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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고 떠난 여행(42)/군산-석도, 위해①

기사승인 [1945호] 2019.08.06  21: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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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선 ‘군산펄’호와 함께한 산동반도 정복기

   
 

여행은 언제나 기분 좋은 설렘을 동반한다. 더군다나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그 설렘은 배가 된다. 보통 자동차나 비행기에 익숙한 일반인들이, 그것도 장시간 동안 배를 타고 해외를 나갈 기회는 좀처럼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해운전문지 기자인 필자 역시 배를 타고 해외에 나갔던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우연치 않게 이 같은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운좋게 필자를 찾아왔다. 군산-석도 항로를 운항 중인 석도국제훼리의 신조 2호선 ‘군산펄’호의 취항식과 함께 동 항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석도국제훼리의 도움으로 13일 토요일 군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된 취항식을 시작으로 신조 투입된 따끈따끈한 새 배 ‘군산펄’호에 몸을 싣고 중국 산둥 반도의 최동단인 석도, 위해를 다녀왔다.

군산펄호, 신조선다운 깔끔함과 쾌적함

군산-석도 카페리 항로를 운항 중인 석도국제훼리는 주6항차 데일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신조 투입된 뉴씨다오펄호의 경우 매주 화, 목, 일요일 저녁 6시에 군산항에서 출항해 다음날 오전 9시 중국 석도항에 입항하고, 월, 수, 토요일 저녁 6시에 중국 석도항에서 출항해 다음날 오전 9시 군산항에 입항하는 스케줄이다. 이번에 새로 투입된 군산펄호의 경우 매주 월, 수, 토요일 오후 7시에 군산항을 출항해 다음날 오전 9시에 중국 석도항에 입항하고, 반대로 화, 목, 일요일 오후 7시에 석도항을 출항해 다음날 오전 9시에 군산항에 입항하는 스케줄이다.

필자가 타야할 배는 군산펄호였고 토요일인 7월 13일 오전에 취항식을 마치고 오후에 출항하는 스케줄이었던 터라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여 취항식 시작인 오전 11시 이전에 군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군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첫 방문이었지만 2005년 준공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깔끔한 외관과 쾌적한 실내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터미널 내·외부는 취항식 준비 및 참석 손님들에 중국 따이공(보따리상)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짐을 한쪽에 맡겨놓고 곧바로 여객부두에서 개최되는 취항식에 참석했다. 여타 다른 카페리선 취항식과는 조금 달리 부두에서 간단히 축포식을 진행하고 곧바로 선실 내부를 관람하는 방선 행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군산펄호 VIP실 내부 모습.

군산펄호는 새로 지운 배답게 깔끔한 내·외관을 자랑했다. 석도국제훼리가 지난해 신조 투입한 뉴씨다오펄호와 쌍둥이 자매선인터라 얼핏 큰 차이는 없는 듯 보였으나 뉴씨다오펄호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 인테리어 업체를 변경, 객실의 경우 색감이나 마감 면에서 조금 더 아늑하고 완성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석도국제훼리 김상겸 사장이 직접 하나하나 신경 쓰며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선내 인테리어라고 했다.

로비가 위치한 5층에는 편의점, 면세점, 카페 노래방, 게임룸, 식당 겸 대공연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집중 배치하여 고객의 편의를 고려했으며, 6~8층은 객실만 배치해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모든 선실 내부에 TV와 화장실을 배치해 여객 편의성을 높였고, 6인실 등 다인실이 위치한 층의 경우에는 간단한 세면세족과 용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따로 공동 화장실을 배치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여객 및 편의 구역인 5층부터 8층까지 승객들이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2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카페리를 탔던 기억이 대략 10년 전으로 꽤 오래전이었던 필자는 그때 당시 중국 따이공들과 공동 화장실을 같이 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번 카페리 여행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입에 맞지 않는 중국 음식과 나머지 또 하나는 바로 이 카페리 내에서의 세면, 세족, 용변 등 화장실 문제였기 때문이다. 한 가지 큰 산이 해결됐으니 이제 중국 체류기간 동안 음식만 입에 맞는다면 이번 여행은 성공적일 것이라는 긍정의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했다.

