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정시성으로 정상화, 환경규제도 적극 대응

▲  하이란징호가 연태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하고 있다.

 연태 터미널 부두 이원화로 여객불편

커튼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떴다. 밤사이 황해를 무사히 건너온 하이란징호는 발해만에 들어섰다. 평택항과 연태항의 항로거리는 264마일로 14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전 9시 연태항에 도착한 하이란징호는 연태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Yantai 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s Ltd ; YICTL)에 접안했다.

YICTL은 연태항국제여객터미널과 4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하이란징호가 LO-LO타입인데다가 국제여객터미널에 접안할 수 있는 마땅한 부두가 없어 YICTL에 접안하고 있다. 인천-연태항로에 투입되고 있는 한중훼리의 향설란호 역시 LO-LO타입의 카페리선이어서 YICTL이 접안하고 있다.

하이란징호에서 하선해 셔틀버스에 올라 15분 가량 이동해야 연태항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화물은 갠트리크레인을 통해 신속하게 하역이 이뤄지겠지만 여객들은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차량으로 15분 이상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YICTL에서 연태항국제여객터미널까지 이동하는 구간은 항만구역을 벗어나 일반도로를 달리다가 다시 항만구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재밌는 것은 이동구간 중간에 연태와 대련을 연결하는 연안여객선 터미널이 있는데 셔틀이동시간과 연안여객선이 기항하는 시간과 맞아 떨어지면 여객선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들로 셔틀버스가 한동안 묶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부두와 터미널이 꽤 먼거리로 이원화돼 있어 여객들의 불편함이 가중된다는 사실을 연태항만 당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연태훼리 중국 본사인 연태발해국제윤도유한공사 대표와 연태항컨테이너해운공사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성조화 총경리는 이 문제에 대해 “국제여객터미널은 연안여객부두에 위치하고 있는데 연안여객부두에는 연태-대련간 연안여객선들이 이용하고 있어 국제여객선을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연간 2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연안여객부두에는 LO-LO 카페리선을 처리하기 위한 갠트리크레인도 없다”며 지금과 같은 이원화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성조화 총경리는 “앞으로 연태항의 국제여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과 연태간 열차페리가 개설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국제여객터미널 개발 계획은 가지고 있다. 다만 새로운 여객터미널 개발은 연태항무국과 시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해야하기 때문에 단기간내 진행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 연태발해국제윤도유한공사 성조화 총경리

구도심 재개발 한창, 터미널도 재개발 필요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국제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왔다. 터미널 바로 옆에는 5년전 연태훼리 취항식때 보지 못했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있었다.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대형 쇼핑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연태훼리 관계자에 따르면 터미널 인근은 연태시 구도심인데 최근 해변가를 중심으로 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백화점, 쇼핑센터, 짝퉁시장 등이 밀집돼 있던 과거 중심상권이 재개발이 완료된 대형쇼핑몰로 옮겨 가고 중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5년전 들렀던 연태 유명 짝퉁 상가는 영업을 하고 있는 매장이 채 1/3도 안되는 것 같았다. 짝퉁상가 옆 대형 쇼핑센터는 아예 문을 닫은 지 오래돼 보였다. 시설이 노후되고 부두와 이원화된 연태항국제여객터미널도 재개발을 조속히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연태개발구 금사탄 해변

아름다운 해변, 연태 개발구 금사탄

연태시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신도시라고 할 수 있는 연태개발구로 넘어갔다. 연태개발구는 연태시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연태시가 오래된 대도시라면 연태개발구는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이국적인 신도시였다.

연태개발구 해변을 금사탄(金沙灘)이라고 하는데 무려 10km에 달한다고 한다. 모래도 곱고 물도 맑아서 과연 이곳이 황해가 맞나라는 착각에 빠졌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때인지라 금사탄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서 산책로와 공원을 조성해 놨고 유럽풍의 건물들과 고층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변가 모래사장에는 각양각색의 해상공원도 마련돼 있다. 물놀이 하는 아이들, 조깅이나 자전거를 타는 젊은이들의 흥겨움이 끝없이 펼쳐진 해변과 달려드는 파도에 녹아들고 있었다.

