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선박 시대 대응할 전략연구 필요"

▲ 노르웨이 콩스버그와 야라가 공동개발하고 있는 세계 최초 전기추진 무인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호.
현재 전 세계 조선업계는 선원들이 수행하는 선박의 운항 및 통제를 완전자동화해 무인으로 운항하는 자동운항선박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원격모니터링 수준의 기능이 선박에 탑재되기 시작했고 정확히 스마트선박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앞으로 15~20년간 계속해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높은 선박 기술개발 능력을 갖춘 한국도 스마트선박 개발 흐름에 맞춰 첨단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이 전 세계 조선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선박이 국내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스마트선박에 대한 기술개발은 전자기자재에서 가장 앞선 유럽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은 유럽에 비해 기술개발이 늦은 상태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가 시장의 주도권을 유럽에 넘겨주고 이들에게 종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박사는 최근 ‘스마트선박 개발 현황과 과제’라는 중점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밝히며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전략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전부문에서 연구개발 추진

먼저 각국의 스마트선박 개발 현황에 대해 살펴보면, 유럽에서는 본격적인 스마트선박 개발에 앞서 타당성과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2012년부터 무닌(MUNIN)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는 EU의 주관하에 무인자율주행 선박의 기술, 경제성, 법률 제도적 부문에 걸친 타당성 검토와 테스트베드 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결과 인공위성 통신을 통해 선박운항을 전체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높은 통신비용으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연구됐으며 선내에 장착된 자동운항 프로그램 기반으로 자동 항해하고 육상에서 부분적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돌출됐다.

아울러 노르웨이 비료업체인 Yara와 조선기자재업체 Kongsberg는 세계 최초 스마트 전기추진 소형 컨테이너선 ‘YARA BIRKELAND’호를 건조하기 위해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비료업체인 Yara는 식물 보호를 위한 친환경사업에 적극적인 기업 의지에 따라 선박 건조 및 시험을 추진했다.

다만 프로젝트 일정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선박이 인도돼 연말에 유인상태로 시험운전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8월이 돼서야 선박 건조 조선소를 선정해 본격적인 선박 건조에 들어갔다.

발주가 늦어지면서 선박은 2020년 1분기에 인도된 후 선원이 탑승한 유인상태에서 시운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인도일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됐으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선 운항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이후에는 보다 빠른 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Kongsberg와 영국의 해양 솔루션 업체 Automated Ships가 무인 완전자동운항 OSV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자 공동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SIMAROS와 노르웨이 연구위원회(NFR)가 지원하는 ROMAS 프로젝트와 AUTO SEA, DNV GL이 개발하는 근거리용 무인 전기추진 화물선 ReVolt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DNV·GL이 개발한 무인자동전기선박 '리볼트'

양종서 박사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법률, 제도, 안전규정. 비즈니스 모델 등 비공학 부문에서 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부문에 연구비가 지원되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기술개발을 우선 강조하고 있는 국내와 매우 차별화된 특성”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스마트선박 시장이 확립된 이후 각종 법령과 규제가 아시아 국가들에 불리하게 제정되고 시장의 지배력에 있어서 유럽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조선업 육성의지 내비쳐

중국은 정부의 지원으로 실선을 이미 건조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제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계획에는 ‘해양공정설비와 고기술 선박’을 포함하면서 조선업 육성의지를 밝혔다.

정부 지원으로 중국 최대 조선그룹 CSSC는 3만8000dwt급 벌크선을 스마트선박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스마트선박 Great Intelligence호를 건조완료해 시운전을 마치고 그해 연말 실제 운항을 담당할 선사에 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은 향후 실제 항해를 통해 기기상태, 보안 및 안전, 유지 및 보수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스마트 선박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은 홍콩 서남쪽에 위치한 만산군도 4개 섬으로 둘러싸인 해역을 무인자동운항선박의 시험해역으로 조성하는 작업을 지난해 연말 착수했다. 1단계에 21.6㎢ 넓이로 조성된 후 2단계에 750㎢까지 확장될 예정으로 이는 아시아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시험해역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스마트선박 개발 프로젝트는 SSAP(Smart Ship Application Platform)를 꼽을 수 있다. SSAP는 일본내 조선사와 해운사, 선급, 기자재업체,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스마트선박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일본 조선업계의 약점인 연구개발 역량 부족을 업계와 정부의 협력으로 통해 극복하려는 움직임이다. SSAP는 일본의 자국내 협력 모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스마트 선박을 통해 조선업 부활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양종서 박사는 “SSAP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플랫폼을 어느 수준까지 개방할 것인가도 향후 일본 스마트선박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일본 업계도 이에 대해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빅3 독단적으로 스마트선박 개발

