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스타 이석행 대표

이카와 나스카라인을 지나 마추픽추로

처음 방문한 페루는 15세기경 잉카제국이 강력한 세력으로 떠올라 백여 년간 콜롬부스 이전 아메리카에서 가장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잉카제국은 농업 기반 국가로 관개와 계단 농법 같은 기술을 이용했으며 낙타과(라마, 알파카, 비꾸냐) 동물을 기르고 물고기도 잡았다고 한다.

1532년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일군의 정복자들이 잉카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패퇴시키고 제국을 정복했다. 페루에서 생산된 금괴와 은괴는 에스파냐 왕가의 수입원이었으며 유럽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복잡한 무역망에 돈을 공급했다.

페루의 독립은 호세 데 산 마르틴과 시몬 볼리바르의 원정이 성공한 뒤에야 이루어졌다. 그러나 1980년대 페루는 상당한 외채와 인플레이션, 마약 밀매, 대규모 정치 폭력에 시달렸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 시대에 다시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지만 권위주의와 부패, 인권 유린 고발로 말 많았던 2000년 총선거 이후 사임했다. 그 이후 후지모리 정권이 종식되고 페루는 경제 성장을 계속하며 지금도 부패와 싸우고 있다.

남미 21박 22일 여행은 해발 평균 150m에 불과한 리마 해안가에서 시작해 우유니 2박 3일 투어시 최고 4800m까지 올라가는(숙박은 4300m에 위치한 호텔) 투어였다. 리마-파라카스-이카-나스카 해안가를 거쳐 쿠스코(3300~3800m), 마추픽추(2400~2700m), 라파스(3600~4000m), 아타카마(2300m)를 들르는 코스인데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투어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고산지대만 지나면 편안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산병 때문에 페루와 리마의 모든 호텔에는 산소통을 비치해 놓고 고산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아무 때나 산소를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함께 여행한 일행 중 의사 한 분이 몸 안의 산소 농도를 체크하는 집게 모양의 측정기를 갖고 있었다. 고도가 높지 않은 곳에서 일반인들의 산소 농도 지수는 보통 9.5정도인데 고산지역에서는 사람에 따라 몸 안의 산소 농도가 다르다고 한다. 나의 경우 체크해 보니 9.1이 나와 별 문제가 없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일행 중 젊은 여성분이 고산병에 시달려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웠다.

21박 22일의 남미 여행의 코스는 리마-파라카스-이카-나스카-쿠스코(마추픽추)-라파스-우유니-아타카마-산티아고-부에노스 아이레스-우슈아이아-칼라파테-부에노스아이레스-이구아수를 거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종료하는 것으로 짜여졌다.

본격적인 남미 여행은 Huaraz에서 리마로 돌아 온 10월 1일 아침부터 리마시 전체를 둘러 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편의상 시작 첫날부터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10월 1일 리마시티투어

미리 도착해 리마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대략 살펴보았지만 역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리마시(Lima City) 명소를 둘러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리마시티투어 중 들렀던 곳은 모로(언덕)-예수상, 자살 바위, 라르꼬 마르, 캐네디 공원, 사랑의 공원, 산 마르틴 광장, 아르마스 광장, 샌프란시스코 교회 및 수도원 박물관이었다.

좀 인상적이었던 곳은 언덕 위에 있는 예수상과 자살 바위, 사랑의 공원에 세워진 두 남녀가 누워 포옹과 함께 키스를 하는 모습의 입체상이었는데 공원 주변의 많은 젊은 남녀들과 함께 어울려 보였다. 자살 바위에서는 몸에 끈을 묶고 바다 속으로 뛰어 드는 장면을 시연하면서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도 보여 주었다.

▲ 모로 언덕의 예수상
▲ 사랑의 언덕
▲ 자살 바위

10월 2일 이카지역

둘째날은 이카(ICA) 지역을 둘러봤다. 먼저 배를 타고 빠라카스(Paracas) 바에스타 섬에 가 보니 모래 언덕에 나스카라인(NASCA lines)의 하나인 촛대 모양의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던 것과 수많은 바다 새들의 군락지의 엄청난 숫자의 새가 인상적이었다.

