파나마나 마샬 아일랜드 등에 SPC를 설치해야 저당권자인 금융사가 더 보호되고 회생절차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 그 이유들이다. 100%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런 방식을 취한다. 실제로는 우리나라 선사가 소유하고 운항하지만 등록은 외국에 되게 된다. 선박은 “움직이는 영토”라서 선박등록국의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등록소유자는 외국의 종이회사이고 실제소유자는 우리 선사인데, 어느 나라 법률이 적용되는지 누가 소유자인지 법적으로도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BBCHP제도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긍정한다.

그런데, 반드시 해외에 치적을 해야하는가? 우리나라에 치적을 하는 방법은 없는가? 현재는 해외에 치적된 것을 국제선박등록법 제도하에서 등록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것은 부가등록제도이기 때문에 조세와 선원의 문제에서만 특별하게 한국법이 적용될 뿐이다. 이런 관념을 깨트리고 한국에 SPC를 두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한강의 밤섬이나, 인천 송도 혹은 부산 해운대에 선박등록특구를 두는 것이다. 그리고 선박등록특구법에는 현재 해외치적에서 부여되는 각종 제도를 넣어서 금융사들이 이들 특구를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박금융채권자도 선박우선특권자가 되어 저당물인 선박으로부터 안전하게 대출금을 회수하도록 해주자. 등록세 등의 면제, 선원법상의 혜택 등은 기본적으로 주자. 우리 금융사들은 우리나라 선박등록특구에의 등록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특별법 항목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법률을 온전히 적용받게 되어 법률관계도 간명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국내에 SPC가 꼭 필요한 경우에 활용되도록 하자.

우리나라는 선주사와 운항사를 겸하고 있는 것이 99%이다. 이에 반하여 일본은 선주사는 선주업(대선업)만 하고 운항사는 운항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선주사는 선박을 쉽게 건조하여 정기선사에게 장기 정기용선을 준다. 일본의 경우, 선박금융을 일으킬 때 실제선주가 BBCHP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선박관리인으로 남고, 튼튼한 운항사에게 정기용선을 장기로 주어서 그 용선료로 대출금을 받는 방식이다. 정기용선자가 NYK등 튼튼한 우량회사이고, 선주사들이 오랜 가족경영을 한 신용있는 회사들이라서 금융사들은 이런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쉽게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선주사를 육성하여 선주사들이 용선료를 획득하게 하고, 선박운항사들에게 안정적인 선박을 공급하도록 하면 해운산업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이렇게 하기위하여 BBCHP구조에 더하여 일본형 장기 정기용선을 이용한 선박확보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를 구현해보자.

7. 한국선원산업은 사양산업이라서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해운의 발전에 해기사를 중심으로 하는 선원들의 기여도는 대단했다. 이를 간과할 수 없다. 그 중심에는 한국해양대학과 목포해양대학이 있다. 양질의 선원들이 해외송출을 나가서 외화를 벌어왔고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선진해운기법을 배워왔다. 약 최대 5만명(1987년)의 해외취업선원들이 년간 최대 5400만 달러(1996년)의 임금을 벌어 온 적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내 임금도 많이 높아지면서 선원들은 바다직업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원들은 배를 타기를 싫어하고 조금씩 조금씩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2017년말 현재 해외송출 약 3000명, 원양상선 해기사 6000명, 부원 1000명 정도이다). 3년 승선후 하선을 하는 경향도 지속되고 있다. 그 빈 공간은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 앞으로 인구절벽의 시대에 해기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어떻게 바다에 공급하고 이들이 육상에서 근무하게 할지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선원산업은 사양산업이라서 어쩔수 없다는 체념으로 넘어가야하는가?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해상보안대학교는 4년 과정을 마치면 반드시 2년간 대학원 과정을 국내에서 마치도록 의무화되어있다. 이것은 자체 직무능력배양의 목적도 있지만 전직의 경우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도 있다. 우리도 해양대학의 승선학과에 3년을 마치면 반드시 법학이나 경영학, 다른 학과의 대학원 과정을 반드시 이수하는 필수제도를 두면 나아지지 않겠는가? 이들이 육상의 간부로 자랄 수 있는 장기적인 캐리어 패스코스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외항선원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우리와 같다. 그렇지만, 연근해 상선이 건재한 것이 우리와 다르다. 민관의 노력으로 일본 연안해운에서 승선하는 30세 미만의 선원의 숫자는 2012년 3646명에서 527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 비중도 19%로 건실하다(내항선원의 평균연령분포 : 30세미만이 19%, 30~49세 34%, 50~59세 24%, 60세 이상 23%). 우리나라는 연안이나 근해해운은 4년제 나온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다.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사람의 본성상 임금만 높다면 연안이나 근해 해운을 더 좋아하게 된다. 마지막 해기전승의 마지막 보루로서 연근해 해운을 잘 지켜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대학 5개 고등전문학교 체제로 선원을 양성해왔다. 고등전문학교 졸업생들이 내항해운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부산/인천 해사고 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졸업생들이 연근해 해운에 착근하도록 유도해야한다.