국내 조선업계의 스마트선박 개발은 빅3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경쟁국과 달리 독자적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 3사는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스마트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조선사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은 2012년 원격 모니터링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Smart Ship 1.0을 개발해 300척 이상의 자사 선박에 시스템을 적용했고 이후 친환경, 안전 운항, 연료효율성 등에 중점을 둔 Smart Ship 2.0을 개발하고 있으며 Smart Ship 3.0 개발도 계획 중이다.

이와 같은 스마트선박 개발은 자체적인 개발능력과 더불어 국내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2015년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와 공동으로 성박운항과 물류, 항만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연결하는 Connected Smart Ship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사우디 선사 바흐리와 스마트선박 개발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자사 개발 솔루션을 선박에 탑재해 빅데이터를 확보했다.

양종서 박사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체계적 구조와 장기간에 걸친 전략을 통해 스마트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개발된 플랫폼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개발의 비효율성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기자재업계와 폭넓은 협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 향후 유럽 기자재업계와의 주도권 경쟁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인 스마트선박 솔루션 인텔리맨십(Intelliman ship)을 개발하고 지난해 1월부터 수주한 모든 선박에 장착하고 있다. 인텔리맨십은 선박의 위치정보와 기기상태 등 1000여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갖췄으며 친환경 고효율 관련 기능도 탑재해 기술인증을 획득함에 따라 IMO의 규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솔루션은 원격 모니터링 단계를 완료해 상업화한 수준이며 향후 원격 제어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여전히 독자적인 솔루션 개발로 시장의 플랫폼 표준화에 대한 대응책은 부족하고 시장 선점과 주도권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됐다.

대우조선해양도 독자적인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2016년에 HILS(Hardware in the Loop System) 센터를 개설하고 자동화와 제어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네이버, 인텔과 스마트선박 개발에 협력하기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 인텔 등과의 업무협약은 자체 스마트선박 모델 DS4 개발 작업의 일환으로 현재 DS4의 개발은 실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약 실적은 알려지지 않는 등 빅데이터 확보를 위한 선주들과의 협력 사례로 알려지 바 없다.

▲ 대우조선해양의 DS4 개념도

“업계간 협력해 역량 강화해야”

이처럼 국내 조선 빅3가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스마트선박을 개발하고 있고 실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으나 기자재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스마트선박은 선박 자체보다 선박 내에 탑재되는 기자재와 통신기술, 빅데이터 분석, 계측과 제어, 법규와 규제 등 기존 조선업의 범주를 넘는 부문의 핵심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빅 3만의 역량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양종서 박사의 지적이다.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개발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는 전자기자재업체인 Kongsberg를 대표로 유럽 선사는 유럽 기자재업계를 신뢰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선박 시스템과 기자재시스템간의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 범위와 부담을 협상해야 하는데 빅3가 각자 대응할 경우 협상력이 약화돼 불리한 조선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곧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력 부족으로 예타 탈락

또한 국가적으로 스마트선박에 대한 지원정책이 발표됐으나 아직까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산업부, 해수부 등을 중심으로 실선까지 건조하는 사업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기획력 부족으로 탈락했다.

양종서 박사는 “현재 새로운 사업의 예비타당성 기획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확과 심사에 다시 2년이 소요됨으로써 경쟁국에 비해 속도가 크게 뒤져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기관간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조선, 기자재, 해운업계 및 관련 기관들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개별사의 역량만으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선박 기술개발과 함께 스마트선박 시장의 흐름을 읽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양종서 박사는 “어느 기업 또는 어느 나라의 플랫폼을 어디까지 개방하고 누구와 제휴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구도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산업계 등은 기술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전략을 연구하는 노력도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기관과 정부의 협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조선, 해운, 기자재산업이 생존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통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과의 협력과 상호 발전이 매우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술개발뿐 아니라 제도적, 법률적 변화도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해 선급을 비롯한 관련 기관과 정부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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