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예를 들면 운송계약의 준거법이 한국법인 경우로서 화주가 운송인에 대해 화물손상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당초 가지고 있었지만 1년의 기간이 도과한 시점에서 운송인이 화주에 대해 운임을 청구하고 있는데, 화주가 해당 손해배상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이다.

개품운송계약 아래에서 운송도중 발생된 화물의 손상으로 인해 화주가 입게 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상법 제814조 제1항에 의거해 화주는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1년의 기간의 법적 성격을 우리 법원은 ‘제척기간’이라고 보아 왔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선박충돌이 발생해 각 선박이 상대선박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질 수 있는데, 우리 상법은 이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상법 제881조는 2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상법 제881조는 상법 제814조 제1항 단서가 이때에도 준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법 제881조에 규정된 2년의 법적성격에 대해 우리 법원은 ‘제척기간’이라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선박 충돌의 경우 충돌일로부터 2년 이내에 A선의 선주가 B선의 선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는데, B선의 선주는 2년이 도과되도록 A선의 선주를 상대로 하여 재판상 청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B선의 선주가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A선의 선주가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할 수 있는지 문제이다.

이것이 논란이 되는 출발점은 민법 제495조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서이다. 소멸시효인 경우 법 규정이 있으므로 상계가 가능한데 제척기간은 소멸시효 기간과 많은 차이가 있는데 제척기간의 경우에도 유추 적용될 수 있는가의 점이다.

해상물건운송계약과 선박충돌의 두 경우에 대해 그간 하급심 판결이 있기는 했으나 대법원 판결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이 돼 왔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9년에 내린 판결에서 민법 제495조를 제척기간을 도과해 소멸된 채권에도 유추 적용해 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9년 3월 14일 선고 2018다255648 판결). 대법원이 검토한 사안은 해상법에 관한 것이 아니고 민법의 하자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것이었다.

대법원의 위 판결로 일단 Time bar를 도과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정리됐다고 본다. 참고로 필자는 화주의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 상법 제814조 제1항 본문의 기간이나 선박충돌 인해 발생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 상법 제881조의 기간의 법적성격은 제척기간이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특히 상법 제814조 제1항 본문의 기간은 헤이그규칙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우리나라 법의 제척기간이나 소멸시효기간,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이며, 이들과 구별되는 기간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 기간을 필자는 굳이 Time bar라고 하거나 한글로 말해야 할 경우 제소기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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