   
▲ 군산펄호의 각종 편의시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면세점, 노래방, 게임룸, 엘리베이터)

국적선으로서의 자부심, 군산펄호

방선 행사 이후 5층 식당 겸 대공연장에서의 성공적인 취항식이 끝나고 석도국제훼리가 제공한 뷔페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당은 상당히 넓어서 많은 승객들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아직 중국 땅을 밟지도 않았지만 석도국제훼리에서 제공한 ‘칭따오’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다 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필자를 포함한 기자단은 취항식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터미널로 돌아와 김상겸 사장과 환담을 나누었다. 김상겸 사장은 이번에 신조 투입된 군산펄호를 비롯, 뉴씨다오펄호까지 군산-석도 항로에 투입된 선박 2척 모두 국적선인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김상겸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오전 취항식때 어느 누군가가 한중카페리 여객선 중 국내 지명을 따서 이름을 지은 선박은 군산펄호가 최초라며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신조 투입된 군산펄호가 군산 지역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중 카페리 전체를 대표하는 선박으로 우뚝 설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보았다.

김상겸 사장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환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승선시간이 되었다. 필자가 배정받은 선실은 8층에 4인 침대가 놓여있는 1ST-CLASS였다. 같은 4인실이지만 2ND-CLASS와는 달리 1ST-CLASS는 2층 침대를 접어 2인실로 사용할 수도 있는 이점이 있었다.

7월 중순이었기 때문에 밖은 무덥고 습했지만 선내뿐만 아니라 선실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추울 지경이었다. 평소 더위를 많이 타는 필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며 속으로 내심 쾌재를 불렀다. 시작부터 모든 게 원하는 대로 풀리는 것이 어째 좀 불안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우선은 지금 주어진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간단히 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석도국제훼리의 배려로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는 브릿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 덕에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브릿지를 그간 몇 번 구경해 보았었지만 신조선의 브릿지는 처음이었다. 새로 지은 배 답게 브릿지 역시 깔끔했고 무언가 최신식으로 보이는 장치들이 가득했다. 문과를 전공한 필자는 그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브릿지에서 만난 선장에게 앞으로 우리의 안전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 군산펄호 브릿지에는 필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각종 최신 기계들로 가득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카페리 여행의 매력

어느덧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저녁 선상식은 한국식으로 마련되었는데 한국인 조리장이 만들어준 맛있는 저녁을 음미할 수 있었다. 오전 취항식에 이어 선내에서 먹었던 점심은 출장뷔페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선상식을 느끼지 못해 내심 아쉬웠는데 이제야 배를 타고 있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식이 아닌 한국식이어서 그렇게 느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출항시간까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어 8층에 위치한 라운지에서 함께한 기자단 일행과 함께 티타임을 가졌다. 라운지는 간단한 티타임이나 맥주 한잔 기울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번 여행이 배를 타고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는 동료 기자의 말에 정작 필자 역시도 많은 경험이 없는데도 이것저것 아는 체를 해보았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망망대해를 거침없이 헤치고 나아가는 카페리의 갑판에서 바라본 밤바다가 생각보다 무서웠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라운지에 앉아서 여유 있게 커피 한잔을 하고 있자니 보통의 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배타고 떠나는 여행만의 매력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 군산펄호 8층에 위치한 라운지 모습.

금수저라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보통의 일반인들이 해외여행을 한번 갈라손 치면 금액이 가장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퍼스트클래스는 언감생심, 유튜브에서나 구경할 수 있고 비행기에 탑승해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클래스 구역을 지나 이코노미 좌석에 몸을 구겨 넣는 것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동행과의 수다도 잠깐,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보지만 베스트 포지션을 잡기란 쉽지 않고 기내식이 나와도 꼿꼿이 앉은 자세로 먹다보니 무슨 맛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다다르지만 퍼스트 인-퍼스트 아웃(First in-First out)의 방침에 따라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이 내린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그러나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좁은 공간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고 애써 편하다고 자위할 일도, 긴 거리가 아니니 조금만 참고 가자고 서로를 위로할 일도 없다. 물론 비행기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배타고 떠나는 여행의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같이 떠나는 동행과 앞으로 다가올 여행의 설렘을 안고 밤을 지새우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기회가 과연 다른 여행에서는 가능할까? 필자는 오직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어야지만 이것이 가능하다고 감히 생각한다. 물론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므로 논외다.

라운지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자니 어느덧 군산펄호가 군산항을 저 멀리 뒤로 하고 있었다. 누가 얘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출항하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배는 떨림 없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배를 타고 출장을 간다고 하자 아직 카페리 경험이 없는 필자의 아내가 뱃멀미약을 이것저것 잔뜩 사다주며 출항 전에 꼭 먹고 붙이라고 했던 게 생각나 또 한 번 혼자 웃음 지었다. 선실로 돌아와 함께 방을 배정받은 다른 동료 기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핸드폰은 먹통이 되었고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0년 만에 배타고 떠나는 여행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군산펄호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군산항을 떠날 채비를 마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최홍석 chs83@m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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