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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칼럼(58)/일본 해운·조선·물류산업 깊이보기③

기사승인 [1960호] 2019.11.18  08: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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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현 교수/선장(고려대 로스쿨, 동경대 법대 객원연구원)

일본의 船主社와 運航社 분리제도

   
▲ 김인현 교수

오랫동안 궁금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한종길 교수 등은 우리나라 해상기업들의 선박보유 패턴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모두 선주사가 되기를 원해서 선박을 소유하게 되는데, 불경기가 와서 운임수입이 줄어들면, 빌린 돈을 갚기에 급급하고 결국 도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주사(owner)와 운항사(operator)를 구분하자는 안을 제안하였다. 그 예로 일본을 들면서, 일본은 상당히 많은 선주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선주사들은 선박을 소유하고 운항을 하지 않는다. 그런 다음 운항사들에게 선박을 장기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경기가 와도 운항사들은 대출금이 없기 때문에 쉽게 불경기를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선가의 하락이나 은행에 대한 대출과 원리금상환의 부담은 선주사가 부담하는 것이지 운항사는 부담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한다.

해상법을 공부하는 나로서는 이 주장에 대하여 세가지 의문점을 가졌다. 첫째, 선주사들이 선박에 대하여 나용선(선체용선)이 아니라 정기용선을 주는 데 과연 이것이 가능하고 유리한 것인지? 둘째, 해상 기업이 선박을 소유하고는 있지 않고 용선된 선박만으로 있다는 것은 화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채권을 담보할 선박이 없는 바, 자신에게 불리하므로, 이런 형태의 운송인을 화주는 기피하게 될 터라는 것인데, 일본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세 번째, 금융대출을 하여주는 금융회사는 자신을 어떻게 보호하는가?

자료를 찾아보니 일본 지배선대는 2,496척인데 파나마에 1,433척, 일본에 261척, 라이베리아에 156척, 마샬아일랜드에 128척, 싱가포르에 123척, 홍콩에 96척이 등록되어 있다. 일본 운항회사의 보유(일본적선) 261척, 일본의 운항회사의 자회사가 해외에 보유 830척(외국적선)(33%), 일본의 선주사의 해외자회사 827척(33%), 기타 해외선주회사가 보유하는 외국적선 578척이다(일본선주협회 발행 일본해운 Shipping Now 2019-2020자료). 운항회사의 자회사 830척은 NYK와 같은 회사들이 직접소유하는 선박일 것이다. 운송을 담당하지않는 선주사들이 827척을 보유하고 있고, 그 비중이 전체선대의 33%라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는 창명해운이 이런 선주사를 지향했다고 들었을 뿐이지 그 비중은 미미하다. 

마침 어제(2019.11.14.)빌헬름사에서 주관하는 선상 파티에 올라갔다가 3명의 선주사 간부를 만나서 질의응답을 하고 더 연구한 결과 많은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1. 선주사와 정기용선자

일본의 대형선사인 NYK, MOL, K라인(운항사)과 같은 곳에서 동경과 이마바리 등에 산재하는 선주들에게 접근하여 이런 목적으로 선박이 필요하니 10년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할 터이니 선박을 건조해서 빌려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 오랜 관계에 있는 운항사의 부탁이니 선주사는 거래은행과 조선소를 접촉하여 선박건조를 시작한다.

건조되는 선박에 대하여 파나마 등에 특수목적회사(SPC)가 설치된다. 선주사는 manager로 나타난다. 물론 등기부상의 선박소유자는 SPC인 종이회사이다. NYK와 같은 운항사와 SPC는 선박에 대한 10년 동안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다. SPC와 정기용선자와의 계약에서는 사실상 선주사의 사람이 나타나서 계약을 체결한다.

SPC를 해외에 설치하여 선박에 대한 형식상 소유권은 파나마 등의 SPC가 가지도록 하는 점은 우리나라와 같다. 그러나, 선박의 대여방식이 크게 다르다.