연태훼리 관계자에 따르면 아름다운 풍광과 잘 만들어진 거주 환경 때문인지 연태개발구에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고 한다.

▲ 장유와인박물관 라벨링 체험

중국 와인인 본산 장유와인 박물관

연태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봉래각과 팔선과해는 과거 한번 둘러 본적도 있거니와 시간도 많지 않아 아쉽지만 생략하고 연태시내에 위치한 장유와인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과와 포도로 유명한 연태에 와인 박물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와인박물관을 탐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태시내에 있는 장유와인박물관은 과거 장유와인본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꾸며놨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소장품들도 많아서 놀랐다. 장유와인박물관은 중국 최초이자 최대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장유와인의 역사와 와인 제조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과 미니어쳐 등으로 구현해 놓고 있었다.

다만 한국어 해설사도 없고 한국어 음성 안내기 같은 것이 없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래도 지하에 저장된 대규모 완인 오크통을 만져보고 직접 와인을 작은 병에 담아 라벨을 붙여보는 체험, 와인 시음 등은 나름 재미있었다.

연태훼리의 과제, 환경규제‧평택항 新터미널

짧은 연태 관광 일정을 마무리하고 연태발해국제윤도유한공사 성조화 총경리와 연태훼리 홍동화 부사장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항 만 5년째를 맞은 연태훼리는 후발주자임에도 지난해 여객 18만명, 화물 4만 4천teu를 처리, 한중카페리선사중 상위권 실적을 달성했다.

성조화 총경리는 단기간내 연태훼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던 비결에 대해 안전성과 정시성이라는 한중카페리의 특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태훼리는 2014년 7월 첫출항부터 세계 최대 카페리선사인 스테나의 최신 카페리선 스테나 에게리아호를 용선해 한중카페리 최초로 영국인 선기관장과 해기사가 승선해 유럽방식의 안전시스템을 갖췄고 취항 3년째인 2017년 7월에는 신조선인 하이란징호를 대체 투입하면서 안전성과 정시성을 크게 강화시켰다.

취항이래 선박고장에 따른 입출항 지연사고를 단 한차례도 내지 않은 연태훼리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시작하면서 좋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는게 성조화 총경리의 설명이다. 성총경리는 “최근 한중카페리에서 화재를 비롯한 안전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연태훼리는 매주 토요일마다 해상직원뿐만 아니라 육상직원까지 모두 참여하는 안전교육, 화재훈련을 실시하는 등 안전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총리는 또한 2020년부터 시행되는 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태훼리는 저유황유를 통해 SOx 규제에 대응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저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과 저유황유 사용시 기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연태훼리 홍동화 부사장은 “SOx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에는 성능이 검증된 MGO를 사용할 계획이며 이미 테스트도 완료한 상태다. MGO나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연료 비용 상승이 문제인데 이는 화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BAF를 통해 분담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스프레드도 체크하고 있는 데 스프레드가 커진다면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태훼리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중 하나는 평택항신국제여객부두다. 약 1112억원의 정부재정을 투입해 2022년 11월 개장을 목표로 평택항 내항에 평택항신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이 건설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PNCT를 이용하는 연태훼리가 신국제여객부두 완공후 접안부두를 신국제여객부두로 옮기게 되면 하역비용과 시간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신국제여객부두에 LO-LO 카페리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3만톤급 돌제부두를 건설하고 있는데 이 부두에는 갠트리 크레인 설치가 불가능해 모바일 크레인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하역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선사들과 하역사가 신국제여객부두 설계 때부터 LO-LO 카페리선의 경우 계속해서 PNCT 부두를 이용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태훼리는 신국제여객부두 완공이후에도 LO-LO 선박들이 계속해서 PNCT 부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하이란징호가 평택항 PNCT에 접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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