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 김연태 상무

▲ 한국선급 김연태 상무
최근 공개된 언론자료를 보면 선박의 연료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CMA CGM이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발주한 2만2천teu급 컨테이너선에 수직선수를 적용했다는 사실이 국내외 메가 컨테이너선사들에게 알려지면서 선사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대륙간 물동량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해운산업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었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거의 모든 선사들은 슬로우스티밍(slow steaming)이라는 사업전략을 내 놓았다.

슬로우스티밍은 전통적인 컨테이너선의 서비스 선속에서 약 35% 이상 속도를 낮춰 상대적으로 선박을 저속으로 운항하는 것을 의미한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기존 고속에서의 연비효율 보다 약 20% 이상 효율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컨테이너선의 운항패턴은 느리게 변했고 그 결과로 설계 선속에도 영향을 주어 컨테이너선박의 설계는 현재까지도 변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선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과연 얼마까지 설계 선속을 낮춰야 하는가?’다. CMA CGM의 결정에 동참하기 전에 선사들은 반드시 몇 가지 따져볼 중요한 쟁점사항들이 있다.

만약 선박의 전장길이(Length Overall)는 고정하고 기존 전통적인 구상선수를 수직선수로 바꾼다면 선박의 수선간장(Length Between Perpendiculars ; LBP)이 선수 방향으로 구상선수 길이만큼(통상 메가 컨테이너선의 경우 약 10m)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장단점을 유발한다.

수직선수 적용으로 적재량 증가

먼저 장점은 선수쪽에 위치한 충돌격벽(Collision bulkhead)을 선수 끝 방향으로 이동 가능하게 하여 컨테이너의 길이 방향 적재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설계상의 상당한 컨테이너 개수(Nominal no.) 증가가 실제로 무거운 컨테이너(14 ton homo. no.) 기준으로 적재량을 그만큼 증가시킬지는 면밀히 따져볼 문제다. 그 이유는 전장길이 증가 없이 구상선수를 수직선수로 바꾼다고 해서 재화중량(Deadweight)의 증가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선각 중량 증가

단점은 수직선수 적용으로 선박의 Rule 길이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파랑 중 수직굽힘모멘트를 증가시켜 해당 선박의 중앙횡단면 설계시 종부재의 보강을 초래한다. 일부 해운전문가의 주장처럼 수직선수 적용으로 구상선수를 만들기 위한 선체보강비용의 감소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선각중량은 종부재의 보강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으로 전체적인 손익계산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연비개선효과의 실효성

과거 고속운항(약 24~26노트)에 적합한 구상선수를 가진 선박은 고속에서 조파저항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구상선수의 단면 형상이 역삼각형에 가깝고 조금은 뭉뚝한 형상이었다. 이는 구상선수로 인해 만들어진 파도와 선박의 본 몸체로 인해 만들어진 파도의 상호 간섭으로 인한 전반적인 조파 감쇄효과(Wave superposing)라는 구상선수의 본래 기술적 개념에 충실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슬로우스티밍 경향에 맞게 설계 선속이 느려졌고(26 knots→22 knots) 구상선수 단면 형상도 그에 맞게 기존의 역삼각형과 뭉뚝한 형상에서 전체적으로 슬림하고 타원형에 가까운 형상으로 변했다. 현재 시장에 나오고 있는 대부분의 메가 컨선들은 이미 저속에 맞게 어느 정도 최적화되어 있는 상태다.

최근 후동중화조선이 발표한 홍보기사를 보면 연료효율성이 15% 이상 개선되는 것으로 돼있는데 이 문구가 선사들로 하여금 수직선수 적용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드는 가장 혼란적인 요인일 것이다.

흔히 연비개선효과를 논할 때 항상 논란이 되었던 것은 ‘과연 기준점을 어떤 것으로 삼아 비교하였는가?’였다. 기술적으로 보면 고속을 지향하는 구상선수 설계가 적용된 선형과 저속을 지향하는 구상선수가 적용된 선형은 전혀 다른 선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지향점이 다른 선형의 선속 vs 동력 곡선만 비교해 보더라도 전혀 다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연비개선효과를 공정하게 논하기 위해서는 같은 설계 선속을 목표로 개발된 전통적인 구상선수의 선형과 수직선수 적용 선형과의 상대 비교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술적 검증 절차에 대한 공개 없이 ‘연비개선효과가 얼마다’를 논하는 것은 조선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포기할 수 없는 catch up speed

컨테이너선과 같은 정기화물선의 경우 화물운송에 대한 시간 준수는 회사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대부분의 메가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우 수직선수가 실제 빈도가 높은 서비스 선속(15 knots~18 knots)에서 연비개선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catch up speed를 22 knots에 설정하고, 설계 선속 또한 그에 맞춰 배를 건조해 왔다.

선박의 경우 한 번 설계 선속을 낮추어 모든 설계가 이뤄지게 되면 통상 컨테이너선의 경우 긴급 운항 지연상황에서도 3~4% 이상 선속을 증가시킬 수가 없다. 가령 22 knots로 설계 선속이 결정되면 그 선속을 내기 위해 주엔진 사양이 결정 되는데 18.5 knots로 설계 선속을 하향시키면 22 knots 대비 더 작은 크기의 주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주엔진 및 관련 시스템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CAPEX)은 감소하게 된다.

연비개선효과 또한 작은 엔진으로 느리게 다니는 것이 높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지금 선주들의 고민은 초기투자비용 절감과 연비개선을 통한 연료비용 절감의 이익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만약 발생할지 모를 운항지연 상황에 대비해 기존 설계 선속, catch up speed를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참 판단하기 힘든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아직 국내 메이저 조선소들에게서 이런 종류의 선형에 대한 소식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국내 메가컨선을 건조할 수 있는 모든 조선소들은 선주의 이런 결정에 따라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CMA CGM과 같이 설계 선속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하는 선주를 만나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앞서 나열한 사항을 종합해 보면, 선사들의 메가컨선에 대한 수직선수 또는 구상선수 적용여부에 대한 고민은 선박의 총 건조가, 컨테이너 적재능력 및 연비개선의 실효성, 각 선사의 운항 패턴에 맞는 정확한 Catch up speed의 추정 등에 대한 종합적인 실효성 분석을 통해 신중히 결정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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