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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고 떠난 여행(43)/백령도①

기사승인 [1950호] 2019.09.10  17: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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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암절벽 자랑하는 서해의 해금강 “백령도”

   
▲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전경

뱃길로 3시간 40분, 최북단·최서단의 섬

8월 23일 목요일 아침 7시 30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은 섬으로 늦은 여름 휴가를 떠나는 가족들과 연인들, 등산복을 차려 입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칼로 자른 듯 각 잡힌 팔각모를 눌러쓴 해병들로 들썩인다. 8시 30분 백령도로 출항하는 고려고속훼리의 코리아킹호를 기다리는 이들이다.

한국해운조합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마련한 ‘해운산업인 섬 여행 체험단’ 행사에 참여하게 된 필자도 넉넉히 출항 1시간전에 여객터미널에 도착해 마음의 준비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고려고속훼리가 2014년 노르웨이에서 도입한 534톤급 코리아킹호는 선속이 40노트로 인천과 백령도를 3시간 40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쾌속선이다.

   
▲ 고려고속훼리의 코리아킹호, 40노트로 인천-백령을 3시간 40분만에 주파한다.

쾌속선을 탈 때마다 멀미로 고생했던 필자에게 3시간 40분 거리의 최북단이자 최서단 섬인 백령도에 쾌속선을 타고 간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멀미에 대한 우려는 결국 기우였다. 8월 하순의 서해바다는 바람이 거의 없는, 한없이 평화스러웠다. 덕분에 쾌속선을 타고도 멀미를 하지 않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자 승선이 시작됐다. 세월호 이후 승선 관리가 강화돼 승선권과 탑승자 신분증을 대조하는 작업이 꼼꼼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선사 관계자 2명이 승선권과 신분증을 단말기로 체크하면서 빠르게 승선이 이루어졌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백령도행 코리아 킹호는 이날 300여명의 승객들이 승선했다. 코리아 킹호의 여객 정원이 449명이니 승선율이 거의 70%에 육박하는 셈이다. 인천-백령도 왕복 요금이 14만원 정도로 꽤 비싼편이지만 인천시민 할인, 서해5도 방문의 해 할인 이벤트 등으로 운임을 50% 이상 할인해 주기 때문에 최근 섬 여행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 단말기로 승선권과 신분증을 확인하는 고려고속훼리 직원.

대형 관광버스로 즐기는 포근한 섬

좋은 날씨 덕분에 쾌속선을 타고도 멀미를 하지 않고 소청도와 대청도를 들러 12시를 조금 넘겨 백령도에 도착했다. 백령도에 도착하고 나서 필자가 받은 첫 느낌은 포근함이었다. 울릉도처럼 장엄하게 깎아 놓은 절벽과 산으로 여행객을 압도하지 않고 완만하지만 넓게 펼쳐져 포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2년말에 개장했다는 백령도 용기포 신항 터미널은 생각보다 크고 깔끔했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찾은 터미널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곧바로 바뀌었다. 섬에 도착해 터미널에 들르지 않고 빠져 나와 터미널 규모와 시설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지만 출항할 때 300~400명이 한꺼번에 몰려 서 있을 자리조차 없는 터미널을 보고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시설은 깨끗했지만 수백명의 여행객들이 앉아서 승선을 기다릴 수 있도록 대합실 시설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령도에 도착해서 놀란 것은 용기포 신항 터미널 주차장에 도열한 대형 관광버스들이었다. 백령도보다 큰 울릉도에도 관광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렌트카나 택시를 이용한다. 백령도에도 렌트카, 택시가 있지만 버스를 이용한 관광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관광버스 1대를 해운산업인 섬 여행 체험단처럼 통째로 빌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버스 1대에 여러 팀들을 모아서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백령면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맡기고 아직 제철은 아니지만 제법 살이 차 오르기 시작한 신선한 꽃게탕으로 백령도에서 첫 끼니를 근사하게 때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선 백령도의 첫 관광은 서북쪽에 위치한 백령도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두무진(頭武津)이었다.