빠라카스 바에스타 섬을 둘러 본 후 방문한 빠라카스 해상국립공원은 주변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포기 없는 정말 건조한 지역이었다. 건조함이 도를 넘어 주변 모든 토양이 검붉게 보였으며 그러한 곳에 어떻게 황량한 사막이 형성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빠라카스를 떠나 차로 한참 달려갔더니 갑자기 와카치나(Huacachina)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와카치나 마을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이 아주 특이했다. 그 곳에서 모래 위를 달리는 투어카를 빌려 타고 사막으로 가서 가이드가 제공한 스케이트보드를 받아 들고 모래 비탈길의 난이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난이도를 높여 가면서 네 차례 Sand Boarding을 하게 되었다.

네번째 Sand Boarding시 모래 비탈길에서 마찰력 때문에 자켓과 바지의 우측 주머니가 찢겨 나가는 불상사를 당했다. 그럼에도 나중에는 Sand Boarding의 은근한 매력에 빠져 가장 난코스를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그러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 빠라카스 바에스타 섬에 그려진 나스카라인
▲ 와카치나 사막 투어카 앞에서
▲ 와카치나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

10월 3일 나스카라인

나스카라인은 페루의 남쪽 해안가의 이카 지역의 계곡과 Rio Grande강 분지의 사막 지역에 BC 800년부터 AD700년까지 Paracase 문화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스카라인을 보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 곳에 가보니 많은 현지 항공사들이 있었다. 하여튼 그 곳에서 예약된 항공사의 비행기에 순번을 기다렸다가 5~6명씩 나눠 타고 약 30분 동안 나스카라인이 새겨져 있는 사막 위를 비행했다. 부기장이 영어로 우측으로 한번 기울여 눈에 보이는 나스카라인에 대해 설명하고 또 한번 좌측으로 기울여 눈으로 확인 시킨 후 해당 나스카라인을 설명했다.

고객들은 리시버를 귀에 꼽고 부기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눈으로 하나하나 사막 위에 선명히 그려진 놀라운 나스카라인을 확인했다. 비행이 끝난 후 부기장에게 10불 정도의 팁을 주니까 너무도 고마워했다. 그들은 박봉에 주로 팁을 받아 산다고 하니…

비행기에서 볼 때 도화지에 반듯 반듯하게 줄 자로 그은 것처럼 그려진 나스카라인은 도무지 고대인들이 어떻게 그런 고랑을 팔 수 있었는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파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새와 동물 모양을 만들었는데 그 섬세함과 크기가 놀랍기 그지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나스카라인을 둘러본 후 나스카라인을 평생 연구한 수학자이자 고고학자인 Maria Reiche라는 독일 여성 연구가를 기리는 박물관을 찾았다. 그녀가 연구했던 집무실과 업적 기록물을 볼 수 있었는데 스페인어로 적혀있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나스카라인에 푹 빠져 연구했을 거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었다.

▲ 나스카라인 관광 비행기 앞에서 필자
▲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나스카라인
▲ 나스카라인

10월 4일 쿠스코 지역

리마공항을 출발해 쿠스코(CUSCO) 공항에 도착한 후 버스로 이동해 제일 먼저 간 곳이 잉카의 신성한 계곡(Sacred Valley)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계곡이 주변의 아름다운 산과 어우러져 이름 그대로 신성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이어서 피사크(PISAQ)라는 곳을 찾았다. 잉카제국의 문명이 숨 쉬고 있는 특별한 곳으로 주변에 많은 토산품을 전시해서 팔고 있었다. 다음으로 해발 2792m에 위치한 오얀따이담보(Ollantaytambo)라는 곳에 도착했다.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층층이 쌓아 올라 간 것과 가장 위에는 제사를 지낸 제단 같은 곳이 있었다. 옛날 그 큰 돌들을 어떻게 운반하고 빈틈 없이 끼워 맞추었는지 정말 불가사의였다. 오얀따이담보는 마추픽추의 축소판처럼 생겼는데 잉카제국 시절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오얀따이담보를 떠나 페루레일(Peru Rail) 기차를 타고 마추픽추로 향했다. 페루레일 기차 내부는 의외로 깔끔하고 손님들에게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보니 요금(편도 80달러)이 비싸서 그 정도의 서비스는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추픽추역에 내리니 바로 인근에 토산품을 파는 시장과 여관, 호텔들이 빼꼭하게 들어서 유명 관광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호텔에 풀고 밖에 나와 저녁을 먹었는데 음식값도 페루의 다른 지역보다 많이 비쌌다.

▲ 잉카의 신성한 계곡

▲ 오얀따이땀보

▲ 오얀따이땀보 앞 근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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