(1)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선주는 선체용선자(BBC)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관리인(manager)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나용선)(BBCHP) 계약을 체결하여 20년 용선기간이 지나면 그가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용선자인 해상기업이 선체용선자(나용선)로서 선원을 고용하고 교육을 시키고, 선박을 관리하므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용선자이지 SPC가 아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선주사-정기용선자와의 관계에서 선주사가 직접 선원을 고용하고 교육을 시키고 선박에 대한 관리를 한다. 선박은 단지 정기용선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선박의 충돌사고, 오염사고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선주사가 부담하게 된다.

(2) 선주사는 자신이 관리하는 선박을 정기용선자에게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선주사의 선박관리 업무는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이 직접 관리를 하던가 아니면 다른 전문관리회사에게 업무를 위탁한다. 따라서, 선주사의 인적 구성도 영업부서에 더하여 선박관리부서가 추가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선주사가 선박관리부서가 없는 것과 다르다.

2. 화주를 포함한 채권자들의 관점

화주들은 이론상 자신의 상대방인 운송인이 직접 소유하는 선박을 가장 좋아한다. 선박에 대한 가압류도 가능하고 선박우선특권의 행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박이나 운송인의 국제성 때문에 현장의 선박을 자신의 화물손상에 대한 담보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BBCHP를 하여 운항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화물의 손상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그 선박에 대한 가압류가 불가하다. 다만, 상법 제809조를 이용하여 가압류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선박우선특권은 선박소유자가 채무자가 되는 경우와 동일하게 폭넓게 인정된다.  

정기용선자가 채무자가 되는 경우에 그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그 선박을 가압류할 수 없다. 채무자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기용선자가 소유하는 다른 선박에 대한 가압류는 가능하다. 다만, 상법 제809조를 이용하여 화물손상의 경우 선박에 대한 가압류가 가능하다. 2019년 이전만 하여도 정기용선된 선박에 대하여는 선박우선특권의 행사가 불확실했다. 

따라서 화주나 채권자들이 손해배상을 구하는 입장에서는 선박소유자>선체용선자>정기용선자가 운항하는 선박을 차례로 선호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의 선주-운항사(정기용선자)의 구조가 우리나라의 선주-BBCHP의 구조보다 불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왜 선주-운항사(정기용선자)의 구조가 대세를 이루는가? 즉, 채권자들은 이 체제를 선호하는가?

(1) 채무자가 되는 운송인은 10년 이상의 정기용선을 한 운항사들로서, 대형해상기업이라는 점이다. NYK, MOL과 같은 대형선사가 화물손해배상에 대하여 화물을 실은 그 선박이 담보가 되도록 영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주와의 오랜 관계에 따라 손해배상이 발생하면 선박에 대한 가압류나 선박우선특권의 행사 이전에 담보를 제공할 것이다. 화주들도 자신의 화물이 실린 선박만을 담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선사 자체를 신용하는 것이다. 화물이 실린 그 선박만이 아니라 NYK등이 소유하는 다른 재산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하면 되는 것이다.

(2) 손해배상의 문제는 분명있지만, 자신들의 선원을 통하여 자신의 선박을 관리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발전적이라는 설명을 내가 만난 선주사들이 해주었다. 선박에 대한 관리를 함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얻고 회사가 더 발전되어갈 수있다는 것이었다. 선박모두를 BBC로 용선주어 버리면 선주사들은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파이낸서(금융제공자)가 아니라고 했다. 은행이 소유하는 구조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은 진정한 선주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선박이 소중하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선박을 빌려간 자(예컨대 한진해운의 경우)가 재무구조가 나빠져 회생절차에 들어간 경우, 자신들의 선원들이(용선자의 선원이 아니라) 승선하고있으므로 쉽게 선박을 환수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3. 선박금융사들의 자기보호수단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회사들이 선주들에게 건조자금을 대출해주면서 대출금을 확실히 받기 위하여 다양한 수단을 강구한다. 해외에 SPC를 세우고, 그 SPC가 소유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 SPC가 선박소유자이므로 그에게 대출을 해준다. 채무자인 SPC가 소유하는 선박에 저당권을 설정한다. SPC와 BBC 용선자 사이에 용선계약상 용선료 수령권을 자신이 양도를 받아둔다. 이렇게 되면 대출금이 직접 상환되기 때문이다. 실제선주가 되는 용선자로 하여금 SPC가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이 보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보증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채무자인 BBC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무자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선박을 환수해올 여지도 많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SPC와 정기용선자 사이에 정기용선계약이 존재하는바, 조금 달리될 것이다.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SPC가 소유하는 선박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런데, 선주-정기용선자의 계약관계에서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소유하려는 목적은 없고, 실제선주는 관리인으로 남아서 소유권을 자신이 취득하지 않고 SPC가 소유하는 형태로 둔다고 한다. 원리금 상환약정이 있다면 그 약정과 융자받은 대금에 대한 이자만 지급하면 된다. 정기용선자가 정기로 지급하는 용선료를 자신이 수령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한 선사의 경우 정기용선료를 은행이 직접수령하도록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기용선의 경우라고 해도 보호의 정도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정기용선자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도 채무자의 재산으로 보아서 회생절차에 구속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4. 결론

