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 선장)

▲ 김인현 교수
1. 문제의 소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추진력이 필요하다. 선박에 추진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연료를 연소시켜야하는데 현재 사용하는 선박연료유인 벙커에서 황산화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저감하는 규제가 2020년부터 시작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연료유로서 LNG 혹은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배기가스 탈황(脫黃)장치(스크러버)를 부착하는” 세가지 선택권을 선박회사에게 주고 있다. 선박회사들은 이러한 규제에 대응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의 존폐가 걸려있기 때문에 긴장감마저 감돈다.

2. 세가지 선택지와 장단점

신조되는 선박은 LNG 사용 기관을 장착할 수 있지만 초기 설비 투자비용이 너무 높아 부담이 된다. 스크러버 또한 장착 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르고 일부 컨테이너선의 경우 화물적재공간도 줄어들어 영업 수익도 낮아진다. 스크러버는 배출되는 배기가스에 물을 끼얹는 방법이므로 배출되는 물을 처리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저유황유도 고유황유보다 가격이 상당히 높아서 선박회사로서는 운항비용이 더 나오기 때문에 운항비용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이다.

스크러버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과 미국의 일부 지역 그리고 싱가포르 등지에서 세정수를 직접 바다에 배출하는 OPEN TYPE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 규제가 점차 확산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황유 보급의 불확실성 때문에 스크러버를 과도기적 설비로 여기는 추세가 강하다. 따라서 신조되는 선박에 LNG 엔진을 장착한다면 다른 선박과 대비해 컨테이너화물 단위당 운송 단가가 가장 저렴한 구조가 되므로 이 기회가 후발 정기선사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크러버를 사용하면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이인 톤당 300달러의 차액이 남게 되는 것이므로 설치비용을 수년 안에 보전받는 효과가 있어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3. 친환경 선박 추가비용의 처리방향

이렇게 추가되는 비용을 어떻게 잘 처리해 현재의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부에서는 친환경선박관련 기금을 마련해 이자를 보전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선주에게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추가비용이 아주 큰 금액이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환경규제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은 선주만이 부담할 사항은 아니다. 이는 인류의 문제로서 화주도 정유사도 정부도 모두 분담해야할 사항이다. 정부가 화물 톤당 얼마씩을 거두어서 선주들에게 환불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선주로서는 추가되는 비용을 운임에 전가시키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된다.

부정기선의 경우 대게 장기운송계약(COA) 관계에 있고 운항경비를 포함해 운임(용선료)이 책정되므로 선주와 화주인 용선자 사이의 약정을 통해 분담이 가능하다. 부정기선의 경우 선주의 상대방인 화주도 대게 1인이기 때문에 협상이 쉽다. 이미 업계에서는 선주와 화주간의 협업정신에 따라 추가비용에 대한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4. 정기선의 경우

그렇지만 정기선은 간단하지가 않다. 정기선 시장에는 수많은 화주들이 있고 화주들은 여러 국내외 정기선사를 선택할 수 있다. 경쟁력이 낮은 정기선사가 선뜻 추가비용을 운임에 전가시킬 수 없다. 운임을 인상하게 되면 화주들이 그렇지 않은 다른 정기선사를 찾아서 운송계약을 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 정기선사들이 이를 기화로 운임을 일괄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경쟁력이 있는 대형정기선사는 추가비용을 운임에 전가시키지 않고 그 상태를 오래 지속시키면서 치킨 게임을 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 우려된다. 이 경우 경쟁력이 낮은 정기선사는 비용부담 때문에 적자폭은 더 커져서 영업의 존폐가 걸리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형 정기선사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저유황유 공급가액을 낮추어 더 큰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될 때, 과연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 정기선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 선사들의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여러 선사들이 하나의 운항사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하나의 당사자가 되어 저유황유를 공급하는 계약을 국내외 정유사들과 체결하면서 공급가액을 낮추어 경쟁력을 갖추어야한다.

5. 구체적인 대책

화주, 정유사,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다. 선박환경 관련 규제는 선사만이 부담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깨끗한 환경의 유지는 모든 인류의 문제이고 더구나 화주는 선박운항의 수혜자이다. 정유사들의 입장에서 선사들은 자신들의 고객이고, 정유사들이 만들어 판매하는 연료유에서 황산화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을 맺게 된다. 환경규제의 문제는 범 정부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선사, 화주, 정유사, 금융권 및 정부가 ‘선박환경규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저유황의 사용이 대세가 될 때, 저유황유 및 고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데, 선주와 정유사의 긴밀하고 사전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현존선의 스크러버 장착 비용의 조달이 중요한데,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도 필요하다. 그런데 스크러버 자체만으로는 담보가치가 없어서 대출이 힘들 터인데, 이러한 경우 해양진흥공사의 대출보증이 가능하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IMO는 환경규제의 결과 예상되는 선사들의 재정 부담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을 방지할 제도를 두었어야한다. 유조선이 싣고 다니는 화물의 성질이 유류이기 때문에 큰 유류오염손해가 발생함에 동의한 정유사들이 기금을 모아서 유류오염 피해자들에게 추가로 보상하는 국제 유류오염손해보상기금제도(IOPC FUND)가 좋은 선례이다. “IMO와 각 체약국은 환경규제에 의해 선사들이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의 분담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정도의 결의서라도 채택해 선사들의 비용분담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

정기선사 한 회사의 운임인상 시도는 화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때문에 정기선사가 일률적으로 운임을 인상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경쟁법이 금지하는 공동행위가 된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문제된다. 해운법 제29조는 정기선사끼리의 운임인상 등에 대한 공동행위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을 자세히 같이 읽으면 이러한 기타 법률에서 허용하는 공동행위는 “정당한 경우”에만 허용된다(제58조). 만약 화주가 운송인과의 협의에 참가하지 않으면 운임 인상은 정당한 행위가 아닌 것이 되어 경쟁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위 “환경규제비용발생 분담 특별위원회”를 선주측 3인, 화주측 3인, 정유사 3인, 선박금융 등 외부전문가 3인으로 구성해 해운법 제29조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의 운임인상을 정하게 되면, 설사 화주측이 인상협의를 거부한다고 해도, 이는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정당한 행위가 될 것이다. 즉, 공정거래법에서 예외가 인정되는 공동행위가 되어 운임인상이 성공하게 된다. 도선료의 인상을 도선사, 선사, 전문가로 구성된 도선운영협의회에서 정하도록 하는 제도(도선법 제34조의 2)가 좋은 선례가 된다.

6. 결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인류 모두의 책무다. 선박관련 환경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분담이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서 적절히 분배되어야 한다. 규제기관인 IMO가 이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이를 민간에 던져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스크러버 설치시 고유황유의 중단없는 저렴한 가격의 공급, 저유황유의 안정적 공급, LNG 선박의 경우 LNG의 공급 등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한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IMO가 이런 문제들을 처리하는 법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한다. 국내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주, 화주, 정유사, 공익대변 전문가등으로 구성된 가칭 “선박환경규제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정기선의 경우 정기선사 모두의 일괄 운임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인데, 이는 공동행위로 경쟁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해운법 제29조로는 미흡하기 때문에 위 특별위원회를 활용해 처리하면 공정거래법상 제58조의 정당한 행위가 되어 경쟁법의 위반이 없도록 될 것이다. 이를 반영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201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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