   
▲ 조그만 두무진 포구.

백령도의 관광의 백미 “두무진”

백령면에서 두문진까지 이어지는 북쪽 해안은 북한과 불과 14m 떨어져 있어 철조망으로 민간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해변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절경을 자랑하는 해변은 철조망으로 차단돼 있고 아름다운 해변에는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한 용치라는 흉물스런 구조물로 덮여 있었다. 북과 대치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조치겠지만 너무도 훌륭한 관광자원을 철조망에 가둬놓고 용치로 해변을 들쑤셔 놓은 게 아깝고도 안타까웠다. 백령도 해안의 1/3 정도는 군사·안보상의 이유로 관광이 불가하다고 한다.

   
▲ 두무진의 흔한 절벽

조그만 두무진 포구에 십여개의 횟집이 들어서 있어 이곳이 꽤 유명한 관광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두무진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물범을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수백명씩 몰려드니 장사가 꾀 될 듯싶다.

유람선을 타기전에 먼저 두무진 해안 산책로를 돌아봤다. 10분 정도 가볍게 트래킹 할 수 있는 코스라고 하는 데 생각보다 산책로가 가파르고 풍광이 좋아서 30여분 정도를 걸었다. 조금 높은 언덕에 우뚝 선 통일 기념비와 홀로 나부끼는 태극기가 호젓해 보였다.

산책로 끝단, 통일 기념비 옆쪽 절벽에 계단이 설치돼 있어 바닷가로 내려 갈 수 있도록 해놨다. 가파른 절벽을 타고 내려오니 온전히 절벽과 망망대해를 마주할 수 있는 고즈넉한 곳이 나타났다.

포구로 되돌아와 유람선에 올랐다. 유람선 관광은 일인당 1만 9천원에 두무진에서 시작해 천안함 유적비가 있는 해안까지 되돌아오는 50분짜리다. 비싸긴 하지만 타보면 왜 백령도 필수 관광 코스라고 하는지 이해가 금방 된다. 오랫동안 파도에 의해 이루어진 병풍같이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어 금강산의 만물상과 비견돼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린다고 한다. 유람선 선장이 마치 옛날 변사처럼 들려주는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신선대, 선대바위, 형제바위 등의 이야기는 꽤 재미난다.

유람선 관광을 하다가 운이 좋으면 물범을 만날 수도 있다. 물때를 잘 맞춰 간조때 물범바위가 드러나면 물범들이 일광욕을 즐기려고 올라온다는데 필자가 물범바위를 지날 때 만조때여서 물위로 머리만 내놓은 물범들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 두무진 통일 기념비와 홀로 나부끼는 태극기

천안함 위령탑과 천연비행장 사곶해변

두문진 관광을 마치고 인근에 위치한 천안함 위령탑에 참배했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천안함 승조원 46명의 희생을 추모하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 천안함 위령비

천안함 위령탑을 지나 백령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중 하나인 사곶해변을 찾았다. 당초 사곶해변은 내일 관광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갑자기 변경됐다. 버스기사겸 현지관광가이드는 “섬 여행은 정해준 스케쥴이 없다. 물때를 맞춰야 볼 수 있는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사곶해변은 간조 때인 지금 가야 드넓은 모래사장을 직접 밟아 보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도착한 사곶해변은 엄청난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에서 단 두곳밖에 없다는 규조토 해변을 가진 사곶해변은 길이가 2500m에 달하고 모래가 단단해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천연 비행장이다. 실제로 백령도에 주둔한 공군에 보급품을 전달하기 위해 90년대까지만 정기적으로 공군 수송기가 이착륙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간척 및 담수호 사업으로 지반이 약해져 비행장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차량이 직접 사곶해변까지 진입해 해변을 달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돼 차량 진입이 아예 차단되고 있었다. 사곶해변은 해수욕장으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8월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은 해수욕장은 폐쇄돼 있었다.

   
▲ 용기포항에서 바라본 사곶해변

<다음호에 계속>

곽용신 chaser@maritime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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