결국 일본의 선주사-운항사의 분리제도는 일본 특유의 관계라고 판단된다. 내가 만난 세 개의 선주사는 30-40척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본에는 800여개의 그러한 선박이 있다는 것이므로 선주사는 200에서 250개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회사가 선주로서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선주를 하고자 하는 자들이 선주사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선박이니 관리를 자신이 반드시 해야한다. 금융회사가 실제 선주같으면 선박관리를 외주주고 말 것이다. 자신들은 관리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기용선도 단순하게 1-2년 선박을 용선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용선을 하는 것이므로, 선주사도 운항사도 모두 유리하다. 내가 의문을 가졌던 법률적인 측면의 리스크는 선주사들이 관리를 잘 관리함으로써 사고를 줄여나갈 수 있고 보험으로 보증장으로 대처가 가능하다. 그리고 선박을 빌려서 운항하는 정기용선자들도 대형운항사이므로 시장에서 신용이 높기 때문에 선박의 상태는 운송인 선택의 중요요소가 아닐 것이다. 

과연 이런 제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통할까? 우리나라에사 선박금융구조를 만들면서 SPC를 세우고 실제선주가 정기용선자가 되도록 한다면, 그 정기용선자와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화주로서는 정기용선자를 불안하게 생각할 것이다. 비록 금융회사가 선박의 관리를 직접해야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이 문제는 선박을 빌려가는 정기용선자들이 시장에서 얼마나 신용이 있는가? 그래서 화주들에게 신뢰를 받는가(예를 들면, 10척의 선박을 가지고 운항사가 되었는데 모두 남의 선박을 빌린 회사라면 누가 이 회사를 신뢰하겠는가? 자신의 자산은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에 있다. 그리고 얼마나 훌륭하게 선주사들이 선박에 대한 관리를 해내는 가에 달려있다.

운항사들이 자신이 소유하는 선대를 1/2을 가지면서 1/2은 선주사로부터 용선하여 금융리스크를 줄이는 모델은 이상적이고 매력적이다. 선주사가 육성되면 우리 선사들의 용선료매출도 늘어나고 관리직원들이 많이 필요하므로 남아도는 고급선원들의 활용면에서도 좋다. 선주사를 표방했던 창명해운의 부진이 아쉽다. 이 구도를 우리나라에서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트라 아시아의 경우 너무 많은 정기선사들이 난립하여 외국 대형정기선사의 진입에 어려움에 처할 것이기 때문에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선사들은 선주사로 남고 2-3개의 운항사 체제로 재편한 다음, 선주사들이 자신들의 선박을 운항사에게 장기 정기용선을 주어 선대를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되었다. 운항사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경쟁력을 갖고, 기존의 선사들은 선박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회사로 남아서 존속과 번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토의 여지가 있다.
(2019.11.15. 동경대 법대 제3법학관 연구실) 

※추신 :  일본 선주사 관계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해준 빌헬름사(선박관리) 일본지사  이상수 부사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해운신문 maritime@m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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