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선급 이정기 회장

7월 IACS의장 취임, 디지털라이제이션 구체화
“기자재 비롯한 수익다변화 노력 강화하겠다”

해운‧조선시황 불황지속과 정부검사 시장 개방 등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 제23대 회장에 취임한 한국선급(KR) 이정기 회장,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속에서 2017년 약 1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이정기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기 임직원을 다독이며 전사적으로 비용절감 활동을 전개한 결과 1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정기 회장은 지난해 KR이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를 무사히 넘어온 것에 만족하지 않고 등록선대를 확충하고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등 서비스 질을 더욱 끌어올려 한국해운‧조선업계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7월부터 IACS 의장으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 이정기 회장은 27일 정기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KR이 직면한 당면한 과제들과 향후 KR이 추진해나갈 정책방향에 대해 소상히 털어놨다.

-임기 2년차를 맞고 계신데 역점 추진 사업은?
=3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세계 해운‧조선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한 대비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2020년에 자율운항선박을 취항시키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최근에는 롤스로이스와 구글이 제휴를 통해 무인선박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 해운‧조선업계도 자율운항선박과 같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향후 곤란한 처지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KR은 급변하는 해운‧조선 분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해 우리 해운‧조선업계에 기여할 생각이다.

두 번째는 등록 선대 확충이다. KR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등록 선대를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해운‧조선 장기불황으로 국적선대가 점점 줄어들면서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KR 등록선대를 확대하는데 국적선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외국선대를 확대해 나가야만 한다. 이것이 실패하면 KR은 국제선급으로서 위상이 떨어져 국내선급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해외 전시회, 컨퍼런스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외선사 마케팅도 더욱 강화시켰다. 결과적으로 외국적선 비율이 2016년말 83.7%에서 현재 84.1%로 상승했다. 앞으로도 외국적선 유치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세 번째는 수익구조 다변화다. KR 수익의 상당부분이 해운‧조선분야에서 나온다. 장기불황으로 해운‧조선업계가 모두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에 따라 KR도 해운‧조선분야 이외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재 가장 현실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그나마 어려운 시황 속에서 선방하고 있는 기자재분야다. 기자재 분야를 비롯해 수익구조를 다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

-정부대행검사권 수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지난 2월 포르투갈 정부대행검사권을 수임하면서 수임국 숫자가 78개국으로 확대됐다. 포르투갈 정부대행검사권을 수임한 것은 포르투갈령 편의치지인 마데이라에 독일 선박들이 치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KR이 78개국에 달하는 정부대행검사권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단순히 숫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대행검사권 수임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대행검사권을 유지하려면 해당국가에 사무실과 현지인을 고용해야하는데 여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앞으로 수임국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수요가 없는 국가의 정부대행검사권은 과감히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려고 한다.

-국내 정부검사 시장이 개방됐다.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
=지난해부터 한국 정부검사시장이 개방돼 프랑스선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BV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현재까지 국적선중 이탈 선박은 1척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KR 입급을 유지해주신 국적선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이탈 선박이 없지만 앞으로 BV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V측에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기술력과 서비스로 당당하게 경쟁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경쟁해야지만 양선급이 발전할 수 있고 국적선사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R도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국적선사들에게 더욱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

-올해부터 IACS 의장을 맞게 되시는데 포부를 말씀해 달라.
=7월 1일부터 IACS 의장직을 수행하게 되는데 KR회장으로서 제가 3번째다. IACS 의장은 국내외 관련 산업계와 정부 등과의 코디네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ASC 활동에 대해 EU는 경쟁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항상 면밀하게 살피고 있고 IACS 사무국이 있는 런던에는 세계 해운‧조선업계를 리드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IACS 의장은 EU,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해운‧조선업계의 니즈를 충족시켜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다.

IACS는 검사단체들의 모임이다. 업계로 부터 신뢰를 잃어버리면 존립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IACS 회원사간 협력을 강화해 선박 검사 안전성을 제고해 선박검사부분의 리더십을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IACS 의장사로서 국제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미래기술연구팀, 기술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직제를 개편했다. 현재 IACS 의장인 DNV-GL이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주요 정책목표로 내놨다. DNV-GL이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놓은 셈인데 제가 의장직을 맡을 동안 좀 더 세부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적선사들이 VLOC를 대량 발주하면서 일부 선사가 듀얼선급을 선택했다. 해당선사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저희 입장에서는 당연히 KR 싱글 입급을 하고 싶었다. KR이 신조 발주 전부터 국적선사들과 접촉하고 테크니컬 브리핑도 여러 차례 했지만 해당선사가 영업 전략차원에서 듀얼 선급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VLOC 입급 경험을 갖고 있는 선급협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 KR도 VLOC 입급 경험을 가진 몇 안되는 선급중 하나다. 국적선사들이 저희를 믿고 입급을 맡겨주신 만큼 최상의 서비스를 통해 선박이 안전하게 건조되고 운항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정기총회에서 회원을 일부 정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회원 임기가 규정돼 있지 않아 회원수가 크게 늘어났고 일부에서 자격없는 회원을 정리해야하지 않느냐는 지적들이 나왔다. 그래서 2014년에 회원 임기를 3년으로 하고 연임 규정도 만들었다. 저를 비롯한 KR 경영진은 그동안 KR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신 여러 회원분들을 일방적으로 정리하는 것보다 회원 자격을 유지시켜 그분들이 가진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KR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기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일부 회원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IACS 규정상 해운‧조선‧기자재 업계 회원 비중이 5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저희는 그동안 해운, 조선, 기자재 각 업계별로 50% 초과 금지로 규정을 해석했는데 이번에 IACS에서 3개 업계를 통합해 50% 초과 금지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IACS에서 즉시 탈퇴되기 때문에 임기가 만료된 회원을 일부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KR을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신 탈회 회원분들을 정기총회 직전에 일일이 찾아뵙고 양해의 말씀을 드렸다.

앞으로 회원과 관련해서는 KR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회원과 앞으로 KR 발전을 위해 노력해줄실 회원을 중심으로 비해사업계 전문가들의 참여시키려고 한다. 이번 정기총회에서도 앞으로 IT 융복합기술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니 이 분야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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