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박태원 박사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은 변화해야 한다.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상 유지에 안주하길 선호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조직의 일반적인 관행과 타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더라도 타인의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흔히 변화, 혁신하면 스티브 잡스처럼 개성이 강한 천재적 리더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조직 변화 관리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 존 코터(John Kotter)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는 대표적 저서인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에서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카리스마가 강한 천재형 리더가 아닌 변화를 이끌기 위한 프로세스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리더와 그 그룹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터 교수는 변화를 관리하는 8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조직 변화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라’이다. 변화 없이는 현상 유지마저도 어렵고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공유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변화를 주도할 ‘변화선도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도 혼자서 조직을 변화시킬 수 없다. 변화를 이끌어 갈 사람을 찾고, 신뢰를 쌓고, 공동 목표를 세워야 하며, 이를 통해 변화를 위한 공감대와 팀워크를 구축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변화를 위한 세 번째 단계는 올바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올바른 비전은 조직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구성원들의 감동과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저항세력을 돌파할 명분과 동력을 부여한다. 변화를 위한 네 번째 단계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비전과 전략을 전파하는 것이다. 비전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조직원과의 양방향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변화의 다섯 번째 단계는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권한위임은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도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비전을 달성하도록 해준다. 여섯 번째 단계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단기성과는 내외부의 저항을 극복하고 변화를 계속 추진하는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단계는 모멘텀을 만들고 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하며, 마지막 여덟 번째 단계는 변화를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변화는 쉽게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를 늦추면 금세 모멘텀을 잃게 된다. 또한 조직문화로 정착되지 않는 변화는 쉽게 영향을 받으며 유지되기 어렵다.

지금 우리 해운산업은 절대 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해운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하겠다며, △ 경쟁력 있는 서비스·운임에 기반을 둔 안정적 화물 확보 △ 저비용·고효율 선박 확충 △ 지속적 해운 혁신을 통한 경영 안정 등을 제시했다.

그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책브리핑을 통해 “해운시장의 변동성을 꼼꼼히 체크하여 정확한 시황정보 제공과 함께 선박투자 컨설팅, 재무상황의 점검, 운임·환율 등의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며, 중장기적으로 해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운임선도 거래시장의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올해 해양수산부는 “해운사업 재건의 성과가 지표로 가시화되는 한 해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지난해 마련한 제도적 기반을 토대로 선박의 신조 발주와 해운물류기업의 재편, 친환경 해운체계로의 체질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해양수산부의 해운정책은 성과보다는 실패를 반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사후 약방문 식의 땜질 처방으로 국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킨 책임은 매우 엄중하다. 글로벌 해운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위기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였다면 우리 해운산업의 위기를 크게 경감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글로벌 해운산업의 불황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해운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경쟁 선사들의 인수합병과 초대형선 발주로 인하여 해운산업 경쟁 양상이 격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해운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우리 해운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 모두 조직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해운산업의 절박함을 공유하고, 변화를 주도할 조직을 새로 꾸리고, 환경변화에 걸 맞는 올바른 비전과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비전과 전략을 전파하며, 창의적 발상을 이끌어내는 조직문화를 위해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단기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속적인 모멘텀을 만들어 혁신을 조직문화의 아이콘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해양수산부의 해운정책을 담당하는 조직과 해운업계 모두의 분골쇄신의 혁신 없이는 우리 해운산업의 회생을 위한 수조원의 정부지원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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