8. 해운은 위험산업이고 기간산업이니 보호 받는 것은 당연하다

맞는 말이다. 관념의 틀을 깨자는 것은 아니고, 이 관념의 틀에 정당성과 타당성을 갖추어 해운산업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자한다. 어려움에 당하면 정부에 손을 내민다. 그렇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수십개의 산업이 있으니 그 산업과 비교도 된다. 그렇다면, 호경기가 찾아와서 수익이 많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가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다른 산업에 비하여 우리가 얼마나 많이 환원하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는 무언지.. 해사재단, 도선사협회 등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많다. 그렇지만, 이것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톤세 제도로 전체 해상기업이 혜택을 입었다면, 전체로서 모든 해상기업이 사회에 환원한 것이 무엇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에 국민들은, 정부는, 국회는 해운산업을 진정 좋아하게 될 것이고, 우리가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도와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의미에서 “해운산업은 보호받아야하는 산업이다”는 관념은 “해운산업은 보호도 받으면서 사회에 공헌도 하는 산업이다”로 관념을 바꾸어야한다. 사회에 공헌하는 방안도 많이 찾고 실천하자.

보호받는 분야도 다양하게 생각해보아야한다. 경쟁이 치열해져서 운임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매출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렇다면 지출을 줄여야함은 당연하다. 지출을 줄여서 경쟁력을 갖기위하여 톤세 제도가 도입되었다. 해운사들의 경영에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필요하다. 그런데, 영국, 일본등 선진해운국이 모두 실시하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가 이들과 비교할 때 원가경쟁에서 앞서는 요소는 아니다. NYK등 일본의 정기3사가 만든 THE ONE은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겼다. 법인세가 제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와 같이 무한국제경쟁에 처한 해운선사에게 부가하는 법인세를 제로로 할 수는 없는가? 최근 논의되고있는 고속상각제 혹은 압축기장제는 일본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다. 선주사에게만 주어지는 것인바, A선박을 매각후 장부가에 비하여 매각차익이 생긴 경우에 제2의 선박을 매입할 때 적용된다. 그 차익의 80%를 매입가에서 감하여 선가로 장부가로 기재하게 된다. 법인세 부과시 감가상각이 크게 되니 세금부과액이 적게 되어 이익이 되는 것이다. 선주사들이 신조선을 저렴하게 보유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우리도 위 제도를 도입해보자. 우리와 경쟁하는 선진제국들이 가지는 이런 세제상의 도움을 모두 우리도 받을 때 원가경쟁에서 우리가 동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동안 원가경쟁에서 제도상으로 이미 100미터 출발선에서 늦게 출발한 것과 같이 어려움을 겪었을 수 밖에 없다.

소명의식을 갖는 해운인들이 해운분야의 고정관념이 지니는 문제점을 발견하여 그 틀을 과감하게 깨고 해결책을 모색하여 실천할 때, 한국해운산업은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 주는 시사점을 우리 해운산업에 투영한 결과,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운인들과 같이 사색해보고자 한다.

(2020.2.1. 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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